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편집위원
공희준(이하 공) : 구청장님께서는 최근에 서초구 지역의 재산세를 감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계십니다. 구청장님의 재산세 인하 정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있는 사람만 위한 정책을 편다”고 공격하면서 빈부 갈등으로 몰아가는 정치적 프레임을 짜고 있습니다. 이 프레임은 역대 선거 때마다 민주당으로 하여금 톡톡히 재미를 보게 만든 구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구청장님께서는 재산세 인하 정책을 계속 강력하게 추진할 작정이신지요?
서초구청은 돈 많은 구청이 아니다
조은희(이하 조) : 재산세 인하가 있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는 논리는 지극히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잘못된 프레임입니다. 서울시내에 있는 집들 가운데 공시지가 기준으로 9억 원 이하인 집이 전체 주택의 40퍼센트에 이릅니다. 게다가 서울시 주택의 중위가격이 이미 1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런데도 재산세 인하가 있는 사람만 위한 정책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느냐? 세금을 내는 사람들과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뒤섞는 시각에서 연유하고 있습니다. 재산세를 낮춰주자는 제 정책의 본질은 자신의 실질적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세금을 내고 있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내 25개 기초자치단체들의 곳간에는 현재 평균적으로 760억 원 가량의 집행잔액, 즉 쓰고 남은 예산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산세 납부 시기만 되면 많은 국민들이 세금을 마련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빚내서 세금 내는 일이 흔하디흔한 풍경이 됐습니다.
저의 정책은 은행대출을 받아서까지 세금을 내야만 하는 어려운 처지의 시민들을 돕기 위해 세금을 환급해주는 정책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구민들에게 돌려주려는 돈이 총 64억 원입니다. 개별 구청마다 수중에 움켜쥐고 있는 돈은 평균 760억 원이고요. 760억 원을 틀어쥔 관공서에서 주민들에게 64억 원을 돌려주는 일을 반대한다면 이건 위정자들의 공감능력에 기본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서초구의 정책을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매도하고 있어요. 제가 여당에서 나쁜 프레임을 또다시 기획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까닭입니다. 저는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왜곡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진정성이 없는 정치를 하고 있는지를 국민들께서 머잖아 꿰뚫어보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주민들로부터 징수한 과도한 재산세를 돌려주는 정책을 지금은 서울시내 25개 구에서 제가 구청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서초구에서만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불어민주당에 계신 분들이 너무나 정략적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봐요.
공 : 지금의 여당 사람들이 어떤 측면에서 과도하게 정략적이라고 느끼시는지요?
조 : 참여정부 중반기인 2005~2006년 무렵에도 집값이 지금처럼 무섭게 폭등했습니다. 주택정책의 총설계자가 당시나 현재나 동일한 인물이니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공 :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의 사실상의 총사령탑이지요.
조 : 그때는 25개 자치구 중 20개 이상의 자치구가 재산세 인하 정책에 동참했었습니다. 반면에 지금은 24개 구청이 재산세를 낮추는 데 이구동성으로 반대하고 있어요. 자기들은 구민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다고 버티면서, 구민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싶으면 서초구청에서나 돌려주라는 소리를 한목소리로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초구는 돈이 많은 구청이 아닙니다. 서초구에 돈이 많다고 하면 그건 주민들 가운데 돈이 많은 분들이 계시다는 뜻이에요. 재산세가 지방세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재산세 공동과세제도’를 2008년도부터 도입하였고, 그 후로 서초구에서 걷히는 재산세의 50%를 서울시 통장에 의무적으로 납입해오고 있습니다. 작년인 2020년만 해도 서초구에서 서울시로 보내진 돈이 무려 1,800억 원에 달합니다. 그 결과 조정재정력지수 순위에서 서초구가 서울시 전체 25개 구를 통틀어 21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 : 조정재정력지수에 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 같은 행정 문외한들에게는 금시초문인 대단히 낯선 개념이라요.
조 : 서울시청 계좌에 돈을 입금해주고 나서 구청 통장에 남는 돈의 액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초구에서 서울시로 돈을 부치지 않는다면 서초가 당연히 메달권 안에 들어갑니다. 서울시가 서초구에서 돈을 가져가니 원래는 상위권에 있던 서초구가 20위 밖으로 확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은평구처럼 반대 경우인 자치구도 물론 있습니다. 은평구는 서울시에서 돈을 받기 전에는 18위였는데, 서울시에서 재정을 지원받고 난 다음에는 단숨에 4위까지 올라갔습니다.
공 : 구체적 액수 차이가 얼마다 되나요?
조 : 은평구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조정교부금이 1,840억 원입니다. 서초구는 37억 원입니다. 두 자치구 사이의 격차가 무려 50배나 납니다. 서초구가 돈이 많아서 구민들에게 재산세를 돌려준다는 이야기가 악의적 거짓말임이 이 대목에서 단박에 드러납니다.
조은희 구청장은 ‘거짓말’이라는 다소 원색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단어를 요 부분에서 조금의 망설임 없이 사용했다.
