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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이준석을 이길 수 없다 - 국민의힘은 어떻게 약팀이 되었는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2-08-12 19: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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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선조, 윤핵관은 원균


유승민-이준석 정당이 창당되면 윤석열-윤핵관 정당보다 지지율이 두 배나 높을 것이란 예상에 담긴 함의를 윤석열 대통령은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아야만 한다. 사진은 지난 대선기간 동안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들 중 한 장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사자가 이끄는 양의 군대가 양이 이끄는 사자의 군대를 이긴다고 역설했다. 리더십의 우열이 한 국가의 성쇠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리더십의 좋고 나쁨에 따라 흥망이 엇갈리는 현상은 비단 국가 차원에 한정된 사항이 아니다. 이를테면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익진 전술로 왜군 함대를 통쾌하게 궤멸시킨 조선 수군과 칠천량 해전에서 무기력하게 몰살당한 조선 수군은 별개의 군대가 아니었다. 무기도, 병사들도, 중견급 지휘관들도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단 한 가지만이 달라졌을 뿐이다. 한산도 대첩에서의 삼도수군통제사는 이순신이었고, 칠천량 패전 당시의 수군 총수는 원균이었다.

 

칠천량으로 출격한 조선수군의 어수선함과 지리멸렬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밀명으로 숙청당한 이후의 국민의힘이 그리고 있는 우울하고 절망적인 자화상이다.

 

일각에서는 이준석을 당수직에서 무리하게 축출한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은 무관하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서 억울하게 삭탈관직당한 일이 선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건이었다고 우기는 소리만큼이나 얼토당토않은 억지 궤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권성동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찍힌 텔리그램 문자 메시지는 인공지능이 저절로 알아서 자동으로 발신한 문구라는 말인가?

 

이준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당연히 아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선조 임금에, 윤핵관들을 원균에 각각 비견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이준석이 쫓겨난 다음 겨우 한 달 여 만에 현재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너무나 처참하고 형편없이 망가져버린 탓이다.

 

소속 국회의원들의 망언과 실언이 하필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유례없는 역대급 폭우가 퍼부은 시점에 쏟아지고 있다. 급기야, 홍수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 거주해온 반지하층 주택을 윤석열 대통령이 셋집 소개하는 부동산 중개업자처럼 무표정한 표정으로 쭈그리고 앉아 바라보는 사진이 다른 곳도 아닌 대통령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떡하니 올라오는 어이없는 망발마저 서슴없이 빚어졌다, 정권 전체적으로 기초적 정무감각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공감능력조차 완전히 실종된 까닭에서이다.

 

이준석을 추방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할통치가 개시된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한 시기의 새누리당 수준으로 철저히 퇴행했다. 가세연 부류의 저질 극우 상업 유튜브 방송들이 요구하고 압박하는 방향으로 당론이 좌지우지되지는 현실까지 감안하면 작금의 국민의힘은 황교안 체제의 미래통합당이 그대로 좀비처럼 부활한 격이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중요 선거 4연승을 헌납하던 시절의 실력도 없고, 비전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수구꼴통정당의 모습이야말로 이준석이 경영권을 박탈당하고 윤석열이 직영을 시작한 국민의힘의 보탤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정확한 현주소라고 하겠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상처뿐인 무승부

 

서두에 언급한 마키아벨리의 명제에서 사자를 ‘혁신가’로. 양을 ‘구태’로 갈음해보자. 그러면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의 현황과 전모 또한 더욱더 확연히 파악될 것이다.

 

이준석이 당대표로 활약하던 국민의힘은 혁신가가 이끄는 구태 정당이었다. 송영길 전 의원이 당대표로 군림하던 더불어민주당은 구태가 인솔하는 구태 당이었다. 혁신가가 이끄는 구태의 무리가 구태가 지휘한 구태 집단에게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건 자연스럽다 못해 그 누구도 거역 못할 역사적 필연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것임은 일찌감치 예견된 터였다. 20대 대선이 일타 쌍피의 대박 선거였던 연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고사령관을 혁신가로 과감하게 교체하지 못하는 한에는 국민의힘이 앞으로 치러질 선거들마다 더불어민주당에게 판판이 손쉬운 낙승을 거둘 게 명약관화했다.

 

한데 윤핵관들이 대통령의 지시로 획책ㆍ감행한 이준석을 돌연 찍어내는 시대착오적인 친위쿠데타는 국민의힘을 더불어민주당과 전연 변별되지 않을 구태가 이끄는 구태의 정당으로 도로 환원시키고 말았다. 이준석이 힘들게 이뤄놓은 변화와 혁신의 성과물들은 윤핵관의 당권 찬탈을 계기로 허망하게 물거품이 돼버렸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직할체제로 후퇴했다. 젊은 혁신가가 이끄는 늙은 구태들의 정당에서 노쇠한 구태가 이끄는 노쇠한 구태들의 정당으로 한심하게 되돌아간 셈이다.

 

국민의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허나 민중에게는 불행하게도 더불어민주당은 이 귀중한 절호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의지와 패기가 희박해 보인다. 혁신가로 평가되기 어려운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게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송영길 때나 이재명 때나 더불어민주당은 구태가 장악한 구태 조직의 위상과 성격을 의연히, 아니 지겹도록 고집ㆍ유지해나갈 기세이다.

 

양쪽 전부 장수도 구태고, 병졸도 구태면 지루한 교착상태가 이어질 공산이 높다. 상처뿐인 승리조차 되지 못하는 상처뿐인 무승부가 지겹도록 반복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대 정당 간의 상처뿐인 무승부의 연속은 구태 정치꾼들의 기득권을 강고하게 온존시켜준다는 점에서 여의도의 낡고 부패한 정치세력 입장에서는 좋으면 좋았지 나쁜 구도는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보통의 국민들에게는 정치가 경제를 비롯한 다른 사회 분야들의 발목을 잡아온 망국적 증상이 영원토록 지속되는 통탄할 후과를 가져올 따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들게 피어난 혁신의 새싹을 잔인하게 짓밟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실패한 대통령으로 우리나라 정치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이미 90프로 이상에 도달했다. 배우자와 측근들에 의해 눈이 가리고 귀가 막힌 윤 대통령 본인만이 이 자명한 이치를 아직 모를 뿐이다. 권력은 모르는 객관적 진실을 국민들은 늘 먼저 기민하게 알아왔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신당의 지지율의 국민의힘 지지도를 두 배로 압도할 것이란 따끈따끈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민심과 싸워서 이기는 권력은 없다. 미래세대와 다퉈서 이기는 대통령은 더더욱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모든 당무에서 손을 떼시기 바란다. 민생경제 회복과 자연재해 예방 같은 대통령이 응당 전념해야만 할 과제들에 진정성 있게 집중하시라. 그리고 김건희 여사, 장제원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의 ‘김제동 트리오’를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윤 대통령 근처에 아예 얼씬도 못하게끔 엄중 단속하시라. 국민은 윤석열과 이준석 사이에서 이준석의 손을 단호하게 들어줬다. 이제는 윤 대통령이 이준석의 손을 들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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