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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② “시가 위주의 땅값 계산은 한국에서만 성행해” - 부동산 가격 평가는 시장성, 비용성, 수익성 세 가지를 모두 감안해야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1-31 18: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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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길거리에서 받아보는 분양광고 전단지들에 현란하고 큼지막한 글씨체로 쓰여 있곤 하는 내용들이다. 이와 같은 요인들이 ‘호재’로 작용해 앞으로 계속 땅값이 오를 테니 늦기 전에 빨리 투자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일을 맡고 있는 감정평가사들은 어떤 잣대로 땅값을 정하는 것일까? 일반인들은 안 들어도 알 것 같고, 들어도 모를 것 같은 알쏭달쏭한 땅값 결정의 메커니즘을 조정흔 감정평가사의 설명과 안내에 의지해 알아보았다.

공희준(이하 공) : 땅값의 높고 낮음에 따라 작게는 한 개인과 가족의 운명이, 크게는 수천~수만 명의 성패가 결정돼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어떠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고, 주로 어떠한 요소와 항목들을 감안해 산정되는지 말씀해주세요.


감정평가 삼방식은 전 세계 표준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단기시세만 중시하면 정확한 땅값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조정흔(이하 조) :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동산이 최근에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땅값의 기준으로 간주해왔습니다. 그렇지만 부동산 평가 이론에서는 ‘감정평가 삼방식’에 근거해 가격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공 : 삼방식이라는 표현이 무척 생소하게 들립니다.


조 : 삼방식은 세 가지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공 : 아하!


조 : 감정평가 작업은 세 가지 방식, 곧 세 가지 방법에 근거해 이뤄집니다. 첫 번째가 ‘거래사례 비교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시세’라고 부르는 걸 알아보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자산의 시장성에 기초합니다.


공 : 나머지 두 가지 방식은 뭔가요?


조 : 부동산 형태의 자산을 형성하는 데에는 돈이 들어갑니다. 이를 투입비용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리는 작업에 들어간 전체 비용이 얼마인지를 계산해서 부동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원가법’이라고 합니다. 투입된 비용을 전부 다 더하는 방법입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분양가 상한제를 일종의 변형된 원가법으로 분류할 수가 있습니다. 땅값과 건축비를 합산해 분양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투입된 총 비용의 적산(積算), 즉 합계를 기준으로 부동산 형태로 구성된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게 바로 원가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조정흔 평가사는 감정평가 분야에 관해 일자무식일 수밖에 없는 필자 같은 인간도 알아먹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필자의 아둔한 머리는 나로 하여금 그의 노력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게끔 만들고 말았다.


조 :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수익 방식’입니다.


공 : 수익 방식이요?


조 : 예, 그렇습니다. 점포와 같은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임대된 건물들이 많습니다. 건물주들이 세를 놓고 월세를 받는 것이죠. 수익 방식은 부동산에서 창출되는 소득이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부동산의 가격을 구하는 방식입니다.


감정평가사들은 시장성, 비용성, 수익성의 이 세 가지 요소에 기초해 자산의 가치를 평가해왔습니다. 이는 감정평가 업계에서 자의적으로 설정한 잣대가 아닙니다. 감정평가에 관한 제도와 법규들에서 규정해놓은 척도들입니다.


공 : 외국에서도 이와 같은 삼방식 평가 체계를 채택하고 있습니까?


조 : 예. 미국과 일본도 우리나라와 감정평가 방식이 같습니다. 감정평가 삼방식은 거의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부동산 가치를 산출할 때 공통적으로 통용되어온 표준적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현재 거래되는 시세 위주로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행 분양원가 상한제의 문제점은



공 : 평가사님께서 방금 분양가 상한제에 관한 의견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인구에 회자되어온 의미심장한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민간에서는 그에 맞춰서 대책을 내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거나 교묘히 피해갈 수 있는 대책들을 벌써 일찌감치 마련해놓았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각종 가재도구와 생활편의 시설들을 일괄적으로 구비해놓는 ‘풀 옵션’ 분양을 했는데, 앞으로는 집에 도배만 해놓은 상태에서 아파트를 판매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결국은 눈 가리고 아웅,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게 뻔한데, 문재인 정부가 나름 야심차게 내놓은 분양가 상한제가 과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가 있을까요?


조 : 현대 시행중인 분양가 상한제에도 사실은 맹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공 : 어떤 한계들이 있나요?


조 : 땅값을 어떻게 결정할지는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가 않습니다. 제가 정부에서 나온 보도자료들을 살펴보니까 국토교통부는 공시지가의 범위를 초과하는 토지가격은 무조건 과다하다고 생각하고서 여기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땅을 갖고 있는 토지 소유자들이 정부의 결정을 납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분들을 설득하려는 모습이 정부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공공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기존부터 시행해온 제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택지 가격을 시세를 기준으로 책정해 토지를 민간건설사들에게 분양해줬습니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이미 고평가된 택지 가격으로 정부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은 셈입니다.


지금은 표준형 건축비 또는 기본형 건축비를 기준으로 건축원가를 산정합니다. 이 건축원가가 합리적 가격인지를 검증할 수 있는 마땅히 수단이 현재는 없습니다. 정부는 시행규칙 등을 통해서 전국을 동일한 기준에 입각해 부동산 가격을 고시해왔습니다. 지역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런 차이점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지금 채택된 건축비 기준과, 현재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에 여려 가지 모순들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 : 정부의 자신만만한 호언장담과 달리 실효성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의미인가요?


조 : 저는 정부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땅값 기준에 택지가격을 맞추려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택지 가격을 공시지가의 몇 프로 범위 안에서 인위적으로 묶는 방식을 밀어붙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에 나서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 : 엄청난 반발….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진보 성향의 인터넷 언론매체인 프레시안에 부동산을 주제로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개혁적인, 어쩌면 급진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조정흔 평가사마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안정책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양상을 띨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난폭한 악당으로 그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강제로 침대에 눕힌 다음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남는 부분을 자르고, 몸이 침대 길이에 미치지 못하면 억지로 팔다리를 잡아 늘리는 엽기적인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③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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