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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의원, 선거제 개혁과 양극화 해소는 뗄 수 없는 관계 승자독식의 정치구조가 불평등한 경제와 혐오사회의 원인이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2019-01-04 17:54:09
그야말로 엘리트의 길을 거침없이 달려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교에서도 가장 점수가 높은 학과를 다녔고, 20대 초반에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39세에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냈으며, 2016년 봄에는 마침내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격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더욱이 개인적으로는 자신만큼이나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남편을 만나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딛고 서 있는 정치적 환경을 보면 돌연 춥고 외로워진다. 국민의당이 쪼개지는 과정에서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어야만 했고, 현재 그가 법률적인 아닌 정치적으로 몸을 담고 있는 정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원주율의 숫자에마저도 미치지 못한다.

이상은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에 관한 간략한 소개서이다. 필자가 박주현 의원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본 것은 만으로 무려 16년만이다. 그가 참여정부 청와대의 국민참여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나는 몇 사람의 인터넷 논객들과 함께 경북궁역 앞의 어느 음식점에서 박주현 의원을 만났다가 청와대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당시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던 진성호 전 의원 같은 인사들로부터 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다. 내가 그때 대접받은 주요한 향응으로는 천호선 전 참여기획비서관에게 특별히 부탁해 마셨던 산사춘 2병이 있었다. 전성기 시절의 이효리가 광고했던 정종 비슷한 술 말이다.

박주현 의원은 양극화 해소의 첫 단계가 정치적 양극화의 해소에 있다고 지적하며, 그 첫걸음을 선거제도 개혁으로 내딛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리로 한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과의 원 포인트 인터뷰는 2019년 1월 4일 오전에, 박주현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는 21세기 대한민국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해야만 할 정치가 이념, 계층, 지역, 세대, 남녀의 갈등을 오히려 부추김으로써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치가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아닌 해결사의 역할을 하려면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제도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현재의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한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전면적 도입과 같은 선거제도 개혁이 양극화 해소에 어떠한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정치인들 대부분은 줄 서고 라인 찾는 데만 열중해


박주현 : 제가 직업 정치인으로서 정치를 시작한 지는 만으로 이제 2년 반이 되었습니다. 직업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이전에 했던 일들까지 포함한다면 정치적 활동에 관여해온 지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 정치현실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느냐?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위한 문제해결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국민들께서 국회의원을 뽑은 이유는 국민들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국민들을 대신해서 해결하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유권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입법권과 예산심의권 같은 여러 가지 권한들을 부여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랫동안 밖에서 관찰해왔을 때도, 막상 원내에 들어와 직접 목격했을 때도 국회의원들, 즉 정치인들이 열중하는 일은 승자독식의 구조 아래서 자기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궁리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국민들은 문제 해결을 기대하며 정치인들을 국회로 보냅니다. 국민들도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정치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10번 일을 하면 2번 정도는 정치인 자신의 생존과 승리를 위해 일하는 것을 용인합니다. 그러나 나머지 8번은 정치인 자신이 아닌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것이 유권자들의 바람이자 요구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의 선거제도의 조건 하에서는, 경쟁체제의 현실 아래에서는 정치인들은 10번 일하면 10번 모두 정치인 스스로의 생존과 승리를 목표로 일하기 마련입니다. 정치인들의 모든 에너지가 생존할 수 있는 줄을 서는 데, 이길 것 같은 라인이 어디인지 눈치를 보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생존할 수 있을 것 같은 줄에 서려면, 이길 듯싶은 라인에 들어가려면 끊임없이 눈치작전을 펴야만 합니다. 그렇게 애쓴 끝에 생존할 것 같은 줄에 서고, 이길 것 같은 라인에 들어가면 그 다음에 어떤 일을 시작하느냐? 다른 줄과 사생결단을 하는 일에, 다른 라인을 무찌르는 싸움에 전력투구를 합니다.


