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편집위원
‘변호사의 특권’은 이제는 옛말이 돼
김관기(이하 김) : 변호사들이 모이면 변호사 자격증을 ‘도둑면허’라고 부릅니다. 다른 말로 ‘장물취득 면허’라고도 합니다.
공희준(이하 공) : 그게 무슨 뜻인가요?
김 : 심지어 도둑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변호사의 변론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체주의 국가를 제외한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변호사 제도를 평등하고 보편적인 인권보호의 목적과 취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를, 변호사 제도를 절대로 사회화해서도 안 되고, 사회화를 할 수도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변호사가 사회화되면 그로부터 혜택을 보는 사람은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이 아닙니다. 힘 있는 계층과 국가권력에 친화적인 집단이 이득을 얻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형사재판에 올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그러면 주로 어떠한 국민들이 형사사건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느냐? 돈 없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일수록 국가와 대립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변호사를 만나는 문턱이 높다는 불평과 푸념만 하는 데 더 이상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변호사도 자유롭게 홍보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일반 소비재처럼 효율적인 영업과 마케팅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만 합니다. 법률보험의 도입도 더는 미뤄서는 안 됩니다. 법률보험 없이는 인권의 미래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한변호사협회(약칭 대한변협)는 국민들의 인권도 확실하게 보호하고, 변호사들의 생활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이런 필수적 과제들을 여태껏 한없이 무책임하게 방기해왔습니다. 대한변협은 일반 국민의 변협도 아니고, 대다수 변호사들의 변협도 아니었습니다. 정부의 산하단체처럼 굴러왔습니다. 법무부 서초동 출장소 같이 굴어왔습니다.
공 :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탓에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닐까요?
김 : (격앙된 어조로) 예산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그렇게 굴욕적으로 지내왔습니다. 예산도 못 받으면서! 정부로부터 돈도 받지 않으면서 정부의 일을 오랫동안 자발적으로 대신 처리해준 셈입니다.
공 : 산하기관조차 못되는 청부조직이네요. 정부조직이 아닌 청부조직요.
김 : 변협이 어리석은 탓입니다. 법에 저촉되는 비위를 저지르면 이제는 변호사가 협회의 징계를 받는 건 물론이고 징역까지 살아야 합니다. 지금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변호사들만의 특혜나 특권은 전부 다 지나간 옛날얘기일 뿐입니다. 불법을 범하다 법망에 걸려든 변호사는 무조건 콩밥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변호사가 저지를 수 있는 무엇보다도 크고 무거운 죄는 사회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변호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수임료를 그릇된 용도로 사용했다면, 아주 극단적 사례로 사건을 맡긴 의뢰인과 불륜관계에 빠졌다면 엄청나게 심각한 범죄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사건이 일어나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해당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사회적 지탄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한변협은 실정법에 의거해 이미 단죄된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일에 협회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출해왔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정작 중요한 대민사업, 즉 변호사들과 국민들 사이의 심리적이고 경제적 거리를 좁히는 작업은 등한시해왔습니다.
의전용 대한변협 회장은 필요가 없다
공 : 대한변협의 운영비용은 어떻게 충당되고 있나요?
김 : 대한변협은 회원으로 가입한 변호사들로부터 징수한 회비에만 철저하게 의존해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공 : 저는 대한변협 가입이 변호사로 개업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로 알고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가입당했다”고 표현하는 게 진실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요?
김 :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회원들의 회비로 협회의 살림을 꾸리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정부의 각종 사무를 군말 없이 대행해왔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이는 바보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의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는 데 필요한 급선무는 따로 있습니다.
공 : 어떠한 급선무인가요?
김 : 고객이 변호사에게 지불한 수임료가 제대로 돈값을 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변호인이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고객을 대변하게끔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조치입니다. 변호사가 신탁(Trust) 형식의 자금을 받고서 변론에 나서는 사례가 간간이 존재해왔는데, 이것 또한 충분한 담보장치 구실은 여전히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변호사 배상책임보험의 도입을 지금이라도 당장 과감하게 추진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진짜로 시급한 현안과 과제가 산적한 곳이 대한변협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엉뚱하고 뜬금없는 짓들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공 : 변협에 계신 높은 분들이 열중하는 일들이 도대체 무엇인지요. 저 같은 평범한 무명의 민초들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직역단체일 대한변협의 구체적 현황을 솔직히 전혀 몰라서요.
김 : 협회의 수장이 국제교류를 펼친다는 핑계로 해외로 외유성 출장을 수시로 떠나는 게 그러한 방증입니다. 외국어에 서툰 인물이 해외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측근들 몇 명 데리고 관광지와 명승지 찾아 구경 다니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필자가 전직과 현직을 통틀어 그 이름을 유일하게 인지하고 있는 대한변협회장의 행적을 자연스럽게 추궁할 수밖에 없었다.
공 : 변호사님께서는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이 2008년에 치러진 제18대 총선 당시에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김 : 공심위원장 제안을 당연히 수락하지 말아야만 했습니다.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분이라면 여당이건 야당이건 기성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어야 옳았습니다.
공 : 협회장만큼은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든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신가요?
김 : 예, 그렇습니다. 순수한 개인적 차원이라면 여당도 지지해줄 수 있고, 야당도 응원해줄 수가 있습니다. 사법부의 결정과 관련해 논평을 낼 수도 있고, 법무부의 동향에 관해서 성명서를 발표할 수도 있습니다. 순수한 개인적 차원에서라면….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민들로 하여금 대한변협이 관변단체 혹은 정부 산하기관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부추기는 행보와 행태를 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단호한 어조로) 법률 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들께서 그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대한변협이 사회를 위해, 변호사들을 위해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남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무능하다는 소리를 대한변협이 여기저기서 자꾸만 듣게 되는 것입니다.
공 : 그럼에도 신임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 그리고 법무부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해야만 할 즈음에는 과거에 대한변협 회장을 역임했거나 현 시점에서 회장으로 재임 중인 인사가 항상 하마평에 올라가곤 합니다.
김 : 대한변협의 수장은 협회의 회장 자리가 인생의 마지막 경력이 될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대한변협 회장 간판이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한 용도의 디딤돌이나 중간 기착지가 되는 그림은 전연 아름답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러한 연유로 가능한 한 나이가 드신 분께서 대한변협 회장에 선출됐으면 좋겠습니다.
공 : 대한변협 회장이 인생 2모작이나 3모작에 도전하는 권력지향적인 야심가들을 위한 발판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는 말씀이네요.
김 : 대한변협을 이끄는 책임자라면 대한변협에 소속된 변호사의 사무실이 부당한 사유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면 검찰총장 집무실의 출입구를 발로 차고 들어가 총장과 담판을 하는 결기와 소신과 기개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공 : 요즘은 좌우 극단주의 세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마저 검찰총장 집무실은 고사하고 동네 주민센터 출입문조차 용감하고 호쾌하게 발로 차지 못할 지경으로 ‘전 국민의 새가슴화‘가 불가역적 단계로 진행된 상태입니다.
김 : 변협회장이 정권 실세들에게 인사나 잘 다니고, 권력자들과 어울려 밥이나 자주 같이 먹고, 다른 분야 명망가들과 기념사진이나 함께 찍는 데만 혈안이 돼서야 쓰겠습니까? 그게 무슨 변협회장입니까? 수많은 정부 산하단체 기관장들의 단지 한 명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의전에만 온통 신경이 쏠린 대한변협 회장은 국민들에게도, 변호사들에게도 필요가 없습니다. (③편에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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