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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토클레스, 계륵을 깔끔히 처리하다 - 전략과 용단의 리더십 : 테미스토클레스 (7)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1-02-02 18: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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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리스군은 격침시킨 적선의 숫자 못잖은 척수의 적함들을 나포하는 데 성공했다. 아테네인인 리코메데스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전함을 최초로 노획한 함장으로 그 이름이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페르시아 해군이 전력의 우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비좁은 해역에 지나치게 많은 선박들이 몰려 있었다. 그로 말미암아 상당수의 페르시아 함선들은 자기편끼리 선체가 부딪쳐 침몰하고 말았다.</p><p>&nbsp;</p><p><span class="fr-img-caption fr-fic fr-dii fr-fir" style="width: 470px;"><span class="fr-img-wrap"><img src="/data/cheditor4/2102/e91552c1a56f1a221350556ab5d6deca222693d2.jpg"><span class="fr-inner">크세르크세스는 페르시아군이 고전하는 모습에 연신 분노를 작렬시켰다. 이미지는 페르시아 진영을 희화해 묘사한 할리우드 영화 「300」의 한 장면&nbsp;</span></span></span>크세르크세스는 육지에 설치된 군영에서 커다란 정규 대형 전함만 따져도 무려 1천 척을 상회하는 위풍당당한 페르시아 함대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허망하게 패배하는 참상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연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그리스 본토와 살라미스 섬을 가로지르는 바다를 메우라는 충동적 지시마저 내렸다. 800미터 넓이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육지와 섬이 나뉘어 있었음을 감안하면, 우리는 크세르크세스의 심정이 어쩌면 조금은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기계화된 고출력의 중장비 없이 모든 공사를 인력으로 수행해야만 하던 고대의 토건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왕명이었음은 물론이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해전에서의 압승이 가져온 황홀한 도취감을 오랫동안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nbsp;그리스를 침공한 페르시아 침략군의 주력은 육군이었고,&nbsp;그 대부분은 여전히 건재했기 때문이다.&nbsp;전쟁은 페르시아 지상군 병력이 그리스 영토를 떠나야만 비로소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고,&nbsp;그즈음 페르시아 육군의 물자 보급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이뤄지고 있었다.</p><p>&nbsp;</p><p>첫 번째는 현지 조달이었다.&nbsp;현지에서의 징발과 약탈에 의지해 식량을 비롯한 각종 필수 군수품을 마련하기에는 페르시아 군사들의 규모는 크고,&nbsp;그리스의 크기는 작았다.&nbsp;게다가 그리스 연합군이 구사한 청야전술 탓에 페르시아군은 곡식 한 알과 닭 한 마리조차 쉽사리 수중에 넣기가 어려웠다.</p><p>&nbsp;</p><p>두 번째는 해상을 통한 수송이었다.&nbsp;페르시아 함대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궤멸됨으로써 크세르크세스는 해로를 이용한 활발한 보급 활동을 더는 기대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p><p>&nbsp;</p><p>세 번째는 헬레스폰토스 해협에 설치된 부교에 의존하는 방법이었다. 만약 이 부교마저 사라진다면 그리스에 주둔한 페르시아 군대는 원활한 보급은 고사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퇴로까지 절망적으로 차단당할 판국이었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 육군을 격퇴하는 과제는 페르시아의 해군을 무찌르는 목표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일임을 명민하게 인지했다.&nbsp;설령 운 좋게 이긴다고 해도 아테네를 포함한 그리스 영토가 송두리째 쑥대밭이 될 게 뻔했다.&nbsp;어마어마한 인명 손실 또한 승리의 대가로 응당 치러야 할 터였다.