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숙청 공작의 실질적 행동대원들은
이철규와 박성중, 일부 정치 고관여층을 제외하면 대다수 일반 국민들에게는 몹시 생소하게 들릴 이름들일 것이다.
허나 낮에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의 집무실에, 밤에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의 사저에 각각 머물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무에 관여는 하지 않되 참여는 하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매우 반갑고 익숙한 인물들일 개연성이 짙다. 왜냐? 이 두 명의 집권당 소속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때로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때로는 노골적이고 폭력적 양상으로 지난 몇 달 동안 전개되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숙청 작업의 민완 행동대원 역할을 충실하게 맡아왔기 때문이다.
먼저 박성중 의원에 관해 알아보자. 그는 보수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말뚝을 꽂아놔도 당선된다는 서울 서초구 을 선거구에서 20대, 21대 총선에서 연거푸 금배지를 단 재선의원이다. 1958년생으로 한국나이로 현재 65세,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공개한 박성중 의원의 재산액은 2021년 3월 기준으로 79억 3,119만 5천 원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강남부자의 정체성이라고 하겠다.
보수 정당에서 강남과 영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은 별다른 대중적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숨만 쉬고 있어도 당선되는 지역구를 꿰찬 덕분이다. 이런 박성중 의원이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는 2021년 4월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이었다.
그즈음에는 의사결정권을 쥔 당직이 없던 이준석은 오세훈 카드로 충분히 승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자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이기기가 어려우니 당 밖 인사를 영입해 공천해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했다. 장제원 의원과 박성중 의원이 이와 같은 분위기를 대변했다. 두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심 염두에 둔 터였다. 따라서 국민의힘 독자후보론를 주장하는 이준석과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고집하는 박성중의 의견 충돌은 불가피한 사건이었다.
대선운동 기간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던 두 사람의 갈등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박성중은 국민의힘의 최대 기득권 세력인 현역 의원들을 대표해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공격에 수시로 나섰다.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준석을 맹공한 게 극명한 예였다.
더군다나 박 의원은 올해 연초 개최된 윤석열 대선후보와 청년들 간 간담회를 윤 후보 측이 스피커폰 간담회 형식으로 대충 때우려 시도하자 이에 반발하는 청년들을 뜬금없이 ‘이준석파’로 매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명색이 독립된 헌법기관인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젊은 당대표를 사사건건 물어뜯으며 국민을 위한 선량이 아닌 용산 대통령실의 가병 구실에 열을 올리는 박성중 의원의 모습은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 기명 칼럼에서 개탄한 한국정치의 총체적 ‘저질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뚜렷한 증좌였다고 하겠다.
박성중 의원이 이준석과의 정규전을 주로 수행했다면 이철규 의원은 이준석 대표를 표적으로 삼은 비정규전에 중점적으로 치중해왔다.
이철규 의원은 1957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66살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등록된 이 의원의 재산은 2020년 8월 기준으로 39억 4천만 원이었다. 당시 시점에서 강원도 지역구 국회의원들 가운데 1위였다. 공식적 재산 규모에서는 박성중 의원에게 뒤지지만 이철규 의원은 재테크에 남다른 수완을 과시했다. 2021년 8월 무렵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남한의 지방토호들에게 흔히 목격되어온 행태였다. 그러자 이철규 의원은 자신에 대한 의혹제기를 마녀사냥 식의 정치적 탄압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런데 희한하면서도 모순적 대목은 이준석 대표가 성상납을 받고 증거인멸 교사마저 획책했다는 의혹에 휩쓸리자 이준석의 당대표직 사퇴를 앞장서 촉구한 인물이 다름 아닌 이철규 의원이라는 점이었다. 내로남불이라고, 나에 대한 의혹제기는 부당한 정치공세이고, 남에 대한 의혹제기는 정당한 문제제기란 말인가?
필자는 이철규 의원이 윤석열 정권의 이준석 숙청 작전에서 비정규전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서술했다. 어떤 게 비정규전이냐? 윤핵관들 중 한 명이 경찰에 이준석 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수사의 강도를 높이라는 압력을 가했는데, 해당 압력의 당사자가 바로 이철규 의원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당연히 펄쩍 뛰면서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더 나아가 그는 그러한 언론보도를 인용한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발끈하기도 했다.
