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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규①, “이준석 제거는 용산과 여의도 합작품” - 이준석 전 대표가 당내의 갈등과 분란을 오히려 막아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2-16 1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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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신임 당대표를 선출하는 경선전이 치러지고 있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여론의 이목과 언론의 관심을 이끄는 사람은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권력자인 용산의 윤석열 대통령과 당대표 축출도 모자라 아예 당원권까지 정지당해 에누리 없는 야인 신분으로 영락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이다. 당대표 경선이 낡은 구실서의 옹호자로 간주되는 윤석열과 신질서의 선구자를 자임하는 이준석의 리턴매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이준석, 이준석과 윤석열은 같은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사실을 제외하면 공통된 요소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정반대 성격과 경력을 지닌 두 남자가 힘을 합치자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윤석열이 이준석을 숙청하며 동맹이 결렬되자 대통령 임기 초기의 신생 정권이 곧장 레임덕에 빠져들었다.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야심 차게 실시했던 「제1회 국민의힘 토론배들」등용문을 당당하게 통과해 주요 거대 정당의 대변인단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가 강제로 자리에서 쫓겨나며 신인규 역시 순탄하고 매끄러운 앞길이 보장된 기린아에서 눈앞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진 풍운아로 이준석처럼 졸지에 내몰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신인규는 전연 위축된 기색 없이 국민의힘의 쓰러진 정당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피력했다. 필자는 한국 보수세력의 장기적 미래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의 판세 전망을 주제로 신인규 대표와 2023년 2월 15일 수요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근처에 위치한 한 전통찻집에서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촬영과 편집은 김한주 팍스뉴스 사진전문기자가 맡아주었다.

정당의 민주적 운영은 헌법이 명령한 의무사항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이 정당민주주의를 향한 당원들의 염원을 오히려 더 강화시켜줬다고 말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공희준(이하 공) :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모임이 어떤 취지와 목적을 띠고서 결성된 조직인지 먼저 간략하게 소개해주십시오.

 

신인규(이하 신) : 국민의힘바로세우기(약칭 ‘국바세’)는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강제로 축출된 사건이 출범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억지로 무리하게 끌어내린 다음 비상대책위원회가 부랴부랴 등장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당원들 사이에서 비대위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해야만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이 일이 국바세가 탄생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은 정당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는 당원들의 열기와 절박감을 오히려 더욱더 고조시켰습니다. 국바세의 결성이 필연적이었던 이유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결국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윤석열 정권 시대를 맞이한 사법부 입장에서 주호영 체제 비대위와 정진석 체제 비대위에 연속으로 레드카드를 꺼내 보이며 퇴장조치를 내리는 선택은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판결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저는 국바세의 정관을 작성하는 작업을 담당했습니다. 정관에는 특정 인물 중심의 구시대적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극단적 진영논리를 극복하자는 시대적 소명의식도 명확하게 담겨 있습니다. 어느 한 인물을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구태정치와 단절해야 비전과 대안에 기초한 건전한 정책경쟁이 설 자리가 비로소 마련될 수가 있습니다. 저희가 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면 그건 특정한 권력자 주변에서 곁불을 쬐려는 시대착오적 세력화가 아닙니다. 이념과 가치에 기반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는 미래지향적 세력 결집입니다.

 

공 : 국바세의 회원 숫자가 궁금합니다. 정치는 숙명적으로 머릿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신 : 현재는 약 5천 명의 회원분들께서 국바세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제가 놀란 부분은 가처분 소송에 무려 1천 600명의 사람들이 소송 당사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법률 대리인 자격으로 재판에 관여했습니다.

 

공 : 이준석 대표 강제 축출의 부당성을 알리는 탄원서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서명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신 : 자그마치 2천 800명이나 되는 분들께서 탄원서에 자신의 이름을 흔쾌히 올려주셨습니다.