</p><p>&nbsp;</p><p>그렇다고 그리스인에게 막대한 인적ㆍ물적 손실을 강요해온 크세르크세스를 그냥 순순히 돌려보내자니 여기에 수반될 정치적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nbsp;응징하자니 강력하고 용서하자니 괘씸하고,&nbsp;테미스토클레스에게 크세르크세스 휘하의 페르시아 육군은 한마디로 거대한,&nbsp;그러나 맛없는 계륵이었다.&nbsp;조조는 아군이 철수하는 방식으로 곤혹스러운 진퇴양난의 닭갈비 문제를 해결했지만,&nbsp;테미스토클레스는 강대한 적군을 철퇴시켜야만 했다는 점에서 그보다 몇 배는 더 곤란하고 복잡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었다.</p><p>&nbsp;</p><p>먹기엔 나쁘고, 버리기엔 아까운 계륵은 남의 손을 빌려 해결하는 방도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책이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아리스테이데스를 불러 스스로가 나름 생각하기에 상대방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필자가 테미스토클레스와 그와는 평생의 동지이자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아리스테이데스의 대화 광경을 약간 희화적으로 형용한 일을 독자들께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대하게 이해해주시기 바란다.</p><p>&nbsp;</p><p>&ldquo;아리스테이데스, 아무래도 자네가 거시기해야겠네.&rdquo;</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아리스테이데스가 분견대를 이끌고 헬레스폰토스 해협으로 가서 그곳에 페르시아인들이 부설한 다리를 끊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넌지시 피력했다.</p><p>&nbsp;</p><p>&ldquo;보아하니 그것까지 굳이 거시기할 필요는 없네.&rdquo;</p><p>&nbsp;</p><p>그리스인들은 페르시아 사람들을 야만인이라고 멸시해왔다.&nbsp;페르시아가 그리스에 견주어 물질문명의 수준이 뒤떨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nbsp;그리스는 나라가 비상시국에 처하면 위정자들이 국난 극복에 솔선수범해 나섰다.&nbsp;전장의 최전선은 당연히 귀족들과 특권층의 몫이었다.&nbsp;이와 대조적으로 페르시아 대왕은 싸움터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 시종일관 머물면서 노예들이 들고 있는 황금빛 양산 아래에 편안히 자리 잡고 앉아 장졸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모습을 여유 있게 감상하는 게 하는 일의 전부였다.</p><p>&nbsp;</p><p>아리스테이데스는 퇴로가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페르시아의 군주가 불퇴전의 의지로 무장한 불굴의 전사로 변신할 가능성을 경계했다.&nbsp;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nbsp;수십만 페르시아 대군이 이판사판으로 달려들면 누가 이기고,&nbsp;누가 질지는 오리무중이었다.</p><p>&nbsp;</p><p>이건 테미스토클레스 역시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nbsp;이때의 테미스토클레스에게 진정 필요한 건 그에게는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를 의미와는 프레너미(Frenemy)와 같은 존재였던 아리스테이데스의 전폭적인 동의와 협조였고,&nbsp;미증유의 국가적 위기국면을 맞이한 아리스테이데스는 오랜 정적이 절실하게 원하던 선물을 아낌없이 내주었다.</p><p>&nbsp;</p><p>아리스테이데스의 동조 의사를 확인한 테미스토클레스는 사로잡은 페르시아인 포로들 가운데 최고위직 인사였던 내관 아르나케스를 즉시 석방했다. 그는 아르나케스에게 일종의 악성 코드를 심어 크세르크세스의 진영으로 돌려보냈다. 그리스 함대가 조만간 부교를 불사를 것이라는 역정보였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역정보에 신빙성을 부여하고자 부교의 즉각적 파괴를 주장하는 부하들을 자기가 간신히 만류하고 있다는 은밀한 귀띔도 아르나케스를 거쳐 페르시아의 최고존엄에게 전달하는 용의주도함 또한 발휘했다.</p><p>&nbsp;</p><p>크세르크세스는 총애하는 측근으로부터 이러한 가슴 철렁한 급보를 접하자마자 부리나케 군막을 거두고서 본국으로의 철수를 시작했고, 페르시아 육군의 본대는 헬레스폰토스의 부교를 건너 아시아로 돌아갈 때까지 쉬지 않고 고된 강행군을 거듭했다. 크세르크세스도, 그의 병사들도 쳐들어올 때보다는 도망갈 적에 훨씬 더 신속하고 맹렬한 기세를 드러냈다.</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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