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윤석열 대통령과 철종 임금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최근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른 데에는 네 가지 주요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는 비교적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된 일련의 정상외교이다.
둘째는 중산층 유권자의 호응을 얻고 있는 노조 때리기이다.
셋째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대외 행보가 뜸해진 사실이다.
넷째가 중요하고 본질적이다. 이재명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은 내부 악재로 말미암아 입지와 존재감이 확연히 줄어든 덕분이다.
필자가 위에서 열거한 네 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총평하자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력과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솔직히 어렵다.
첫째로, 외교는 뚜렷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거둬서가 아니라 실수가 없어서 박수를 받고 있다.
둘째로, 노조는 우리나라 경제의 불가결한 주체다. 한국경제의 장기적 안정과 발전을 기하려면 노동조합을 잠시 힘으로 누르기보다는 꾸준히 설득해 든든한 동반자로 삼아야 옳다.
셋째로,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월권과 입김을 제어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측면에서 이른바 영부인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넷째로, 원내 과반의석을 점유한 제1야당의 위상과 영향력이 나날이 추락하는 현상은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과감한 쇄신에 나설 가능성과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높여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화도에서 나무꾼 노릇 하다가 얼떨결에 국왕으로 즉위한 철종 임금 이래 가장 운이 좋은 통치자였다. 운으로 보위에 오른 철종은 모자란 실력을 보충하고자 이를 악물고 그야말로 분골쇄신을 했었다. 그러나 철종은 안동 김씨가 쳐놓은 높고 두꺼운 세도정치의 장벽을 끝내 뛰어넘지 못한 데 따른 좌절감으로 향락에 탐닉하다가 불과 3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철종이 자신이 조선의 군주가 된 일을 어디까지 운으로 생각하고, 어디까지 실력으로 생각했는지를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정확히 파악할 길이 없다. 확실한 부분은 윤석열은 그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줄곧 받아온 비판이 있다. 성찰과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성찰과 반성은 본인의 불완전함을 인지하고 인정할 때만 하는 일이다. 자기를 완벽한 능력자로 여기는 판국에 굳이 왜 반성과 성찰 같은 귀찮고 골치 아픈 짓들에 시간을 쏟겠는가?
운으로 벌어 실력으로 까먹는 윤석열 스타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운으로 대통령이 됐다는 반대파의 수군거림에 시달려왔다. 2016년에 치러진 제20대 총선 직후의 안철수의 기세는 문재인의 당세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이때 갑자기 불거진 국민의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은 안철수의 날개를 꺾었다. 나중에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지만, 그때는 이미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이었다. 박근혜 탄핵이 문재인에게는 얼마나 커다란 행운이었는지는 구태여 두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문제는 운발의 끝판왕으로 통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마저 윤석열 대통령에 견주면 노력파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2년 대선에서의 낙선 이후의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별짓을 마다하지 않았다.
반면,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까지의 윤석열이 겪은 고생이라고는 여의도역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을 향해 고작 몇 십 분 동안 고개 숙여 인사한 게 거의 전부였다. 대중에게 기억되는 그 외의 윤석열의 모습은 수시로 열리는 회식 자리에서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들과 어울려 불콰해진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는 광경이 고작이었다. 하고 싶은 것 다하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가고 싶은 곳 다 가고서도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운발은 전무후무할 성싶다.
이래저래 윤석열 대통령은 미증유의 운발의 소유자이다. 윤 대통령이 미증유의 운발을 국민들이 조속한 실현을 염원하는 공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로 썼다면 윤석열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데드크로스(Dead Cross) 상태에 지금처럼 장기간 머물지는 않았으리라. 정치에서의 데드크로스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상회하는 상황을 뜻한다.
윤석열은 운으로 벌어놓은 점수를 실력으로 까먹는 유형에 속한다. 원인은 윤석열이 모두가 부러워하는 미증유의 운발을 개인적 원한을 풀거나 특정인에 대한 앙갚음을 하는 용도로 써버리는 탓이다.
이를테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하자마자 실시된 지방선거 국면에서 고점을 찍었다. 그 높은 지지율로 윤석열이 제일 먼저 손댄 일은 이준석을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쫓아내는 작업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의 3대 개혁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한 건 이준석에 대한 무리한 숙청의 후유증으로 여권의 지지율이 급락한 다음이었다.
윤석열이 이준석을 여당 대표에서 모질게 내칠 적에 선봉에 서서 돌격대 역할을 자임한 무리는 강용석 전 의원 부류의 극우 유튜버들이었다.
운으로 지지율이 오르면 잠시도 참지 못하고서 사적인 보복에 즉각 나서는 윤 대통령의 고약한 습성은 의연히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완연한 상승 기미를 드러내기 무섭게 극우 유튜버들이 또다시 나서서 이준석을 겨냥해 무차별적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번에는 이준석의 하버드 대학교 졸업 학력이 위조했다는 게 공격의 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 방송을 즐겨 시청해온 건 더는 비밀이 아니다. 윤석열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극우 유튜버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아 왔다. 윤석열과 극우 유튜버들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에 비견될 수가 있다.
운으로 권력을 잡은 사람이 겸손한 자세로 실력을 연마해 국리민복의 증진에 힘쓰면 머잖아 운은 실력으로 승화되기 마련이다. 운으로 권력을 잡은 사람이 운만 믿고서 오만과 독선을 거듭하며 권력의 사유화에 혈안이 되면 행운의 여신은 머잖아 그를 외면하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 윤석열 정부의 검찰과 경찰이 또다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속보가 전해지고 있다. 행운을 오랫동안 보존하는 최선의 방도는 절제와 겸손이다. 절제와 겸손의 미덕을 망각한 권력이 과연 언제까지 건재할 수 있을지, 민심은 그 심판의 순간이 빨리 오기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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