 

국민의힘바로세우기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한 모임을 갖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이나 다는 게 젊은 청년세대가 분출할 반발의 거의 전부일 것으로 예상하며 이준석 숙청을 밀어붙였을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서는 허를 찔린 기분일 듯싶다.

 

공 :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골간으로 하고, 대의민주주의의 뿌리는 건강하고 활성화된 정당민주주의입니다. 이준석 전 대표 축출을 출발점으로 하여 국민의힘의 당내 민주주의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 핵심 측근 인사들에 의해 급속도로 무자비하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신인규 대표님께서는 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이 어떤 의도와 동기로 국민의힘의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치명적으로 망가진 국민의힘의 정당민주주의를 복원하려면 어떠한 대책과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신 : 정당의 민주적 운영은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공 : 지도부에게는 헌법의 명령이고, 당원과 국민에게는 헌법상의 권리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는 “①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②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 : 헌법에 쓰여 있는 정당민주주의가 국민의힘에서는 지금 심각하게 퇴행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과거의 권위주의적 군부독재 시절로 회귀한 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진지하게 표명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정당민주주의의 가치와 중요성을 윤핵관들이 모를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 : 그렇다면 윤핵관들은 왜 자꾸만 지금 같은 무리수를 남발할까요?

 

신 : 이준석 전 대표가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작년 여름에 방문하고 귀국하자마자 이준석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노골화됐습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줄줄이 사퇴하면서 당 지도부가 사실상 우격다짐으로 해체됐습니다.

 

공 : 저는 이준석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발맞춰 윤핵관들의 친위쿠데타가 발발한 모습을 보고서 1980년 5월에 최규하 전 대통령이 유가 폭등으로부터 비롯된 제2차 오일 쇼크에 대처하려고 중동의 산유국을 방문한 틈을 이용해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 찬탈에 공공연히 나선 광경이 연상돼 등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신 : 용산 대통령실과 당내 친윤세력이 무슨 목적과 동기로 이 전 대표를 몰아냈는지는 이번 3ㆍ8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너무나 명백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천권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심산입니다. 그런데 전당대회에 임하는 용산 대통령실의 기조와 당내의 기득권 인사들의 태도 간에는 약간의 온도 차이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공 : 어떠한 온도차인가요? 그분들이 대통령과 당대표는 부부관계라는 닭살 돋고 남우세스러운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당정일체를 워낙 요란하고 극성스럽게 강조하고 있어서요.

 

신 : 용산 대통령실은 검찰조직 출신 인사들을 위시한 윤 대통령 직계 사람들을 내년 총선에서 공천자로 대거 내리꽂고 싶은 욕망이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 : 윤 대통령의 입김과 영향력에 기대어 편안히 내리꽂히길 바라는 그 용산 대통령실 사람들이 지금부터 1~2년 전만 해도 문재인 정권의 ‘캠코더 인사’를, ‘낙하산 인사’를 입에 침을 튀기며 극렬하게 비판했었습니다.

 

신 : 당에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계산은 다릅니다. 그분들은 지금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를 어떻게든 지켜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불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준석 축출 사태의 본질을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둘러싼 양대 기득권의 분화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공 : 잠깐만요! 신인규 대표님의 답변을 제가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용산 고래들과 여의도 고래들이 충돌하며 이준석 대표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가련한 새우 신세가 됐다는 의미가 됩니다.

 

신 : 용산 기득권과 여의도 기득권은 한 가지 지점에서는 완벽한 의견일치에 도달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사라져야 한다는 합의였습니다. 이준석이 건재해 있으면 자기들 맘대로 치고받을 수가 없는 탓입니다.

 

공 : 이준석 대표가 알고 보면 분탕질의 원흉이 아니라 실제로는 여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폭발을 저지해온 UN(국제연합) 평화유지군 같은 역할을 힘겹게 수행해온 고마운 존재였다는 말씀이네요?

