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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③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참지 말자 - 불평등도, 학벌주의도 기성세대가 낳은 산물
  • 기사등록 2019-02-15 18: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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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세대는 자신들의 민낯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지를 모른다. 사람은 거울이 있어야 자기의 얼굴을 볼 수가 있다. 어린이가 어른의 스승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허나 필자는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의 거울이라는 점만큼은 오래전부터 확신해온 터다.

도전과 모험에 대한 두려움, 차별과 혐오에 대한 무감각, 안정된 삶에 대한 맹목적 집착. 현재의 청년세대들에 관한 몇 가지 대표적인 부정적 묘사들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은 청년세대를 낳아 기른 그들의 부모들인 586 세대가 가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진면목과 정확히 일치한다. 김현정 회장은 부모의 욕망을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삼게 된 오늘날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허심탄회하게 조명해줬다.

김현정 회장은 자기 자신이 기성세대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이야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지 여성들에게 호감 줘


공희준 (이하 공) :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여성들보다는 진보적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이런 흐름이 많이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호감도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월등히 높습니다.


김현정 (이하 김) : 저는 이 문제에서는 여성들 내에서 비주류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숙명여대 북한인권 동아리 안의 분위기도 남북관계와 관련해 여성 일반의 여론과는 조금은 결을 달리합니다.


공 : 북한인권 동아리 조직 자체가 약간은 보수 성향을 띠고 있다고 제가 임의로 해석해도 무방할까요?


김 : 북한 인권 문제와 연관해서는 기성세대의 잣대에 비춰보면 저희가 보수로 인식될 수도 있겠죠. 왜냐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인권 문제를 일단은 덮어놓고 가자는 시각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희가 북한 인권을 위해 남북한 간의 긴장고조 행위마저 불사해야만 한다는 쪽은 아닙니다.


공 :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만 이어질 단기적 현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도 모를 구조적 추세일 수도 있을 텐데, 여성들이 남성들과 견줘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을 보이는 연유와 동기가 어디에 있을까요?


김 : 저는 페미니즘(여성주의)가 그러한 여론지형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여성들에게 첨예한 정치문제에, 불평등한 사회현실에 눈을 뜨는 계기를 제공하거든요. 한 가지 이유를 더 보태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호감 가는 이미지가 여성들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데 미치는 영향력 부분도 배제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공 : 처음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던 무렵의 나경원 의원에게 남성 유권자들이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 끌렸던 사례처럼 말인가요?


김 :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민들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 인상을 갖고 계시잖아요.


공 : 생각해보니 제가 알고 있는 남성들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싫지만 배현진은 좋다는 분들도 제법 됩니다. (웃음)


김 : (어이가 없다는 듯) 할 말이 없네요.


MBC 문화방송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 대변인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정보방송학을 전공했다.


20대와 30대는 같은 세대가 아니다


공 : 제가 팍스뉴스에서 인터뷰어 역할을 수행해오며 만났던 사람들 중 여태껏 단연 가장 젊었던 인물이 82년생 남성분이었습니다. 김현정 회장님이 보시기에는 1982년생도 기성세대 아닌가요?


김 : 제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공 : 나이를 물어서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 몇 년생이신가요?


김 : 1996년생입니다.


공 : 정말 젊으시네요. 그럼에도 어엿한 어른이시고요. 웬만한 신문사들마다 개설된 꼭지가 2030 발언대인데, 보통 여기에서는 20대와 30대를 함께 묶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문제는 그런 종류의 발언대에 2030 세대를 대표하겠다고 얼굴 내미는 인사들은 거의 전부가 30대 후반이라는 점입니다. 20대 초중반이 30대 중후반과 거칠게 표현해서 도매금으로 엮이는 일에 동의하십니까?


김 :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혀.


공 : 저도 5060 세대로 묶여서 머리 굵은 손자손녀 둔 60대 후반의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와 같은 범주로 취급당하면 솔직히 기분이 좋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20대와 30대를 뭉뚱그리는 처사가 어떤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 경제력의 차이는 의견의 차이로 이어지는 법입니다. 기성언론에서는 바로 이 중요한 지점을 간과합니다. 30대 후반은 돈을 벌기 시작한 지가 짧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20대 초중반 청년들에게는 아직 미래의 꿈에 머물고 있는 경제적 안정을 어느 정도는 확보한 상태에 있습니다. 예컨대 20대 초반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30대 후반의 대기업 차장님이 어떻게 똑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볼 수가 있겠어요? 20대와 30대의 정치사회적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잘나가는 30대들이 20대들까지 대변해주겠고 나서는 건 오만함의 발로일 수가 있습니다.


공 : 그걸 전문용어로 오지랖 넓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은 20대 안에서도 사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친구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소위 침묵하는 다수로 남아있고요. 그래도 제가 일단 오늘은 기성세대의 대표선수로 출전한 격인 터라 청년들에게 꼰대의 만행을 조금 저질러보겠습니다. 이건 원래 예정에는 없던 악역인데….


김 :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지 궁금합니다.


