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년 전쯤까지는 가끔 경찰서에서 천문대로 전화가 걸려오곤 했습니다. 별을 보는 천문대에서 범죄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경찰서에서 왜 천문대로 전화를 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이 법률에 의하면 야간에 폭행을 했을 경우 가중 처벌하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폭행이 일어난 시간이 낮인지 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서에서 천문대로 문의를 하는 것입니다.
낮과 밤의 기준은 일출과 일몰 시간입니다. 해의 가장자리가 지평선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낮이 시작되고, 반대로 해가 완전히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면 밤이 됩니다. 따라서 주위가 밝더라도 해가 졌다면 이미 밤이어서 이 때 일어난 폭행은 야간 폭행이 됩니다. 그래서 꼭 누군가를 때려야 한다면 해 지기 전에 때리고,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 법은 2004년 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고, 그 이후 경찰서에서 걸려오던 전화도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을 춘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춘분의 정확한 의미는 태양이 황도를 따라 움직이다가 하늘의 적도와 만나는 날입니다. 지구는 북극과 남극을 연결하는 축을 기준으로 자전을 합니다. 지구 북극을 하늘로 연결한 지점이 하늘의 북극, 즉 북극성이 있는 하늘 근처입니다. 그리고 북극과 남극에서 90도 떨어진 지점, 즉 지구의 적도를 그대로 하늘로 연결한 곳이 바로 하늘의 적도입니다.
하늘의 북극 바로 아래 지점이 정확히 북쪽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90 떨어진 정동(正東, 정확히 동쪽)과 정서(正西)가 바로 하늘의 적도가 지나는 지점입니다. 하늘의 적도에 있는 천체는 정확히 동쪽에서 떠서 6시간 후에 정확히 남쪽을 지나, 다시 6시간 후에 정확히 서쪽으로 집니다.
태양이 하늘의 적도에 있다는 것은 정확히 동쪽에서 떠서 6시간 후에 남쪽을 지나 다시 6시간 정도 후에 정확히 서쪽으로 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춘분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태양이 별처럼 점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춘분은 태양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에 위치하는 날입니다. 해의 중심이 지평선에 올 때는 이미 해의 절반 정도가 뜬 다음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춘분날은 낮 시간이 밤 시간보다 깁니다.
해의 지름을 각도로 나타내면 약 0.5도입니다. 해가 하루 24시간 동안 약 360도를 움직이기 때문에 1시간에 15도, 4분에 1도를 움직입니다. 따라서 해가 뜨고 질 때 각각 반지름만큼씩 더 움직였기 때문에 해의 지름에 해당하는 0.5도, 즉 약 2분 정도 낮이 더 길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이상 낮이 더 깁니다. 올해의 경우 춘분인 3월 21일 서울을 기준으로 아침 6시 35분에 해가 뜨고, 저녁 6시 44분에 해가 집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까요? 무슨 이유가 더 있는 것일까요? 다음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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