사생결단의 싸움에는 합리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이 개입할 틈이 없습니다. 상대를 무조건 죽이고 짓밟는 것이 능사가 됩니다. 그래야 살아남고 승자가 되어 모든 혜택을 독식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사생결단에 정치인이 가진 에너지의 8할이 여태껏 쓰여왔습니다. 나머지 20프로 가지고 정책 개발하고, 법안을 만들어온 것이죠. 한데 그 20프로조차 순수한 의미의 정책 개발과 법률안 발의에 들어가지가 않습니다. 자기가 관심을 기울이는 정책과 법안이 승자독식의 사생결단식 싸움에 도움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간을 보는 데 사용되곤 합니다. 국민을 위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나를 위한 문제해결에 나서는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정치관련 제도들 아래서 국민을 위한 정치는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해요!


박주현 의원은 거대 양당이 오랫동안 주도해온 기존의 승자독식 대결정치구조가 정치인들의 에너지 대부분을 줄 잘 서고, 라인 잘 찾는 데 낭비되게 만들어왔다고 비판하며 합의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핀란드에서 배운 합의제 민주주의


그렇다면 정치관련 제도들을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 승자독식 정치구조를 벗어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탈피한 정치는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할까요? 각자가 자신들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만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또는 내가 속한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10퍼센트의 지지와 위임을 받았으면 그에 걸맞은 정치적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허나 현재는 어떻습니까? 거대 양당들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으면 나머지는 그냥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개인도, 정당도 예외가 없습니다. 이런 구조는 대통령 중심제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제가 2013년부터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을 찾아가 그 나라들의 제도와 문화에 관한 연구와 공부를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유럽에 간 원래 목적은 유럽 여러 나라들의 대학정책을 연구하는 데 있었습니다. 대학은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중심축이자 전진기지입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학은 중소기업들 위한 혁신의 역량과 맹아를 제공하는 혁신의 산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고고한 상아탑 노릇에 안주하며 가끔씩 대기업으로부터 편안하게 일감이나 따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양극화가 완화되느냐, 혹은 심화되느냐의 갈림길에서 대학이 중대한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 까닭입니다.


북유럽에 위치한 핀란드는 대학이 양극화 해소에 이바지할 수 있게끔 성공적인 대학개혁을 이뤄낸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이 전통적 의미의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4년제 직업대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범적으로 창출해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제 마음속에 더욱더 와 닿은 부분은 그 나라가 합의민주주의를 효율적으로 운용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쪽 정치인들도 우리처럼 서로 싸울 때는 엄청 험악하게 싸웁니다. 그러나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과 관련해서는 함께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해냅니다. 핀란드의 대학개혁이 가능했던 이유는 핀란드 정치가 장기간의 숙의(Long Term Discussion)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합의민주주의 틀의 장점은 그것이 정당과 정치세력과 정치인들이 장기간의 진지한 숙의를 할 수밖에 없게끔 이끄는 데 있습니다. 합의 민주주의는 특정인 한 명이 위에서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지시하고 결정해 작동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정치인들이 어떠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상세하고 구체적인 부분들의 내용을 채워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필수입니다. 이 지루할지도 모르는 작업을 5년이든, 10년이든, 15년이든 인내심을 갖고 계속 꾸준히 이어나가야 국민을 위한 개혁이 비로소 완성되는 겁니다.


이처럼 훌륭한 정치시스템인 합의민주주의가 양당제에 근거한 승자독식의 대결정치가 판치는 곳에서는 들어설 여지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승자독식의 대결정치 체제에서는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관행으로 정착이 되었거든요. 대화와 설득에 기반해 합의를 도출하는 일을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귀찮은 절차로 여기기 일쑤입니다. 그 결과 성숙한 합의의 정치가 기능해야 올바를 자리에서 맹목적인 대결의 정치가 거칠게 기승을 부리고 맙니다.


