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편집위원
공희준(이하 공) : 최근 핫한 인물로 떠오른 사람이 전광훈 목사입니다. 그 자격과 대표성에 문제가 있건 없건 간에 전광훈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총괄회장인 동시에 현직 목사입니다. 게다가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유일무이하게 수십만 명의 인파를 광장으로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는 단기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의 부활과 보수의 재건을 가로막는 인물입니다.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방해하기 때문입이다. 그러므로 그 피해의 범위가 보수 세력에 한정됩니다. 허나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기독교계는 물론이고 한국사회 전체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게 분명합니다. 전광훈 목사라는 이 시대의 괴물이, 제정 러시아의 라스푸틴 같은 요승이 갑자기 등장한 사건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그리고 자기도 전광훈처럼 되기를 원하는 제2, 제3의 전광훈이 출현하는 일을 막으려면 기독교계 차원에서 어떤 대책과 노력이 요구되는지 알려주십시오.
전광훈 목사는 무늬만 친박
김용민 : (강조하는 말투로) 전광훈 목사는 친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친박이 아닙니다. 그는 친박 성향 정당인 우리공화당과 실제로는 사이가 나쁩니다.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대단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황교안 대표를 친박으로 분류하는 건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속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민 PD는 전광훈 목사를 ‘전광훈 씨’로 호칭했다. 인터뷰의 중립성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필자는 그를 ‘전광훈 목사’로 부르기로 편집 방침을 정리했다.
공 : 김용민 PD님도 이 지점에서는 신기하게 저와 의견이 일치하네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의 수모를 연달아 당하는 와중에서도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업무에 임했습니다. 그 자리를 진짜로 즐기는 눈치였습니다. 어쩌면 그게 박근혜를 향한 황교안이 진정한 본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 ‘황교안=친박’은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추측성 예단일 뿐입니다. 황교안 대표와 현재 정치적으로 한 배를 타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과거에 어떻게 평가했는 줄 아십니까?
공 : 궁금합니다. 전 목사께서 워낙 말씀을 희한하고 엽기적으로 하는 분이라.
김 : 전광훈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일컬어 “악령과 가까이 하는 여자”라고 비판했습니다.
필자는 순간 그야말로 확 뿜을 뻔했다. “악령과 가까이 하는 여자”라니? 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바라봐온 무수한 인간들 중의 한 명이지만 그가 몹쓸 악귀에 씌웠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광훈 목사는 혹시 부업으로 ‘프리랜서 퇴마사’ 노릇이라도 하는 것일까?
김 : 전광훈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독설과 비아냥을 퍼붓던 인물입니다. 전광훈 목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단절하지 못한다고 황교안 전 대표를 심지어 질책하기까지 했습니다.
공 : 질책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혼내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그쪽 동네 권력서열에서는 전광훈이 황교안 위인 모양이네요.
김 : 그토록 모질게 박근혜를 맹비난하던 전광훈 목사가 지금은 안색을 싹 바꾸고서 친박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공 : 전광훈의 본색은 결국은 ‘꺼삐딴 전’인가요?
김 : 저는 전광훈 목사의 친박 마케팅의 진정성은 제로라고 생각합니다. 전광훈 목사가 수십만 명을 광장과 길거리로 일시에 동원할 수 있다고 보신다면 그건 형님께서 그 양반의 실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신 것입니다. 실제로는 기껏해야 몇 천 명 불러낼 수 있는 게 전부입니다.
공 : 그렇지만 10월 3일 개천절과 10월 9일 한글날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중이 광화문광장에 운집했습니다.
김 : 그건 전광훈 목사의 동원력에 기인한 게 아닙니다.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등의 보수 정당들이 집회 대열에 합류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전광훈 목사와 그를 따르는 인사들의 역량으로는 그러한 규모의 국민들을 모이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단지 제 개인적 주장이 아닙니다. 우파에 있는 사람들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공 : 김용민의 사견이 아닌 우파 인사들의 진단이라는 말씀이네요?
김 : 예, 그렇습니다. 우리는 전광훈 목사의 몸값과 무게감이 확 커진 시점에 착목해야 합니다.
공 : 어떤 시점이었나요?
김 :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한다면서 전광훈 목사를 찾아간 일이었습니다. 10월 9일 집회 같은 경우는 황교안과 전광훈이, 전광훈과 황교안이 집회를 공동주최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황교안 대표가 힘을 실어준 덕택에 전광훈 목사가 확 떴다고 판단해야 사리에 맞습니다.
기독교계, 전광훈 목사와 엮이기 원하지 않아
김용민 PD의 이러한 분석에 필자는 별로 동의가 되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에 힘입어 전광훈 목사가 수십만 명의 인파를 몰고 다니는 장외의 거물로 벼락출세했다고 하기에는 기성 제도권 정치에서의 황교안 본인의 역량과 위상이, 정치력과 지지율이 현재 너무나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공 : 대다수 대중은 전광훈이 황교안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김 : 전광훈 목사는 자유한국당에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기 이전에는 존재감이 없는 사실상의 무명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전광훈 목사는 장외집회에 대한 노하우를 나름 착실히 축적해왔습니다. 그는 극우파들이 참여하는 각종 행사와 시위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조직해왔습니다. 그런 경험과 기술 때문에 꾸준히 집회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지, 전광훈이란 사람 자체가 좋아서 수십만 명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만큼 우리 국민들의 민도와 수준이 결코 낮지는 않습니다.
공 : 전광훈 목사에 대한 개신교의 반응은 어떤가요? 많이 곤혹스러워할 것 같은데.
김 : 교계에서는 전광훈 목사와 도매금으로 묶이는 데에 질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나라를 잘못 이끌었으면 교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겠냐는 기류와 분위기는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가지는 제가 확실하게 단정할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집권여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전광훈 목사와 결부되는 사태를 기독교계는 치욕으로, 굴욕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손절하는 순간 전광훈 목사는 그날로 끝장이라는 사실입니다. 전광훈 목사의 일부 극렬 추종자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기독교인들은 그의 행동이 옳지 않다고 여깁니다. 기독교인들마저 전광훈을 경원시하는데, 불교나 천주교를 믿는 다른 종교인들이 그를 지지할 리가 있겠습니까?
공 : 그래도 전광훈 목사가 요새 잘나가는 데에는 그만의 독특한 영업비밀이나 혹은 비장의 승부수가 있지 않을까요?
김 : 전광훈 목사의 최대 무기는 그의 노골적 기복주의입니다.
공 : 기복주의라면 “내게 소원을 말해봐” 뭐 그런 종류요?
김 : 전광훈 목사가 주도적으로 주최하는 광화문광장의 집회에 참석하면 불치병도 낫는다는 식으로 저들은 저질의 허황된 기복주의를 부추깁니다.
공 : 아, 그거 괜찮네요.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웃음)
김 : 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만 한다고 떠들겠습니까? 헌금을 많이 하라고 채근합니다.
공 : 저도 전광훈 목사를 남몰래 은밀히 벤치마킹해야겠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을 들으면 강남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다고. (웃음) 기복신앙이 있으면 기복 유튜브도 가능하니까요. (⑦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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