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호 기자
초등학생 때 테니스코치로부터 성폭행과 폭력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던 선수가 16년 만에 해당 코치를 강간치상혐의로 고소했고, 최근 1심 판결인 피고자에 대한 10년 징역형이 최종 확정됐다.
이 사건의 고소당사자인 김은희 선수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체육계 성폭력 문제의 원인분석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토론회 발제자로 참가해 성폭력 관련 체육계 전반의 신고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2001년 첫 피해를 입었던 김 선수는 대학교 3학년이던 2012년 조두순 사건의 영향으로 미성년자 성범죄 관련법이 개정된다는 보도를 접하고, 관계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으며, 소송을 위한 증거자료 등을 수집했다.
결국 2017년 10월 춘천지법에서 피고자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고, 올해 피고가 청구한 항소심을 2ㅣ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기각했으며, 대법원도 이를 인용했다.
김 선수는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가족에게 알려질까 두렵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관련 신고·상담기관에 접수를 하며 정보가 유출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특히 대한체육회 산하의 스포츠인권센터를 예로 들면서 신고된 내용이 대부분 체육회에 전달된다고 말했다.
그밖에 스포츠비리센터도 있으나, 피해자가 법적대응에 이르기까지의 지원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뭘 잘 모르는 어릴 때 겪은 일이고, 오래된 일이라 증거수집이 너무 힘들었다”며 법률지원이 부족한 실태를 아쉬워하면서도 “저의 경험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계의 특수한 구조가 성폭행이 빈발함에도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고쳐지지않는 이유라고 꼽는다.
호서대 스포츠과학부 주종미 교수는 ▲지도자의 비정규직 신분 ▲전형적인 권력의 갑을 관계 ▲집단성과 폐쇄성 ▲낮은 성인지도와 민감도 ▲제한적인 진로선택 ▲침묵의 카르텔 등을 스포츠계의 특수한 구조로 꼽았다.
주 교수는 이를 위한 해결방안으로 ▲지도자의 고용과 처우개선 ▲지도자 선발시 검증체계 강화 ▲지도자의 절대권력 분산 ▲합숙소 전면폐지 ▲실효성있는 인권교육 강화 ▲‘학교체육진흥원’설립과 ‘학교체육진흥법 개정 ▲여성지도자 비율확대 ▲관리감독자 책임강화 등을 제시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유 의원은 “그간 관련부처와 단체가 체육계 성폭력 방지를 위해 쏟아냈던 대책들은 정작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며 “남성중심적인 체육계인사구조 개편과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단죄, 피해자에 대한 2~3차 가해 예방 등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전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발생·은폐 구조에 대한 접근과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여성인권진흥원이 플렛폼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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