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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기③, “대한민국은 검경(檢警)국가로 변해버려” - 검찰의 비대화가 ‘민사의 형사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1-23 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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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가 많아서 감옥이 클 수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감옥이 너무나 크기에 그 공간을 억지로 채우느라 수인(囚人)이 많아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걸핏하면 타인을 법으로 물고 늘어지는 ‘고소공화국’의 오명을 쓴 사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한데 만약 국가가 고소공화국이란 괴물(Leviathan)의 출현을 은근히 반기고 있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터이다. 김관기 김박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들어와 민사사건이 형사사건으로 자꾸만 비화하는 데에는 검찰조직의 비대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과감하고 도발적 분석을 제기했다.

사법기관의 규모가 커질수록 국민들의 인권은 왜소해져


김관기 김박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거대해진 국가 형벌기구와 국민들의 기본권은 양립하기 힘든 요소라고 말하는 서생적 문제의식일 기탄없이 피력했다. (사진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공희준(이하 공) :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완전한 ‘검찰국가’로 변모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야당이 주장하는 ‘검찰정권’ 프레임에 100 퍼센트 동조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독학으로 법률에 통달한 아주 예외적 경우를 빼놓으면 대부분의 일반 국민은 형사사건 같은 데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변호사가 검사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현실은 궁극적으로는 검찰 앞에서 국민이 무력해진다는 의미 아닐까요?

 

김관기(이하 김) : 저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 : 저는 변호사님께서 정치적으로 야당 성향은 아니신 걸로 알고 있는데….

 

김 : 제 평소 정치적 견해와는 무관하게 저는 ‘한국=검찰공화국’이라는 시각에 동의합니다. 제가 우려하는 사항은 우리나라가 기존의 경찰국가에 더해 검찰국가로도 급속도로 이행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검경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왜냐면 검찰과 경찰과 법원의 힘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입니다.

 

공 : 2004년 3월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래도 정치권조차 본인들의 문제를 검찰과 법원에 수시로 떠넘기기 일쑤입니다.

 

김 : 사법기관 조직이 30년 전과 비교해 무려 3배로 거대하게 팽창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국가기구들 가운데 30년 전과 견주어 규모가 3배로 비대해진 조직이 얼마나 있습니까?

 

공 : 한국은 인구도 줄고, 학생 숫자도 줄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른바 ‘수축사회’ 단계로 진입한 지 오래입니다. 법원과 검찰만 여전히 팽창일로에 있네요.

 

김 : 그런데도 법원은 판사 증원해 달라고, 검찰은 검사 숫자 늘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법원과 검찰이 과중한 업무를 떠맡고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들이 과연 원활하고 신속한 업무 처리를 목적으로 문어발식 조직 확장에 몰두해왔겠습니까? 저는 국민들 머리 위에 더 거만하게 군림하겠다는 권력욕 때문에 조직의 팽창과 확대를 추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민사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예전에는 검찰이 무혐의로 처리했을 민사사건들이 현재는 형사사건으로 속속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공 : 검찰이 ‘민사의 형사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김 : 예.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요즘은 사업하다가 망하면 징역을 갑니다.


공 : 신불자 되는 것도 가뜩이나 서러운데 나라에서 콩밥까지 먹이네요.

 

김 : 사업하는 사람들을 걸핏하면 횡령죄로 배임죄로 걸고 넘어집니다.

 

공 : 그런데 정부는 앞에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뒤에선 너는 실패자라며 손목에 수갑 채우면서요.

 

김 : 우리 사회는 모든 문제를 재판으로 해결하려는 재판 만능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빚어지겠습니까? 검찰에 대한 수요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공 :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은 몰라도 고객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능력은 검찰이 웬만한 대기업들을 능가합니다.

 

김 : 그렇게 끊임없이 국민들을 죄인으로 몰아가니 당연히 일선 검사들은, 현장 판사들은 업무가 폭주한다는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법원과 검찰의 과중한 업무량은 근본적으로 스스로가 자초한 일입니다. 형사의 사법화 현상이 나날이 심화되고, 재판 만능주의에 마침표가 찍힐 기미가 없으니 검찰과 법원은 조직의 팽창과 인력 증가를 능사로 여기기 마련입니다.

 

공 : 조직이 커지면 그와 비례해 권력도 커집니다.

 

김 : 힘세지는 걸 마다할 조직이 어디 있겠습니까? 법원과 검찰이 각각 판사와 검사 숫자를 늘려 달라고 거의 허구한 날 국회를 상대로 로비와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법원과 검찰은 신속한 사건 처리가 판사 정원이 부속해서, 검사 숫자가 모자라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해대고 있습니다. 조직을 확장할 구실과 논리를 부지런히 자체생산하고 있습니다.