민주당 구청장들은 여당이 아닌 구민을 위해 일해야
공시지가로 9억 원 이하인 주택이 서초구 전체 주택의 50퍼센트를 점유합니다. 강북 3구인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는 이와 같은 집들의 비율이 90프로가 넘습니다. 따라서 재산세 인하는 노도강으로 보통 알려진 강북 3구에서 선도적으로 용감하게 치고 나갔어야만 하는 일입니다.
작년에 서울시 전역에 살포된 재난지원금 규모가 2조 7천억 원쯤 됩니다. 전국 차원에서는 14조 원 가량의 천문학적 액수가 재난지원금으로 뿌려졌습니다. 재산세를 전국적으로 환급해줄 수 있는 금액은 3천 2백억 원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화법을 잠시 빌리자면 재산세 환급해줘도 나라 망하지 않겠네요?
조 : 그렇죠. 재산세 감경을 갖고서 여당이 벌떼처럼 일어나 서초구를 때리는 게 얄팍한 정치공세에 불과함을 국민들께서 금방 쉽사리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서울시가 기초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를 이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법원 제소를 불사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틀어막으려고 나선 건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입니다. 이는 지방정부로 불리는 서울시가 지방자치의 정신을 앞장서서 훼손한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중구에서는 어르신들에게 노인수당을 많이 지급해드리고 있습니다. 출산장려금으로 거액을 주는 구도 있고요. 자치구들마다 각자의 현실적 상황에 부합하는 다양한 맞춤형 정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자치와 분권은 민주주의를 힘차게 날게 하는 두 날개입니다. 서울시는 자치와 분권의 두 날개로 나는 민주주의가 비행은커녕 아예 날갯짓조차 못하게끔 무자비하게 획일화시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편파적인 획일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출산장려금이나 노인수당에는 제동을 걸지 않으면서 오직 재산세 환급에만 시비를 걸고 있거든요. 더욱이 서초구가 지금 서울시 전체에 관계된 행정을 하려는 것도 아니에요. 서초구에만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겁니다. 저는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조치가 지방행정의 본연의 가치와는 거리가 먼 굉장히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 : 제가 여당으로 역지사지해 구청장님께 반론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당 사람들 눈에는 조은희 구청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오히려 몹시 정치적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조 : 저로서는 매우 억울한 일입니다.
공 :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다른 24개 구의 구청장들은 속으로는 구민들에게 재산세를 환급해주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구청장들의 정치적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더 뿌리를 파고들자면 서울의 민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유권자인 구민들에게 재산세를 낮춰주고 싶지만 금배지들의 공천권을 장악한 청와대에서 반대하고 있고요.
조 : (목소리를 높이며)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그러니까 정치적인 것이죠. 재산세 인하에 대한 정부여당의 알레르기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이야말로 세금을 올려서 집값을 잡으려고 꾀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얼마나 크게 잘못된 방침인지를 도리어 방증해주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잘못을 인정하기 싫으니 애꿎은 서초구에다 대고 화풀이를 하고 있어요.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는 시민이 없습니다. 시민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정치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여당 일각에서는 제가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재산세 인하를 밀어붙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기 전부터 이미 이 정책을 준비하고 추진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것을 알고서 재산세 인하 정책을 성급히 발표한 게 아니에요.
공 : 박원순 전 시장이 아직 생존하셨을 때에 서초구의 재산세 인하 결정이 이뤄졌다는 말씀인가요?
조 : 예,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저와 민주당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진정성이 있겠습니까? 서울시장 보궐선거와는 별개로 꾸준히 경주되어온 서초구의 재산세 인하 노력을 더불어민주당은 단순한 일회성 선거용 공약으로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그건 공정하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아요. 어느 일이 먼저였고, 어느 일이 나중이었는지를 더불어민주당에 계신 분들께서는 지금이라도 객관적으로 직시했으면 좋겠습니다.
공 : 구청장님 견해에 의하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재산세 인하 결정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선후를 바꿔놓은 셈이네요. 어떻게 보면 인과관계를 일부러 뒤집어놓았을 수도 있고요.
조 :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제가 선거 때문에 재산세를 인하하려고 든다고 자꾸만 물 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재산세 인하를 정작 제안한 분이 어떤 사람이었느냐? 민주당 소속 구의원이었어요. 당시 해당 정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있던 서초구청으로서는 마치 백만 대군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희는 즉시 제안을 받아들여 실제 정책으로 구현했습니다. 그러자 구의회에 계신 여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저에게 역시 조은희는 다르다며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갑자기 실시하게 되니까 더불어민주당에서 저의 정책에 부랴부랴 딴죽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자기들이 제안한 정책을 단지 흔쾌히 수용했을 뿐입니다. 저는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박원순 전 시장께서 살아계실 때 하는 말과 돌아가신 다음에 하는 말이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보고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달라도 너무 달랐거든요.
공 : 정치인들이 말 바꾸기 자주 하는 거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나, 심지어 여러 군소정당들이나 전연 차이가 없더라고요.
조 : (단호한 말투로) 저는 말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 저는 어떠한 문제에 관해 정략적이고 정파적으로 접근해본 경험이 없어요. 진짜로 정치적인 인사들은 그런 저를 향해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적반하장 격으로 덮어씌우는 정치야말로 참 나쁜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②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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