 

신 : 그 고맙고 무고한 평화유지군을 용산과 당내의 기득권자들은 되레 ‘공공의 적’으로 선포했습니다. 정상적 당대표 임기를 고려하면 이준석 전 대표는 공천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시기까지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당대표는 정당의 전반적 의사결정 단계마다 주도권을 발휘할 수가 있습니다. 이준석이 대표직에서 강력히 버티며 국민의힘의 기강과 질서를 단단히 다잡고 있으면 기득권 세력이 제 구미에 맞게끔 당을 쥐락펴락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이준석 제거는 기득권 세력에게는 그들끼리의 결승전 경기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할 일종의 예선전이었습니다.

 

언론매체에서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로 당대표 경선전이 치러지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계속 내보내고 있습니다. 김기현과 안철수의 경합은 김기현으로 표상되는 기득권 집단과 안철수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의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들 두 사람 가운데 김기현 의원 쪽이 용산 대통령실과의 조율과 협업이 상대적으로 원활하다 보니 윤심(尹心)의 지원과 후견을 등에 업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 테고요. 반면, 이준석 전 대표를 떠받치는 구태 기득권층은 없었습니다. 이준석이 떠난 빈자리마저 서로 먼저 먹겠다며 당내의 기득권자들이 지금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대 안철수’의 경쟁 구도는 근본적으로 당내 헤게모니 쟁탈전에 불과합니다.

 

신인규 국바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좌표를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 서슴없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안철수가 정치적 기준에서 기득권자인지 아닌지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련다. 확실한 대목은 현재의 안철수는 더 이상 본인 스스로 ‘새정치’를 언급할 수 없을 만큼 이미지는 식상해지고 메시지는 진부해졌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안에서 기득권의 반대말은 ‘이준석’


신인규 국바세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는 용산이건 여의도이건 그 어느 기득권 세력도 당 내부에서의 기득권 유지가 어려웠다며 이준석이 기득권 세력에게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배경을 밝혔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대표님께서는 용산 대통령실 안의 신흥 기득권자들과 국민의힘 내부의 전통적 기득권 집단이 손잡고 공동의 적인 이준석 전 대표를 타도했다고 그간의 정세를 분석ㆍ정리하셨습니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이든 당내 기득권자들이든 이준석을 파문하는 대신에 이 전 대표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안도 있지 않았을까요?

 

신 : 윤석열 후보의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 승리는 이준석 당시 대표가 역설하던 ‘세대연합론’의 개가이기도 했습니다. 대선 승리는 기존의 전통적 정치세력과 이준석 전 대표가 견인하고 상징하는 새로운 청년 진영이 힘을 합쳐 창출해낸 값지고 소중한 성과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떠한 영문에서인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준석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철저히 마음을 굳혔습니다.

 

공 : 윤 대통령이 이준석을 쫓아내겠다는 결심에 다다른 연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신 : 여러모로 불편했겠지요. 무엇보다도 이준석 전 대표가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에게 소신 있게 직언도 하고, 눈치 안 보고 용감하게 쓴소리도 한 게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무척이나 불쾌하고 눈에 거슬렸던 것 같습니다.

 

공 :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얘기네요?

 

신 : 예, 그렇죠. 내막을 곰곰이 따지면 용산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이 이준석 몰아내기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던 근원적 동기는 이준석이 있으면 그분들의 기득권을 확대재생산하는 일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불안과 걱정에 있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금배지를 달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은 이준석이 있으면 본인들이 개혁공천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계산했을 걸로 생각됩니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출마의 유일한 명분일 용산 대통령실의 정치 지망생들은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는 편안히 공천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 : 용산이 모루가 되고, 초선 의원들이 망치가 되는 역할 분담으로 이준석을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팬 까닭이겠네요.

 

신 : 국민의당에서 넘어온 안철수계는 이준석이 당대표로 남아 있는 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안철수 의원에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약속했을지도 모를 공천지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초조감이 발동했을 수 있습니다. (②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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