이철규는 충북지방경찰청장과 경기경찰청장 등의 경찰조직 내 주요 보직들을 차례로 역임한 경찰 고위간부 출신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철규 의원을 윤석열 대통령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인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과 더불어 현 정권의 경찰 장악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인물로 분석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를 정조준한 수사를 경찰이 진행해온 사실을 감안하면 이준석 숙청 과정에서 이철규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민심의 반응인 셈이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소환한 방화범의 정치학
부유한 60대 남성이라고 하여 정치사회적으로 긍정적 기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마이크로 소프트를 설립해 윈도우즈 시리즈의 신화를 일군 빌 게이츠도 60대이다. 1955년생으로 우리나이로 68세. 소프트뱅크 그룹의 창업자로서 전 세계 벤처업계를 호령하는 혁신의 선도자로 맹활약해온 손정의 회장은 1957년생 닭띠로 한국 나이로 66세이다. 이외에도 웬만한 젊은이 못잖은 반짝이는 창의력과 왕성한 에너지를 선보이며 자기가 몸담은 분야와 영역의 변화와 개혁에 힘쓰는 부유한 60대 남성들의 숫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여의도의 제도정치권에 눈길을 고정시키면 보수적인 60대 남자 정치인들이 나라의 발전과 민중의 복리증진에 이익이 되는 긍정적 기여를 해주길 바라는 건 메마른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서 살아 있는 거대한 향유고래를 찾는 것만큼이나 기대 난망한 일이 되었다. 그들 대부분이 본인이 오랫동안 만끽해온 낡고 부패한 기득권 체제의 유지와 확대재생산에 혈안이 된 구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탓이다. 이를테면 박성중 의원과 이철규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이준석 축출에 총대를 멘 걸 빼놓으면 국회의원으로서 무슨 구체적 업적을 남겼는지는 아직껏 오리무중이다.
이준석 숙청 사태에서 국민들이 생생히 목격한 현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3연승으로 견인한 30대 젊은 당대표를 집요하게 음해하고 끊임없이 조리돌림하는 기득권 보육남 정치인들의 구제불능의 탐욕과 권력욕이다.
다른 하나는 이대남으로 불리는 젊은 남성들의 목을 짓누르는 진짜 주범은 그들 또래의 젊은 여성들을 지칭하는 이대녀는 아닐 거라는 점이다. 부유하고 보수적인 기득권 60대 남성들이야말로 젊은 남성들의 미래를 파괴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원흉들로 의심되는 연유에서이다. 한국사회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나이 먹은 기득권 남성층이 제일 두려워하는 천지개벽할 상황은 범사회적 차원의 전면적 세대교체의 현실화이다. 세대교체의 주역이 이대남들일 테니 기성세대로서는 젊은 미래세대의 도전과 약진을 철통같이 원천봉쇄하는 게 유일한 기득권 사수 전략일 수가 있다.
현명한 인간은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 광경에 봄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어리석은 자는 자기 집 지붕 아래 둥지를 튼 애꿎은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리면 영원히 봄이 오지 않으리라는 터무니없는 환상에 빠진다.
필자는 이준석이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유능하고 참신한 리더일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준석이 세대교체의 필연적 추세를 예보하는 한 마리 제비임은 확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위시한 한국사회의 기득권 보육남들은 이준석만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매장ㆍ제거하면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이 영구히 지속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탈환을 이뤄낸 멀쩡한 정당에 불을 지르는 방화범 노릇까지 자청해가며 국민의힘이 비상사태라고 우기는 연유이다.
이준석이 제기한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인용함으로써 화재가 진압되자 용산과 여의도의 기득권자들은 비대위를 다시금 무리하게 꾸리며 당에 또 불을 지르려 하고 있다. 세계사의 기억을 반추해보면 나치스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집권 직후 수도 베를린에 소재한 제국의회(Reichstag) 의사당 건물에 일부러 불을 질러 국가적 위기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장한 바 있다.
히틀러는 방화의 책임을 네덜란드 태생의 공산주의자 판 데어 루베에게 뒤집어씌웠더랬다. 만약 그때 스마트폰과 텔레그램 메신저 앱이 개발돼 있었다면 제3제국의 총통은 제국의회에 실제로 불을 질렀을 휘하의 돌격대원들에게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단체문자로 신나게 발송했을지 모른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평행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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