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편집위원
문재인 정권이 잃어버린 세 가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을 끝까지 완수할 결심을 누차에 걸쳐 밝혀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격 사퇴이고,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의혹들이 그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때 늦은 퇴진이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했다. 혁명은 과정의 합법성을 따질 필요도 혁명세력의 자격을 살필 겨를도 없지만, 개혁은 절차적 정당성과 개혁주체의 도덕성이 두루 충족되어야만 성공에 이룰 수 있는 연유에서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는 실패가 명약관화하게 예정된 잘못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도 조국 장관 스스로가 이른바 ‘조로남불’의 위선적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경제부처의 수장들과 달리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역량에 더해 윤리적 완벽성까지 요구된다. 더욱이 법학자 시절의 조국 장관은 다른 이들을 향해 높은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온 인물이기도 하다. 남에게 들이민 기준이 나한테 왔다고 해서 갑자기 낮아지거나 느슨해진다면 이는 시중 저잣거리의 업자들이 할 일이지, 일국의 정의 구현을 책임진 법무부 장관에게 어울리는 행동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카드를 무리하게 고집하다가 소중한 세 가지를 잃었다. 첫 번째는 고공행진을 계속해온 지지율을 잃었다. 두 번째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상대로 장기간 누려온 도덕적 비교우위를 잃었다. 세 번째는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 살리기 등 산적한 국가적 과제들을 풀기 위한 중요한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는 국정동력을 잃었다.
뼈아픈 대목은 세 번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현재의 집권세력에게만 불행한 사건일 터이나, 세 번째는 “소통의 위기와 민생의 위기와 외교의 위기”라는 3대 위기의 격랑에 맞닥뜨린 나라 전체에 불행한 사태이기 때문이다.
조국 사퇴, 문제 해결의 시작일 따름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는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그러므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고, 우리나라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집권세력 측에서 더 많은 양보와 결단을 해야만 한다.
먼저 청와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선에서만 이기면 능사라고 생각해온 망국적인 정치공학적 사고를 이참에 확실히 버려야 한다. 그러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관계된 일들에서는 일절 손을 뗀 다음 남은 임기 동안 경제와 안보 분야에 전념해야만 한다.
인민대중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쫙 갈라진 근본적 원인은 여의도 정치권이 제구실을 못한 데 있다. 여의도 정치권이 제구실을 못한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가 국정이 아닌 선거에만 지나치게 몰입해온 탓이다. 조국 법무장관 사태는 부산경남 출신이면 막대기라도 가져다가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기어이 만들고야 말겠다는 정권 수뇌부의 오만과 과욕이 빚어낸 국가적 대참사였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정권은 박근혜 정권의 사례가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처럼 예외 없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친문세력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대통령임을 더 늦기 전에 깨닫기 바란다. 청와대는 대통령 보좌기구로서의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하라. 대통령과 청와대가 상식과 기본으로 돌아갈 때 대한민국은 헤어나기 힘든 절망과 탄식의 깊은 골짜기로부터 비로소 벗어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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