 

공 : 저는 정치권만 자가발전의 달인인 줄 알았는데 법원과 검찰도 그 방면으로는 도사들입니다.


김 : 조직의 확대와 팽창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법기관들은 법을 계속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법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조차 뭐가 뭔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명쾌하게 해석하기 곤란한 법조문과 간단히 이해되지 않는 규정과 절차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하느냐? 난마처럼 비비 꼬여 난해해진 법령들을 다룰 조직을 신설합니다.

 

공 : 국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법이 있는 게 아니라 사법기관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법이 있네요.

 

김 : 검사가 많아지는 사태만 국민들에게 압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판사가 늘어나도 국민의 권리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습니다.

 

변호사는 나랏돈에 의지하지 않는다


김관기 변호사는 자영업자로서의 위상에 태생적으로 동반되기 마련인 변호사들의 존재론적 취약성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상인적 현실감각을 구태여 감추지 않았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판사들이 놀고먹는다는 빈축을 사지 않으려면 법정으로 죄인들이 부단하게 공급돼야 하겠네요. 그와 달리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도 변호사들의 힘이 세지지 않는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김 : 변호사의 숙명적 비애는 설령 고객이 도둑이라도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직업상의 처지에 있습니다. 저는 그걸 ‘도둑면허’라고 약간은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공 : 도둑놈을 변호할 수 있는 면허라…. 사실 변호사 이외 사람들은 함부로 도둑놈 변호했다가는 똑같은 도둑놈으로 단죄받기 십상입니다.


김 : 명실상부한 법치국가는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에 형성된 신뢰 관계를 존중해줘야 합니다. 그 관계가 존중받지 못하면 변호사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기 어렵고, 변호사의 충분한 조력을 받지 못하면 십중팔구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공 : 사람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면 어떤 과격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릅니다.

 

김 : 변호사는 해당 직업의 지속가능성을 고객으로부터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변호사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변호사 비용도 필연적으로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공 :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작동하네요. 반대로, 판사와 검사 숫자가 많아졌다고 판검사들 월급이 자동으로 감봉되지는 않더라고요.

 

김 : 몸값이 깎이면 사람은 위축되는 법입니다. 변호사가 길거리에 넘쳐나는 세태가 어떠한 사회상을 그려내고 있습니까? 변호사들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법률 플랫폼에 앞다퉈 광고를 내고 있습니다. 변호사들이 네이버에 돈 갖다 바치고 있는 우울한 풍속도입니다.

 

공 : 그게 발단이 돼 이번 변협회장 선거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한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김 : 검사와 판사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기세가 등등해집니다. 변호사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오금을 펴지 못합니다.

 

공 : 각자도생 풍조가 성행한다는 건 이미 호구가 됐다는 간접 증거입니다.

 

김 : 그렇다고 변호사들이 국가가 변호인들의 정당한 생존권을 보장해줄 때까지는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들 변론하지 말자며 화물연대를 모방해 머리띠 두르고 파업 투쟁에 일제히 돌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공 : 변호사가 파업하면 전국 모든 구치소와 교도소가 머잖아 죄인들로 미어터질 것 같습니다.

 

김 : 변호사는 대단히 독특하고 특수한 직역입니다. 국가에서 꼬박꼬박 제때제때 월급 챙겨주는 판검사와는 다릅니다.

 

공 : 판검사도 본질은 철밥통 공무원입니다.

 

김 : 고용이 안정되고 수입이 보장되면 숫자가 곧 힘이 됩니다. 거대 정규직 노조가 강력한 교섭력과 단결력을 확보하고 발휘해온 배경입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안정된 고용과 지속적 수입이 보장되는 직종이 아닙니다. 숫자가 많아지면 결속력과 유대감이 오히려 느슨해집니다.

 

공 : 검찰의 법무법인 태평양 압수수색이 변호사 사회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사건이었겠네요.

 

김 : 검찰과 법원을 향한 민심의 신뢰는 오래전부터 바닥을 기고 있지만 그렇다고 변호사들에 대한 대중의 믿음이 굳건한 것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통틀어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거의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나라입니다. 법원은 사건 처리 속도가 예전에 비해 빨라졌다며 한국을 선진사법을 이룩한 국가로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일입니다. 국민이 믿고 신뢰하지 않는데 자기들끼리 아무리 열심히 재판을 한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공 : 법원의 자화자찬은 자기네끼리 서로 돌려가며 상을 주고받는 공중파 방송사들의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 행사들과 별로 다름없어 보입니다.