공 :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를 권좌에서 몰아내고 중심에서 밀어낼 때는 힘과 완력으로, 악과 깡으로 해내곤 했습니다. 호소하고 하소연해서 몰아내고 밀어낸 게 아닙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기성세대에게 자꾸만 애처롭고 처연하게 호소와 하소연만 합니다. 이거 전연 약발 안 먹는 방법인데도. 과거의 20대들은 당시의 50대들에게 “우리 같이 죽자”는 식으로 이판사판으로 대들었습니다. 저는 왜 현재의 20대가 지금의 50대에게 이판사판으로 대들지를 못하는지 의아합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김 : 저도 사실 그런 현실이 굉장히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저는 그 기본적 배경이 지금의 청년세대의 안정에 대한 열망의 정도가 매우 강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된 삶과, 안정된 삶의 전제조건인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열망의 강도가 엄청 크다는 뜻이죠. 더군다나 기성세대에게 마구 대들었다가 혹시 일이 잘못된다면 나중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가 없잖아요.


공 : 기성세대에게 이판사판으로 대들지 않는다고 해서 청년세대에게 뭔가 다른 대안과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요?


김 : 이쪽으로도 전망이 보이지 않고, 저쪽으로도 탈출구가 발견되지 않으니 청년들이 안정된 직업을 찾아 공무원 시험으로 자꾸만 몰려드는 것입니다.


공 : 각자도생을 상책으로 여긴다는 말씀인가요?


김 : 예, 그렇습니다.


50대의 이기적 욕망이 20대의 무기력 원인


공 : 어떤 분이 몇 년 전에 지금의 청년세대는 불평등에 찬성하는 세대라면서 진짜 책 한 권 분량으로 울분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젊은이들이 중년들이나 노인들보다도 서열을 매기고, 순위를 정하는 데 훨씬 더 신속하고 열성적인 모습이 그리 탐탁하게 보이지를 않습니다. 김현정 회장님께서는 청년들이 차별에 찬성하고, 서열 매기기에 열중하는 까닭이 기성세대 탓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 예. 저는 기성세대에게 근본적 책임과 원인이 있다고 믿습니다. 기성세대의 영향과 작용이 없었다면 그런 잘못된 풍토가 청년들 사이에 생겨나지 않았겠죠.


공 : 말씀을 들으니 제가 되레 더 궁금증이 발동하는데, 지금 20대들은 왜 그렇게 기성세대의 영향을 많이 받나요? 이런 표현 정말 죄송스럽지만, 저희 때는 기성세대의 영향을 받는 게 무지하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김 : 과거에는 식구들의 숫자가 여럿이다 보니 형제들끼리 어울리며 자라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평적 질서와 관계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저희들 부모님 세대들은 거의 다들 형제자매가 많습니다. 그분들이 나중에 가정을 이루면서 과도한 교육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면 다들 자식이 한두 명이었으니까요?


공 : 자녀들의 숫자가 줄면서, 특히나 한 자녀 가정이 증가하면서 부모들이 자식에게 모두걸기 하는 풍조가 만연했습니다.


김 : 저희에게는 부모세대가 되는 지금의 중장년세대가 자식이 관계된 일에 관여하는 정도가 극히 심해졌습니다.


공 : 586 세대가 밖에서는 민중이 어떻고, 민족이 어떻고, 민주주의가 어떻게 떠들고 다니지만 정작 자기 집에 돌아와서는 자식들에게 자율권과 독립성을 잠시도 허락하지 않기 일쑤입니다. 부모와 자식 관계를 옛날 종속이론 풍미하던 시대의 중심과 주변부 관계로 586들이 변질시켜놨습니다.


김 : 저희 세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대학에 가야만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좋은 직장을 얻어야,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그 결과 학벌주의를 수긍하는 자세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용인하는 태도가 청년들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체득되고 말았습니다. 학벌주의도, 그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도 지금의 대학생들이, 현재의 청년세대가 만들어놓은 문제점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는 기성세대가 조장해온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의 산물입니다. 저는 그와 같은 분위기가 청년들로 하여금 학벌체제를 당연시도록, 명문대 입학만을 무조건 동경하도록 이끌어왔다고 봅니다. 청년들이 살아오면서 가장 자주 듣고 가장 중요하게 배워왔던 소리가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 가고, 좋은 대학 가야 대우 받는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공 : 저는 신문방송에 단골로 출연하는 나름 이름났다는 유명한 20대들의 의견과 논리에는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 친구들 대부분은 자기들을 신분방송에 내리꽂아준 586들을 위한 앵무새 노릇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들에게 참교육 제대로 당한 셈이죠. (웃음) 저는 그래서 김현정 회장님처럼 기성세대에게 참교육 당하지 않은 진짜배기 20대의 진솔한 육성을 독자들께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김 : 저도 기성세대에게 참교육 당한 사람인데. (웃음) 


공 : 이게 다 호세와 배영수 두 프로야구 선수 때문입니다. (웃음)


김 : 저는 제 자신이 기성세대의 영향과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해온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를 아우르는 우리사회 모든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일에서만큼은 다들 의견이 같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이루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맞춰나가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줘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우리 모두 더는 참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는 그런 마음들을 표출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보다 많아지고, 그런 마음들을 확인하고 의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깊고 넓게 형성됐으면 좋겠습니다.


공 : 좋은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 : 감사합니다. (끝)



덧붙이는 글

본 인터뷰는 사회디자인연구소(소장 김대호)와의 공동기획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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