승자독식의 대결정치가 승자독식의 혐오사회를 낳는다


박주현 의원은 필자에게 전북이 투쟁심이 옅다고 토로했다. 전북 출신인 그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예산안 담합에 격렬히 항의한 것도 그러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사진제공 박주현 의원실)

저는 핀란드의 대학정책을 연구하는 한편으로 핀란드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합의민주주의를 대한민국 정치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구현해낼 수 있을시 많은 연구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프랙탈 이론(Fractal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작은 구조가 사회 전체의 모든 구조들에서 계속 반복해 나타난다는 것이 프랙탈 이론의 요지입니다. 예를 들자면 바닷가의 파도들은 크든 작든 모두가 구조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보여준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가장 결정적이고 영향력이 강하며, 사회 최상위에 위치한 권력구조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권력구조가 승자독식의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국회의원도, 지방의원도 승자독식의 구조 아래 선출됩니다. 그와 같은 정치적 구조로 말미암아 경제와 기업 같은 사회 다른 분야의 권력구조도 전부 승자독식의 권력구조가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포용적이고 관용적이어야만 할 문화예술계의 풍토조차 그렇습니다.


승자독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정치는 공존과 상생이 아닌 차별과 혐오가 지배하는 사회를 낳기 마련입니다. 상대적으로 힘센 주류집단이 그렇지 못한 소수집단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소외시키는 게 일상적 현상이 됩니다. 승자독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경제와 기업의 현실은 또 어떤가요? 기업의 오너들이 자신을 제왕적 존재로 생각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수평적 협력관계가 아니라, 수직적 종속관계가 됩니다. 이런 사태들이 모두 어우러져 사회의 전면적 양극화로 이어져왔습니다.


양극화 해소는 우리 사회의 제일 중요한 일차적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양극화 해소와 선거제도 개혁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여전히 계십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에서 양극화 해소와 선거제도 개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고 믿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승자독식의 경제구조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승자독식의 경제구조를, 차별과 소외와 혐오가 만연한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를 그대로 직결되는 탓입니다. 이러한 승자독식의 사회구조와 경제구조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더더욱 질기게 고착화시키는 상승작용을 불러옵니다.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깨야만 승자독식의 경제구조를 깰 수가 있습니다. 승자독식의 차별사회와 혐오사회를 종식키시고 혁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깼다고 해서 승자독식의 경제구조와 승자독식의 사회구조가 저절로 물러가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깨는 일이 승자독식의 경제구조와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를 깨는 데 결코 건너뛸 수 없는 단계이고 과정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국회는 소득재분배의 견인차가 되어야


두 번째 이유는 양극화 해소의 실현을 위해서는 나라의 예산이 소득재분배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면 예산의 세입과 세출 항목을 일일이 다 들여다보며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하나하나씩 전부 고쳐나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국가예산과 정부정책은 소위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에 입각해 있었습니다. 잘나가는 쪽 몰아주자는 식이었습니다. 이게 개발독재시기를 압도적으로 풍미한 사회경제적 이데올로기였습니다. 이제는 그 반대방향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만 할 시점입니다.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혜택을 부여해야 합니다. 사회의 총수요를 증진하는 쪽으로 가자는 뜻이죠. 이러한 생각과 철학이 경제성장의 밑바탕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잘나가는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기반과 토대를 이미 단단히 확보해놓은 상태입니다. 정부가 여기에 더 이상 투자하고 지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수출만으로는 안 되는 시대입니다. 내수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하는 시대인 것입니다.


내수 활성화가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데는 오래전부터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문제는 내수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국가예산으로 사회의 총소비를 진작시키는 길뿐이라는 점입니다. 부자들은 돈이 더 들어온다고 해도 그걸 쓰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은 법인세 인하로 생겨난 여유자금을 사내유보금으로 쌓거나 또는 부동산 투자 대열에 합류해왔습니다. 그러면 땅값이 추가로 치솟으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욱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자일수록 한계소비성향이 낮습니다. 반면에, 돈이 없는 사람들은 수중의 돈을 다 지출해야만 생존이 가능합니다. 더군다나 돈이 없는 계층의 소비는 우리나라 국내시장에서 이뤄집니다. 그렇지만 부자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돈이 더 들어온다고 곧장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부자라고 해서 하루에 10끼를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설령 소비를 한다고 해도 해외여행이나 명품 구입처럼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한 지출을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소득재분배를 추진해야만 한다는 점은 이미 경제학적으로도 검증을 통과한 이론입니다. 내수의 뒷받침 없이는 지속가능한 수출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진즉에 입증이 완료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저성장시대에 진입해 있습니다. 사회갈등 해결의 차원에서도, 기초적인 경제체질의 강화 차원에서도 경제의 기본이자 기반인 내수시장이 탄탄해져야만 합니다. 그러자면 국가예산을 통한 소득재분배가 필수입니다.