 

김 : 맑은 물에다 검은색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이내 물빛이 혼탁해집니다.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99건의 재판을 아무리 신속하게 처리해도 나머지 1건의 재판에서 국민의 상식적 눈높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터무니없는 판결이 나와버리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공 :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일은 불교에서 말하는 업(業)을 짓는 행위가 됩니다.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김 : 충분한 변론 시간과 입증 기회가 주어져야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규명하고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법원 판결이 속도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절차를 중시하고 과정에 충실한 재판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땅에 떨어진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공 : 윤석열 정부의 특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부를 대표하는 스타 장관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는 것입니다. 특정 정권의 얼굴 역할을 하는 장관이 하필이면 법무장관이 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만 할까요? 튀는 사람들이 법무부 장관이었던 대목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피장파장이겠지만요. 아무리 정무는 없고 법무만 횡행하는 정권이라지만, 법무부 장관의 존재감이 이렇게까지 크게 느껴지는 게 분명 정상적 상태는 아니거든요.

 

김 : 윤석열 대통령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할을 만들고,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2할을 만들었습니다.

 

공 : 박범계 전 법무장관이 들으면 엄청 섭섭해할 말씀인데.

 

김 :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더불어민주당의 집요한 정치공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존재감이 두드러졌겠습니까? 장관은 정무직 공무원이기는 해도 정치인은 아닙니다. 본래는 존재감이 크지 않습니다. 저는 법무장관에게 자꾸만 여론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데에는 야당의 판단착오가 적잖다고 봅니다.

 

공 : 근래에 압도적 위용을 뽐낸 인물이 나경원 전 의원이었습니다. 세간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의 만류와 방해를 뿌리치고 당대표 출마 의지를 피력한 나경원 전 의원과 현직 부장판사인 나 전 의원 남편을 윤석열 대통령이 법률적 수단을 총동원해 혼쭐을 내주리라는 예측이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 부부는 아내와 남편 모두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를 지냈거나 또는 지내고 있는 법조계의 주류 중의 주류입니다. 그런 막강한 인사들조차 법무적 방법으로 정치보복을 당하면 과연 어느 국민이 우리나라를 진정한 법치국가라고 생각할까요?

 

김 : 권력의 과도한 집중은 각종 소문의 온상이 됩니다.


공 : 권력 분산의 실패가 가짜뉴스의 진원지 구실을 한다는 뜻인가요?

 

김 : 권력이 한 곳에만 모이는 체제가 바로 전체주의 체제입니다. 전체주의 시스템에서는 외부로 공개되지 않은 조직이 힘이 세고, 밖으로 알려진 조직은 허울뿐일 경우가 잦습니다. 전체주의에선 남들은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는 게 권력의 원천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세계적 정치철학자였던 한나 아렌트가 일찌감치 통찰한 진리입니다. 그는 비밀이 자리한 곳에서 권력이 시작된다고 날카롭게 꿰뚫어 봤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세상을 놀라게 한 국정농단 사태도 결국 무대 뒤편의 은밀하고 음습한 문고리 권력이 국가운영을 좌지우지한 일에서 출발했습니다. 히틀러가 집권한 나치스 독일에서 경찰과 군대는 되레 힘이 없었습니다. 공개된 조직이었으니까요. 그럼 진짜 권력은 누가 장악했느냐? 좀처럼 외부세계로 노출되지 않은 비밀경찰 수중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유신체제도 매한가지였습니다. 권력이 강한 순으로 열거하자면 중앙정보부, 검찰, 경찰, 집권여당 공화당 순서였습니다.

 

민주화는 권력의 투명화이자 활동의 공개화입니다. 행정부가 국회의 견제를 받고,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하는 게 민주주의의 성장이고 성숙입니다. 무슨 핵관이니 하는 인물들이 익명에 기대어 막후에서 권력을 주무르고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면 민주주의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시스템이 단단한 고장 났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공 : 나경원은 공개적으로 양지에서 활동이지만, 나경원을 저격하고 공격하는 윤석열 정권 권력 실세들의 상당수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 음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 : 나경원이 부당한 탄압을 받으리란 추측이 시중에 폭넓게 회자되고 있다면 윤석열 정부의 홍보라인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공 : 저는 나경원 전 의원이 빨리 백기투항을 하지 않으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검찰에 탈탈 털린 거라는 소리가 근거 없는 낭설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를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강제로 축출할 때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거든요. (④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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