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윤석열 유니버스의 씨줄과 날줄 극우 유튜브’
필자가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 부대변인과 함께 펴낸 정치 대담집 「보수의 종말」에서 대통령 윤석열이 왜 지금처럼 이념과 인성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완전히 망가졌는지를 분석해놓은 꼭지의 명칭이다.
윤석열을 수식하는 무수한 부정적 별명들 가운데 하나가 ‘윤두광’이다. 윤두광은 1979년 초겨울 발생한 12·12 유혈 군사 쿠데타를 소재로 제작돼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한국영화 「서울의 봄」에서 신군부의 수괴 전두환에 착안해 창조된 배역이다. 윤두광에서의 광은 한자로 빛 광(光)과 미칠 광(狂) 전부를 중의적으로 포괄하고 있을 듯싶다. 전두환이 빛나리 대머리인 데다 그가 저지른 악행이 제정신을 갖고는 도저히 하지 못할 잔혹한 짓거리들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실제로는 광인이 아닌 악인이었다. 따라서 생전의 그를 빗댄 악역 캐릭터의 이름은 전두광이 아니라 ‘전두악’이 더 알맞았을지 모른다.
전두환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악의 화신이었다. 윤석열은 21세기 한국 정치인들을 통틀어 최고의 광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전두환의 부정하고 폭력적인 행적에 관한 조사와 연구와 취재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다양하고 폭넓게 이뤄져 왔다. 그러한 조사와 연구와 취재들 중에서 전두환이 배우자 이순자가 용한 점쟁이로부터 받아온 점괘에 의지해 군사반란을 획책하거나 정권찬탈에 나섰다는 얘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반면 윤석열은 물론이고 그 심복들마저 미개하고 몽매한 역술과 무속에 기대어 비상계엄 선포를 빙자한 12·3 내란에 착수했음이 수사와 보도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는 영락없는 광인들의 행태였다. 전두환에게는 약간은 어색해 보이는 한자 광(狂)이 윤석열에게는 어울려도 너무나 어울리는 까닭이다.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서 국문장에 끌려와 죽음을 앞둔 청주 사람 아지태는 태봉 황제 궁예를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이 미치광이 황제야! 너는 미쳤다.”
그렇다. 윤석열은 미쳤다.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 그래서 더더욱 궁금해진다. 과연 무엇이 윤석열을 저토록 단단히 미치게 만들었는지를.
현재는 대략 세 개가 윤석열을 미치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첫째는 부인 김건희이다. 둘째는 술이다. 셋째는 서두에 언급된 저질 상업 극우 유튜브 방송, 속칭 틀튜브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시절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뇌가 썩는다”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이 명제가 몹쓸 망언으로 대중의 인식에 두고두고 박제되며 유시민은 제도권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에 사실상 종지부가 찍히고 말았다. 필자는 현실정치에 뛰어들 의지도, 능력도, 여윳돈도 없는 터라 유시민의 명제를 두려움 없이 재활용할 수 있다. 그것도 정교하게 번안해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뇌가 산술급수적 속도로 썩는다. 사람이 허구한 날 유튜브만 보면서 나이를 먹으면 뇌가 기하급수적 속도로 썩는다. 윤석열이 유튜브만 덜 봤어도 구제 불능의 지독한 광기에 물들지는 않았으리라는 게 여러 정치 평론가들과 정신과 전문의들의 공통된 분석이자 진단이다.
한데 윤석열은 매우 극단적 사례에 속한다. 문제는 윤석열과 견주어 정도와 증상은 덜할지언정 적잖은 숫자의 한국인들이 활자를 멀리한 채 매일 유튜브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어째서 그럴까?
온갖 이유들이 제시될 수 있겠으나 그중 유력한 한 가지 설명은 텍스트에 기반한 언론매체들이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막론하고 고사 직전이라는 데 있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작은 인터넷 언론사들은 가히 양민 학살을 당하는 수준으로 무리 지어 존립의 위기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영상은 뇌를 썩게 한다. 반면, 활자는 뇌의 부패를 방지하는 방부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읽을 만한 기사와 논평을 꾸준히 게재하는 양질의 독립된 인터넷 매체들이 많았다면 애나 어른이나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이 유튜브에 몰두하다가 나라가 통째로 결딴날 지경까지는 애당초 이르지 않았으리라.
그럼 누가 미디어 생태계의 기본 토대일 풀뿌리 인터넷 매체들을 죽음의 계곡으로 자꾸만 거칠게 내모는가? 주범은 당연히 거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다.
네이버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이를 구실로 작은 인터넷 매체들과의 협업을 실질적으로 중단하다시피 해왔다. 풀뿌리 인터넷 매체들은 네이버의 뉴스 검색창으로 검색이 돼야만 재정적 자립성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보장되기 마련임에도 네이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나 살고 너 죽자는 모질고 파렴치한 이기주의의 극치라 하겠다.
네이버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네이버 버전의 계엄사령부’를 구성해 계엄령을 발동했다. 약칭 제평위로 불리는 네이버판 계엄사는 네이버가 풀뿌리 인터넷 매체들을 대상으로 무도한 쇄국 통치를 펼치는 데 앞장서왔다. 네이버가 흥선 대원군이었다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계엄사와 척화비를 겸하는 용도의 존재였던 셈이다.
네이버가 선포한 계엄령과 제평위라는 계엄사 겸 척화비는 풀뿌리 인터넷 매체들을 무차별적으로 대거 고사시키는 독하고 해로운 고엽제로 작용해왔다. 풀뿌리 인터넷 매체들이 집단으로 고사한 자리에 잽싸게 들어서 왕성히 서식한 독버섯들이 다름 아닌 각종 저질 상업 극단주의 유튜브 방송 채널들이었다. 윤석열 일당의 내란 음모가 싹틀 수 있는 사회적 토양과 언론 환경을 네이버가 결과적으로 팍팍 제공해온 셈이다.
사람들이 독버섯을 먹지 않게 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안전하고 맛있는 버섯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안전하고 맛있는 버섯들로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는 독립적인 작은 풀뿌리 인터넷 매체들이 네이버의 계엄령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폐쇄적인 철권통치로 말미암아 작금에 절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전두환은 정권을 장악하자마자 여론 조작과 민심 호도를 목적으로 대대적인 언론 통폐합에 착수했다. 작은 인터넷 매체들을 겨냥한 네이버의 전횡과 폭거는 시대와 공간적 무대만 살짝 바뀌었을 뿐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 술책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네이버는 최근 제평위를 해산하고 뉴스 서비스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제껏 양두구육을 수시로 일삼아온 네이버의 꼼수와 잔머리를 감안하면 진정성이 몹시나 의심스러운 대책으로 평가된다. 당장의 여론의 압박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조삼모사 수작일 개연성이 짙다.
한국 성인들의 평균적 문해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으로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이 나날이 무식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간이 유식해지는 길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평소에 활자를 가까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국민의 문해력이 다시금 높아져야 제2의 전두악과 제2의 윤두광의 출현을 확실하게 차단할 수가 있다. 네이버는 풀뿌리 인터넷 매체들에 대한 무자비한 계엄령을 즉각 철회하라. 그리고 네이버판 불법 계엄사령부일 제평위를 당장 해체하라. 여기에 반대하는 자들은 윤석열 일당이 자행한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천인공노할 내란의 공범 내지 부역자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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