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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주제로 한 영화적 스케일의 대서사시 - 2018년 ‘극단 고래’의 ‘비명자들 2’가 돌아오다

심종대 기자

  • 기사등록 2018-10-28 16: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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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자들 2’는 고통의 찰나에 집중한다. 이해성은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시키면서 더욱더 깊어진 극적 상상력을 무대 위에 발동시킨다/사진제공-극단 고래

“한 생명이 타고 있는 불길. 목숨이란 괴로운 것이다.”

“고통이 있다! 고통의 원인이 있다! 고통의 소멸이 있다! 고통의 소멸로 가는 길이 있다!”


영국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lf)는 ”영어라는 언어가 ‘햄릿’의 생각과 ‘리어’의 비극을 표현할 수 있어도 두통이 주는 몸의 경련을 표현할 길이 없다“는 말처럼 말은 개인이 느끼는 고통은 명백히 존재하지만 언어를 통해서 그 아픔을 공유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 안에서 각 개인이 마주해야 하는 고통은 단순한 말로 치환될 수 없는 만큼 쉽게 외면 받아 왔다. 


‘비명자들 2’는 바로 이 고통의 찰나에 집중한다. 이해성은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고통을 ‘비명’으로 형상화시키면서 더욱더 깊어진 극적 상상력을 무대 위에 발동시킨다. 하지만 고통에 대한 이해성의 사유는 깊어졌지만, 그 고통의 무게는 오히려 아름답게 승화된다. 사회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속에서도, 고통을 극복해나가는 사람들의 의지와 힘에 대한 그의 믿음이 아프면서도 따스하다. ‘비명자들 2’는 ‘고통’을 주제로 한 서정시이자, 영화적 스케일을 담은 한 편의 대서사시가 된다.


이 작품의 배경은 티베트이다. 보현은 중국 군인들에게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는 티베트인들의 살육 현장을 목격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장소는 서울로 바뀌고, 비명자가 출몰하자 파사 대원 요한은 비명자의 목을 잡아 꺽은 후에 파사한다. 여러 차례 비명자들이 출몰하고, 그럴 때마다 요한은 이들을 처단한다. 


‘비명자들 2’의 핵심은 비명 소리를 어떻게 미학적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사진제공-극단 고래

 


이러한 파사의 현장에는 늘 기자 세은이 따라다닌다. 그는 사건의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하면서 직접 비명의 고통을 체감한다. ‘비명자들’이 하나의 커다란 사회 문제로 불거지면서 파사 행위의 도덕적 모순과 이를 용인하려는 ‘파사 현정법 입법’을 둘러싼 공청회가 열리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명자들’의 존재는 확산되고 그 출몰도 잦아진다. 그러던 중, 티베트에서 무고한 죽음을 목격했던 보현이 비명자가 되어 동료인 요한 앞에 서게 된다. 


2017년도 신작인 ‘비명자들 2’에서 극단 고래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안무가 박이표는 이제 연출가 이해성과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예술적 동료가 됐다. 그는 섬세하고 한층 깊어진 안무를 통해서, 극작가 이해성의 말들을 움직임으로 구현하고 연출가 이해성의 미장센을 완성시킨다. 


또한 이번 공연의 강점으로 기타리스트 박석주를 비롯해서, 연주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성배, 강해진, 박인열의 합류를 꼽을 수 있다. 이들 각각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이 하나로 모아지는 라이브 연주를 통해서, 이 작품의 독특한 색채와 매력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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