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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강남좌파 아리스테이데스 (8) - 적에게는 사나웠으나 아군에게는 관대하다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11-05 1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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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테이데스는 아테네군의 장군으로 선출되어 8천 명의 자기 나라 군대를 이끌었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으로는 스파르타의 파우사니아스 왕이 추대되었다. 그리스도 대병을 출전시켰지만, 페르시아군의 군세는 이보다 더 컸다. 제국군의 진영은 시작과 끝이 어딘지를 종잡기조차 어려웠다, 양군은 플라타이아이의 평원에서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맞섰다.


아테네 부유층 청년들은 전투에서의 죽음으로 반역죄의 용서를 구했다. (이미지 : ancientgreecereloaded.com)

중요한 결전이었으니만큼 양군은 신중을 기해 진영을 짜고 작전계획을 수립했다. 그리스군 안에서는 누가 라케다이몬의 우익 옆에 설지를 둘러싸고 아테네와 테게아 사이에 날선 논쟁이 벌어졌다. 테게아 사람들이 군사적 전통을 내세워 자신들이 명예로운 자리에서 전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많은 아테네인들이 여기에 격분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차분한 어조로 아테네 측의 입장을 최종적 결정권을 쥔 스파르타인들에게 담담하게 설명해나갔다.


“대형 안의 위치가 달라진다고 해서 있던 용기가 사라지지도, 없던 용기가 생겨나지도 않습니다. 우리 아테네는 어느 위치에서든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적군에게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우리는 동맹국들과 다투러 온 것이 아니라 적들과 싸우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입니다.”


이 명망 높은 아테네인의 침착한 태도와 논리정연한 설득은 연합군 수뇌부의 마음을 움직였고, 아테네군은 그들의 바람대로 스파르타 바로 오른쪽에서 페르시아군과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전쟁이 가져오는 혼란과 무질서, 파괴와 공포는 수많은 인간들의 운명을 상전벽해의 처지로 뒤바꿔놓기 쉽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은 아테네의 여러 명문가들을 순식간에 몰락시켰고, 돈도 명예도 다 잃고서 졸지에 알거지가 돼버린 부잣집 자식들은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환멸과 거부감을 품게 되었다. 전장에 종군하고 있던 이들 중 몇몇이 플라타이아이의 어느 집에 은밀히 모여 쿠데타를 꾸미다 발각되고 말았다. 이들은 모의가 실패할 경우 페르시아 진영으로 투항할 요량이었다.


반역 음모를 적발한 아리스테이데스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평상시 같으면 쿠데타에 동참한 괘씸한 무리들 전부를 즉시 일망타진했겠으나, 지금은 몇 배나 되는 적군과 대치하는 중이었다. 원칙을 지킨답시고 사건의 시시비비만을 무작정 따지다가는 부대 전체가 싸우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우르르 와해될지도 몰랐다.


그는 음모에 가담한 사람들 가운데 단 여덟 명만을 체포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잡아들인 것은 6명뿐이었다. 주모자인 아이스키네스와 아게시아스는 벌써 도주한 후였다. 실은 아리스테이데스는 그들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반란을 선동하지 못하게끔 군중에서 도망가도록 일부러 내버려두었다.


그는 조용히 잡아온 역도들을 역시나 조용히 풀어줬다. 사건에 연루되었으나 아직 가담 사실이 들통 나지 않은 자들에 대한 무언의 경고이자 훈계였다. 조국을 위해 전장에서 목숨을 바치는 쪽이 역적으로 몰려 개죽음을 당하는 편보다는 백배는 나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결백과 무죄함을 싸움터에서의 무훈과 용맹함으로 증명해야만 하는 벌 아닌 벌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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