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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의 별자리... 목동과 처녀, 그리고 왕관자리

이태형 박사 기자

  • 기사등록 2015-03-17 08: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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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의 대곡선에서 처음 만나는 목동자리의 으뜸별 아르크투루스(Arcturus)는 오렌지색의 1등성으로 곰의 감시인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별이 별자리 이름과 무관한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그 기원이 아랍이기 때문입니다. 별자리 이름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라틴어로 되어 있지만 별 이름은 대부분 아랍어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럼 왜 별자리 이름과 별 이름의 기원이 다른 것일까요? 로마가 멸망하고 천년 이상 유럽은 암흑시대를 겪게 됩니다. 이 암흑시대 동안 유럽의 천문학은 퇴보하였고, 그리스·로마 시대에 화려하게 꽃피었던 별자리 역시 거의 잊혀져버렸습니다.
 
유럽이 암흑시대를 끝내고 르네상스 시대를 맞게 되면서 그리스 문화에 대한 재발굴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유럽에는 별자리 이름만 남아 있었고, 별 이름은 거의 사라진 뒤였습니다. 결국 16세기 이후 유럽 천문학자들은 아랍에서 별 이름을 다시 가져오게 됩니다. 그 결과 라틴어로 된 별자리 이름과 달리 각각의 별 이름은 대부분 아랍어에 기원을 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라비아 천문학의 모태가 되었던 것은 그리스의 천문학입니다. 2세기경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저술한 알마게스트(Almagest)란 책은 고대 천문학을 집대성한 것으로 그것이 아라비아로 건너가 아라비아 천문학의 중요한 모태가 되었습니다. 결국 별 이름은 아랍어를 어원으로 하지만 그리스 문화와 아랍 문화가 뒤섞인 별나라만의 고유한 언어가 되어 있었습니다.
 
큰곰자리 근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아르크투루스는 이 별이 마치 겨울잠을 자고 나온 곰을 감시하는 것 같은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르크투루스가 오렌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이 별이 늙은 적색거성이기 때문입니다. 별은 수명이 거의 다하면 점점 커져서 붉은 색의 거성이 됩니다. 적색거성의 색은 그 크기와 온도에 따라 밝은 오렌지색부터 적색까지 다양합니다. 아르크투루스는 지구에서 약 37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질량은 태양과 비슷하지만 그 지름은 25배나 더 큽니다.
 
목동자리는 전체적으로 커다란 오각형이 아르크투루스와 연결된 모양입니다. 서양에서는 이 모양을 사람이 타는 커다란 연으로 보아 (The Kite)”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연을 상상해도 되고, 커다란 도깨비 방망이나 넥타이 정도로 상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봄철의 대곡선에서 아르크투루스 다음에 있는 별은 처녀자리의 으뜸별인 백색의 1등성 스피카(Spica)입니다. 스피카는 보리 이삭을 뜻합니다. 스피카는 지구에서 약 250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질량은 태양보다 10배쯤 큽니다.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보리이삭을 들고 동쪽 하늘에 나타나는 모습이 바로 처녀자리입니다. 페르세포네는 지하 세계의 왕인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지하세계의 여왕이 됩니다. 하지만 딸을 잃은 데메테르의 슬픔이 너무 커서 지상에서는 대지가 힘을 잃고 항상 겨울만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제우스신은 하데스와 타협을 보고 페르세포네가 일 년의 반은 지하세계에서,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지내게 했습니다.

봄이 되어 페르세포네가 보리이삭을 들고 동족 하늘에 나타나면 대지가 기운을 차리며 푸르러집니다. 가을이 되어 페르세포네가 다시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면 대지는 기운을 잃고 겨울을 맞이하게 됩니다.
 
처녀자리의 전체적인 모습에서 페르세포네의 모습을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스피카를 기준으로 작은 다이아몬드나 칵테일 잔을 찾는 것이 이 별자리를 기억하는 데 좋습니다. 다이아몬드를 좋아하고, 칵테일을 즐겨 마시는 여신을 떠올리기 바랍니다.
 
봄철에 만나는 또 다른 별자리 중에 왕관자리가 있습니다. 신화 속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사랑하는 아내 아리아드네에게 결혼 선물로 주었던 화환이 바로 왕관자리입니다. 목동과 처녀가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둘 사이에 사랑이 싹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다면 결혼 선물로 쓸 화환이 목동의 옆에 있는 것은 그렇게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목동자리의 바로 뒤(동쪽)에 반원형으로 보이는 별들이 바로 왕관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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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3-17 08: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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