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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강남좌파 아리스테이데스 (7) - 아테네, 스파르타, 페르시아 세 나라의 머리싸움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10-31 13: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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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도니오스는 술수에도 능한 자였다. 그는 그리스와 나머지 도시국가들 사이를 갈라놓는 이간책을 구사했다. 아테네에게는 전쟁의 참화를 입어 잿더미가 돼버린 시가지를 재건하는 일을 돕는 데 더해 그리스 세계의 맹주 자리를 보장하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제시하는 한편, 나머지 나라들에 대해서는 드넓은 보이오티아의 벌판에서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고 협박조로 선전포고를 했다.


가장 먼저 화들짝 놀란 나라는 라케다이몬 즉 스파르타였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에 사절단을 파견해 집과 농토를 잃고서 거리와 광야를 맴도는 아테네의 여자와 아이들과 노인들을 돌봐주겠다고 제의했다. 겉모습은 관대한 인도주의적 제안이었으나 실상은 아테네가 페르시아 제국과의 단독강화에 나서지 못하도록 인질들을 붙잡아두겠다는 음흉한 속내의 발로였다.


할리우드 영화 「300」이 우람한 근육질의 우직한 상남자로 묘사한 것과 달리 스파르타 사내들은 매우 교활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스파르타인들의 속셈을 단박에 꿰뚫어봤다. 그는 아테네가 아무리 궁핍해졌기로서니 같은 그리스 사람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다고 라케다이몬 측의 제안을 일축하면서, 그리스인들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아테네의 희생과 헌신을 물질적으로 보상하려면 세계의 황금을 모두 긁어모아도 부족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마르도니오스는 화전양면의 전술로써 아테네는 대화와 평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다른 폴리스들에게는 제재와 압박을 가해 그리스를 각개격파할 심산이었다. 이 또한 아리스테이데스에게는 어림없는 수작일 뿐이었다. 그는 화평 가능성을 간보러 온 적군의 전령들에게 아테네는 태양이 이 세상에 떠 있는 그날까지 제국에 대한 복수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호통을 쳤다.


페르시아군 사령관은 즉시 군대를 몰아 아티카 지방으로 쳐들어왔고, 아테네 시민들은 또다시 살라미스 섬으로 몸을 피했다. 이즈음 아리스테이데스는 스파르타에 특사로 파견돼 있었는데, 그는 스파르타가 페르시아와의 싸움에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는 점을 질타하며 이 전통적 육상 강국의 전면적 참전을 촉구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스파르타를 전쟁에 끌어들이려고 크게 애쓸 필요가 없었다. 스파르타는 이미 사실상의 교전행위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흥겨운 축제를 질펀하게 벌이는 한편으로 5천 명의 스파르타 시민과 3만 5천 명의 헤일로테스로 이뤄진 약 4만 명의 병력을 낯선 자들을 물리치려고 아르카디아로 보낸 터였다.


자유민들이 군대의 주력인 중장보병을 구성하고, 노예 병사들은 경무장 보병이나 수송대 역할을 맡았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와 페르시아 모두 기진맥진한 틈을 이용해 어부지리를 노렸다. 테르모필레에서 레오니다스 왕과 함께 장렬히 전사한 300명의 용사들의 원수를 갚겠다는 결기어린 명분은 전리품 분배 잔치에 숟가락을 꽂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 낯선 자들, 즉 이방인은 스파르타에서 페르시아인들을 부른 호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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