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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없는 선거전, 한국정치의 뉴노멀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3-14 18: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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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사업장의 콜센터와 달리 선거사무소 콜센터는 근무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는다.  (사진은 KB 손해보험 콜센터 홍보 이미지)

보름가량의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을 담당하는 콜센터는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에서는 필요악 같은 존재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에게 원치 않는 전화를 자꾸만 귀찮게 걸어오는 콜센터를 낡고 부패한 고비용-저효율 정치의 원흉들 가운데 하나로 관성적으로 욕하기 쉽다, 그러나 콜센터를 활용하는 선거운동은 낮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오랫동안 은근히 크게 기여해왔다.

 

더욱이 콜센터는 유력 후보와 군소 후보가 동일한 규모 아래 동일한 인원으로 운용하도록 현행 선거법 규정에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다. 콜센터 선거운동의 허용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구조적 병폐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주는 평등주의적인 제도적 장치였던 셈이다.

 

부작용에 견주면 실제로는 긍정적 순기능이 훨씬 더 많을 이 콜센터가 올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말미암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기업체나 보통의 사업장에서 꾸리는 콜센터와는 달리 선거운동 용도의 콜센터는 운동원들이 개별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절대 허용할 수가 없는 본질적 한계를 지닌다. 운동원들에 대한 정확하고 효과적인 관리와 감독을 위해서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설치된 콜센터는 반드시 일정한 장소 안에서만 운영돼야 하는 연유에서이다.

 

그러므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장소에서 벗어난 공간에 불법 콜센터를 은밀하게 설치ㆍ운영한 사실이 드러난 후보자와 선거운동 관계자는 재판에서 예외 없이 중범죄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아왔다.

 

혹자는 닭장 같은 열악한 환경의 콜센터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감염과 확산 위험성이 최소화된 안전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콜센터를 설치해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순진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렇게 콜센터 하나 짓다가 법정선거비용 한도를 순식간에 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의 투표율 제고와 후보의 인지도 상승에 적잖은 역할을 맡아온 콜센터를 정상적으로 돌리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는 현재 인지도가 달리는 신인급 후보자나 지지도에서 밀리는 군소정당 소속 출마자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여기에 대한 보완대책이나 보정방안은 당장에는 현실적으로 없다. 다음 달 치러질 4ㆍ15 총선은 투표장으로 동원할 수 있는 고정표를 많이 확보한 거대 정당의 유력 후보자들에게 이래저래 유리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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