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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전광훈을 버릴 수 없다 - 장위동에는 있는데 삼각지에는 없는 것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5-01 19: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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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이 신봉하는 세 가지 자유


전광훈 목사가 정권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거의 매일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산 대통령실은 전광훈에게 이준석이나 안철수에게 보여줬던 단호함의 100분의 1도 보여주지를 않고 있다. (이미지는 전광훈 목사의 민주노총 관련 발언을 보도한 채널A 시사프로그램 화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폭주가 이어지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며칠 전인 4월 27일 목요일 광주 시내에서 집회를 열고 1980년 5월의 광주민중항쟁을 북한에서 밀파된 간첩이 선동한 폭동으로 매도했다. 언론에서는 전광훈의 이와 같은 근거 없는 억지 궤변이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왜곡ㆍ폄훼하고 있다며 전 목사가 실정법에 따른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ㆍ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때 그와 동일시됐던 단어들인 공정과 상식을 더는 말하지 못한다. 윤석열의 공정은 대장동 50억 클럽 구성원 전원을 당장 소환해 조사하라는 민심의 거센 요구를 현 정부의 검찰이 대놓고 뭉개면서 완전히 빛이 바랬다. 윤석열의 상식은 ‘바이든’을 ‘날리면’이라 우기며 국민들에게 뜬금없는 듣기 평가를 강요한 사건만으로 이미 흔적조차 없이 증발했다.

 

공정과 상식이 사라진 자리에 황급히 들어선 조악한 대체물이 ‘자유(Freedom)’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의회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자유를 무려 46차례나 언급했고 한다. 공정하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못한 윤석열 정권 아래의 한국인들은 지금 그나마 자유롭기라도 할까?

 

SBS 서울방송의 주영진 앵커와 KBC 광주방송의 백운기 앵커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최근 잇따라 하차했다. 두 사람은 집권세력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로 여겨질 정도로 윤석열 정부와 집권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이 전임 문재인 정권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불사해왔음은 물론이다.

 

주영진 앵커와 백운기 앵커 모두 자발적 중도하차가 아님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권력의 부당한 외압이 작용했음을 넌지시 비추는 사퇴의 변이었다. 용산 대통령실이 중립 성향이 짙었던 이 두 명의 언론인에게 줄곧 불편한 감정을 품고 있었음은 방송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모든 자유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불온시하는 전제적 권력이 외치는 자유는 알량한 가짜 자유일 뿐이다. 윤석열이 연일 강조하는 자유가 허울뿐인 사이비 자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다수의 국민이 확신하는 연유이다.

 

계급사회에서의 자유는 재산만큼이나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가치이기 마련이다. 평범한 민중에게는 쥐꼬리만 하게 허용되는 자유가 몇몇 극소수 인사에게는 사실상 무한대로 부여되는 현상이야말로 윤석열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한 특징들 가운데 하나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세 가지 자유가 거의 무한정으로 보장되는 중이다.

 

첫 번째 자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위시한 정적들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징계할 수 있는 자유이다.

 

두 번째 자유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실의 공식 홈페이지를 마치 영부인 개인의 인스타그램처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이다.

 

세 번째 자유는 전광훈 목사가 어떤 법률적 단죄와 사회적 제재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유이다.

 

대통령의 정적을 징계할 자유와 영부인의 자기 사진 올릴 자유는 비록 동의는 하지 못할지언정 이해는 해줄 수 있는 자유이다. 오랫동안 검사로 생활하며 압수수색으로 잔뼈가 굵은 현직 대통령의 서슬 퍼런 위세 앞에서 누가 오금이 저리지 않겠는가? 돋보이고 싶은 욕망에 불타는 활동력 왕성한 외향적 성격의 영부인 면전에서 어느 간 큰 대통령실 직원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절제의 미덕을 제발 발휘해달라고 감히 소신 있게 직언할 수가 있겠는가?

