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아테네의 강남좌파 아리스테이데스 (2) - 아리스테이데스의 사전에 ‘내로남불’은 없었다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10-04 15:59:38
기사수정

“나한테 콩이면 남들한테도 콩”이었던 공명정대한 아리스테이데스에게 한국 강남좌파의 ‘내로남불’의 위선은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었다. 이미지는 구글에서 캡처함.아리스테이데스가 사적 감정에 굴복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그는 공의에 충실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반대파의 공격을 어렵게 뚫어낸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 반대진영의 논리가 타당함을 인정하고 법안을 자진 철회한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그는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함에도 반대파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은 제3자에게 부탁해 처리하기도 했다. 나라에 필요한 법안을 만들었다는 영광은 그의 청탁 아닌 청탁을 받은 인사에게 당연히 돌아갔다.


아리스테이데스는 시세의 유불리와 여론의 호불호에 흔들리지 앉고 자신의 초심과 중심을 지켜나갔다. 그는 기쁜 일이 생겨도 호들갑스럽게 싱글벙글하지 않았고, 어려움을 당해도 얼굴에 낙담과 실망의 빛을 띠지 않았다. 금전적 보상과 감투 욕심은 물론이고 심지어 드높은 명예도 그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오로지 나라에 어떤 것이 좋은 일인지만을 노심초사했다.


그의 이름이 인구에 널리 회자되도록 만들어준 것은 결벽증에 가까운 공명정대함이었다. 그는 자신이 고발한 정적이 재판정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자 피고인에게 변론할 시간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그가 중재자 자격으로 개입한 어느 다툼에서는 한쪽 이해당사자 A가 예전에 아리스테이데스에게 개인적으로 피해를 준 사실이 있음을 다른 한쪽 이해당사자인 B가 고자질을 했다. 그러자 아리스테이데스는 “이건 내가 아니라 당신과 관련된 분쟁이요”라며 B에게 되레 면박을 주었다.


따라서 국고 관리인의 직책에 앉은 아리스테이데스가 공금을 횡령한 동료 관리들을 그냥 보아 넘길 리 없었다. 그는 테미스토클레스를 비롯해 나랏돈에 손을 댄 관리들을 탄핵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멍하니 당하고 있기만 할 테미스토클레스가 아니었다. 그는 아리스테이데스도 국가의 재산을 훔쳐갔다고 역공을 가했고, 아리스테이데스는 동료 시민들의 도움을 받고서야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axnews.co.kr/news/view.php?idx=28231
  • 기사등록 2019-10-04 15:59:38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윤석열의 72시간 침묵에 담긴 의미는 윤석열 각본, 윤석열 연출, 윤석열 주연의 엽기적인 부조리극의 발단과 결말 사이에 굴곡과 요동이 있었다면 도입부에서 텔리그램 메신저 프로그램의 앙증맞은 체리따봉 이미지로 등장했던 주인공이 마지막 대단원 부분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우울한 표정과 무뚝뚝한 육성을 관객들을 향해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2. 홍준표의 실패는 현재진행형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윤석열은 홍준표를 후계자로 낙점할까? 홍준표는 윤석열의 신임을 받아낼 수완은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역량은 빈곤하고 부실하다. 선수로서는 특급이되 지도자로선 이른바 폐급인 모순되고 역설적인 모습은 생계형 정치인의 최종 진화형인 생존형 정치인의 치명적 한계로 평가될 수...
  3. 윤석열, 이제야 정치인이 되려는가 전쟁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상대방과 총탄과 포화를 주고받는 일이다. 정치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는 일이다. 윤석열은 야권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노려볼 만한 원내 의석을 확보한 연후에야 정상적 의미의 정치를 비로소 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검사에서 정치인으로의 때늦고 마지못한 변신이 그 ...
  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앞두고 ‘자치구 정원 페스티벌` 열려 5월에는 서울 곳곳이 매력적인 정원으로 가득해질 전망이다. 오는 16일(목) 개막을 앞둔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와 연계해 자치구가 각 지역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경쟁을 벌인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협업하여 ‘자치구 정원 페스티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별로 정원을 조성하고 행...
  5. 환경실천연합회, 건설 현장 오염토양 무단 반출 여전 환경실천연합회(이하 환실련, 회장 이경율)가 최근 논란이 된 건설 현장의 오염토양 무단 반출에 따른 농지 불법 매립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양오염 정밀조사 단계를 거쳐 정화 처리하는 동안 건설공사 현장의 공정은 중단돼야 하고, 이에 따른 공사 지연 부대비용 발생과 오염토양으로 확인된 토사의 정화 처리 비용은 책정...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