양극화 해소와 소득재분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로 대두했습니다. 그동안은 이와는 거꾸로 잘나가는 쪽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정해왔습니다. 이걸 완전히 돌려놔야만 합니다.


소외된 계층, 소외된 지역, 소외된 부문과 분야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려면 정부에서 넘어오는 예산안과 정책안을 국회에서 빠짐없이 다 손보고 고쳐야 합니다. 행정부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전면적 대수술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산도, 법률도 마지막 관문인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입법권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의 손에 최종적 결정권이 있으니까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도 일하게 한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도 일하게 한다. (사진제공 박주현 의원실)

이렇게 중요한 결정과정을 국회에서 차질 없이 처리해내려면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의 100프로를 써도 부족합니다. 에너지의 120퍼센트를 발휘해야 합니다.


현실은 이 국회의원들이 모든 에너지를 이기는 줄을 찾는 데, 살아남을 라인에 서는 데 헛되이 낭비하고 있습니다. 줄서기와 라인 찾기가 끝난 다음에는 사생결단의 진흙탕 싸움에 골몰합니다. 그러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나라의 살림은 누가 돌보나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혁파해야 국민을 위한 건전한 정책경쟁에 힘쓰도록 정치인들을 다그치고 몰아갈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10퍼센트의 위임만 받았지만, 나라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다음번 총선에서는 20퍼센트의 위임을 유권자들로부터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동기를 정치인들에게 부여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정치인들이 줄이 아닌 표를 보고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선거제 개혁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들을 위한 건전한 정책경쟁에 집중하도록 추동하는 최선의 방책인 까닭입니다.


선거제 개혁의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10퍼센트가 표를 줬다면 국회 의석도 전체 의석의 10퍼센트가 되게끔 하는 제도입니다. 정확히 10퍼센트를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10프로의 지지를 받고도 의석이 있을까 말까입니다. 30프로의 지지만을 받아놓고도 국회 과반 의석을 날름 삼킬 수도 있습니다. 비례성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기에 동물의 왕국 뺨치는 적나라한 승자독식의 세계가 빚어지고 있습니다. 힘이 있으면 표보다도, 실력보다도 더 많고 큰 의석과 권력을 차지할 수가 있는 게 현행 선거제도의 치명적 맹점이고 한계입니다.


따라서 국회의 작동방식 역시 정상적일 수가 없습니다. 1당과 2당은 국회의 노른자위 상임위원회들을 독식하면서 수시로 담합해왔습니다. 그러니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어떻겠어요? 1당 아니면 2당으로 줄을 영리하게 잘 서서 제2의 ‘탄돌이’나, 제2의 ‘뉴타운돌이’가 되겠다는 일그러진 일념만이 머릿속에 가득하게 됩니다.


정치인의 에너지가 이렇게 쓰이면 정작 표를 준 국민들을 위해 쓸 여력은 없게 되고 맙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되면 이 모든 구태의연한 정치상황을 일신시킬 수가 있습니다. 득표율과 의석수가 일치하게 되면 모든 정치인과 모든 정치집단이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한 정치에만 매진하게 됩니다. 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양극화로 신음하는 국민들이 시급하게 해결을 갈망하는 문제들을 푸는 일에 정당과 정치인들이 치열하게 전념하는 확실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희준 :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1963년에 군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를 전라북도에서 마쳤다. 1985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에서 활동하였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참여수석과 참여혁신수석을 거쳐, 2013년에는 만학도의 길을 가겠다며 유럽 유학을 떠났다. 이른바 배운 여자로서는 드문 다둥이 엄마로 2006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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