 

반면, 전광훈 목사가 신나게 누리고 있는 막말할 자유와 폭언할 자유는 필자가 아무리 머리를 부지런히 굴려 가며 이해하려 노력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자유의 범주에 속한다. 윤석열 일행은 자신의 막말과 폭언에는 터무니없이 관대해도 타인의 막말과 폭언에는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왔다. 양두구육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는 이유로 젊은 여당 대표가 축출됐다. ‘윤안연대’를 입에 올렸던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국정운영의 적으로 낙인찍히며 집권당 당대표 경선에서 초라하게 미역국을 마셨다.

 

전광훈이 윤석열에게 납품한 재화는

 

윤석열 대통령도, 용산 대통령실의 참모진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도 전광훈 목사에게는 한없이 너그럽다 못해 아예 설설 기고 있다. 만약 다른 인물이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정치적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고 가정해보시라. 이제는 용산 대통령실의 간판스타처럼 자리매김한 ‘익명의 핵심관계자’가 즉각 출동해 응분의 강력한 사법조치 운운하며 단호한 반박에 나섰을 터이다.

 

이토록 기세등등한 용산 대통령실이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사건만 불거졌다 하면 어쩔 줄을 모르고 쩔쩔매며 여당으로 공을 넘기는 데 급급한 양상이다. 전광훈 목사의 심기를 건드려봤자 이로울 게 전혀 없다는 판단이 역력히 묻어나는 소극적 대응이자 풀 죽은 반응이다.

 

전 목사는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민주노총을 제압하는 데 힘을 보태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충격적 주장마저 급기야 서슴지 않았다. 국정을 심각하게 문란시키고, 국가기강을 통째로 무너뜨리는 발칙하고 위험한 얘기임에도 용산 대통령실도, 국민의힘도 가타부타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이 그저 묵묵부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광훈 목사에게 도대체 무엇을 빚졌기에 장위동의 사랑제일교회가 용산 대통령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참담한 상황을 수수방관하다시피 하는 것일까?

 

윤석열 정권은 대중적 기반의 취약성에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압도적이고 독보적이다. 전두환 정권 이래 가장 인기 없는 정권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영 프로가 되어도 할 일은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이는 현 정권이 얼마나 인기 없고 지지기반이 취약한지를 윤 대통령 본인조차 인지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반증할 따름이다.

 

전광훈 목사는 윤석열 정권이 목말라하는 대중적 지지기반을 나름 쏠쏠히 확보하고 있다. 선거 때는 양심적 지식인도 1표이고, 광기에 휩싸인 거리의 태극기부대원도 똑같은 1표이다. 윤핵관들이 대통령을 위해 당내의 파수꾼 역할을 해줄 수는 있다. 허나 대중적 인기가 없기로는 윤핵관들도 윤석열과 도긴개긴이다. 윤 대통령 처지에서는 그를 당 밖에서 보위해줄 세력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러한 충성스럽고 맹목적인 사수대의 쏠쏠한 공급원 구실을 전광훈 목사가 그럭저럭 감당해나갈 수 있다.

 

정치적 관계는 기본적으로 서로의 필요성에 입각한 냉혹한 거래관계이다. 윤 대통령은 극우화의 길에 진즉에 불가역적으로 접어들었다. 윤석열 정권과 수구보수적 태극기부대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 돼버린 까닭이다. 윤석열과 윤핵관들이 전당대회 국면에서 신줏단지로 떠받는 당심의 실체는 다름 아닌 태극기부대의 퇴행적이고 비뚤어진 여론이었다.

 

윤석열은 당정일체를 고집하다 젊고 혁신적인 개혁보수를 적으로 돌렸다 윤안연대를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안쳘수와도 절연했다. 나는 전광훈 목사를 거룩한 종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가 노회한 책략가임은 기꺼이 인정하는 바이다. 전광훈은 윤석열에게 치명적으로 결핍된 대중적 지지기반을 현 정권에 요령 있게 납품해주는 형국이다. 전 목사가 작금에 만끽하는 막말의 자유와 폭언의 자유는 납품에 대한 정당한 수금액의 일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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