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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① “586 세대는 헬조선의 주범이다” - 586 정치인들 조국 장관 지키려 국민의 상식 짓밟아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10-08 15: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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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문제는 작게는 그와 그의 가족의 문제이고, 크게는 586 세대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국 사태에 대한 586들의 반응은 대체로 셋으로 나뉜다. 첫째는 “우리는 조국이다!”를 외치며 조국 장관 일가를 무조건 옹호하는 반응이다. 조국이 무너지면 자신들의 기득권 체제도 더불어 무너질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속에서 비롯된 전진방어 전략이다.

둘째는 “조국은 조국일 뿐”이라는 식으로 이번 사태를 조국 장관 일가의 개인적 일탈의 산물로 치부하는 반응이다. 도마뱀 식의 꼬리 자르기 전략이다.

셋째는 아직은 소수로, 586들이 이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는 반응이다. 현재까지는 586 집단 내에서 극소수에 해당하는 반응이다.

필자는 조국 사태가 조국 장관 개인의 위선적인 내로남불 행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 그러면 이번 일에서 우리 사회가 얻는 교훈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조국 장관의 거취가 어떻게 정리되든 관계없이 남한사회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특권과 반칙이 사라진 정의롭고 정상적인 사회공동체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성숙하려면 조국 사태는 586 세대 전체의 반성을 촉구하고 출세한 기득권 586 인사들의 용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더 높이 승화되고 도약할 필요성이 있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 거버넌스 연구소」 연구교수는 586 기득권 체제에 관한 문제의식을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피력해온 소장파 겸 소신파 연구자이다. 채진원 교수 또래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직전 선배세대일 586 세대에게 무기력하게 투항하거나 고분고분 순응해왔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가 최근에 펴낸 정치학 이론서인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도서출판 푸른길 발행)」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쓰인 책이다.

21세기 남한사회의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는 586 기득권 체제에 대한 도전과 순치 여부로 근본적으로 판가름된다. 필자가 이 시대의 진정한 아웃사이더일 채진원 교수로부터 586 세대 및 586 정치인들에 관한 비판적 견해를 청문하는 시간을 가진 이유이다. 인터뷰는 2019년 10월 7일 월요일 오후, 뉴스케이프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은 김한주 사진전문 기자가, 동영상 편집은 박진선 영상전문 기자가 각각 수고해주었다.

공희준 : 대한민국이 반의 반쪽이 났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을 보수와 진보로 가른 다음 전자에 철저히 의지해 권력을 유지했다면,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은 진보를 기득권 586 세대와 젊은 흙수저 청년세대로 나눈 후에 출세하고 부유한 586들에게만 의존해 정권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최근 「공화국과 경쟁하는 적들」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저는 교수님의 저서에서 제 나름의 매우 중차대하고 의미심장한 문제의식을 획득했습니다. 공화국과 경쟁하는 적들, 더욱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공화국을 파괴하는 적들의 주축이 다름 아닌 기득권 586 세대라는 사실입니다. 현재의 586 세대는 과거 한때 “독재 타도!”를 외치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이 586 세대가 지금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여지없이 까발려졌듯이 우리 사회에서 특권과 반칙에 가장 뼛속 깊이 중독된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그 결과 공화국의 근본정신인 공존의 정신을 부정하고 독선만을 일삼는 거대한 꼰대들 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마저도 자신들이 공화국임을 자처하는 형편입니다. 교수님께서는 586 세대가 공화국과 경쟁하는 것도 모자라 공화국을 아예 부정하고 파괴하는 집단이 된 본질적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그리고 특권과 반칙에 찌든 이들 기득권 586 세대의 “공화국 파괴 책동”을 분쇄하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려면 어떠한 일들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586 정치인들, 국민의 상식을 배신했다


채진원 교수는 586 정치인들이 조국 장관의 허물과 위선을 감추기 위해서 국민의 민심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채진원 : 586 세대 문제는 이제 한국정치의 중요하고 근본적인 의제가 되었습니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지금은 50대 중후반의 연령대에 접어든 586 세대가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586 세대의 선두와 중심에는 학생운동권 출신의 역시나 586 세대 정치인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운동권 출신의 이들 50대 중후반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이들이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비판과 질타를 당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저는 세 가지 정도를 주요한 이유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586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너무나 공공연하고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민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보여준 허물과 위선에 크게 분노하고 실망했습니다. 그렇지만 586 정치인들은 조국 장관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는 국민들을 자유한국당 지지자로 매도하고 몰아붙였습니다. 이는 국민들의 건전한 비판을 봉쇄하겠다는 굉장히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 발상입니다.


586 정치인들은 조국 장관의 허물과 위선에 화난 일반 국민들을 자유한국당 지지자로 낙인찍는 데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언론과 야당의 존재마저 아예 부정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언론의 기능을 인정하고 야당의 역할을 존중하는 제도입니다. 집권여당의 주축인 학생운동권 출신의 586 정치인은 언론과 야당을 적대시하는 것도 모자라 완전히 타도하고 궤멸시켜야만 할 적폐로만 간주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악마시하는 것입니다.


저는 586 세대 정치인들이 고집해온 이와 같은 ‘적폐 프레임’의 최종적 목적은 자유한국당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겠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확대재생산하려면 상대를 무조건 악마로 묘사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 도덕성에서 절대적으로 우월한 존재라고 끊임없이 주장해야만 합니다. 자기들만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대중을 선동할 필요도 있습니다.


채진원 교수가 설명한 586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사는 법은 자유한국당 내의 공안검사 출신 정치인들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과거의 공안검사들과 학생운동 지도부는 마침내 악어와 악어새처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이렇게 서로 수렴되는 셈이다.


586 정치인들의 행동방식은 패권주의로 요약될 수가 있습니다. 패권주의는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존립기반을 위협하기 마련입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정상적 정당정치는 정당들 사이의 건전한 경쟁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국민의 지지를 누가 더 많이 받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공정한 경쟁을 펼치자는 뜻입니다. 586 정치인들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필수요소인 공정경쟁을 자꾸만 회피하려고 시도해왔습니다. 민심의 견제와 심판을 받지 않는 그들만의 높다란 성(Sky Castle)을 쌓고는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심산입니다.


독재를 추구하는 것과 다름없는 이런 패권 지향적 태도가 국민들이 586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586 세대 전체까지도 불신과 환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 중차대한 요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586 세대, 청년 착취하고 비정규직 쥐어짜


채진원 교수는 586의 탐욕과 위선은 청년들을 루저로 만들고, 일베로 만들고, 메갈로 만들었다며 기성세대를 질타했다.

국민들이 기존의 586 세대 정치인들의 집단적 퇴장과 해당 정치인들의 뒷배인 기득권 586 세대의 통렬한 반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게 된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크게 심화시켰기 때문입니다.


586 세대는 과거에는 한국사회를 정치적 민주화로 이끈 주역이자 견인차로 각광받았습니다. 그러나 1987년 이후의 586 세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수탈하고 청년세대를 착취하는 탐욕스러운 약탈자로 변모했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화신으로 변신해 ‘헬조선’의 비극적 참상을 빚어냈습니다. 민주화의 주역이 헬조선의 주범이 돼버렸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95년에 발표한 한 보고서를 읽어보면 한국은 상위 10프로가 국민소득의 45퍼센트를 가져가는 국가로 이미 조사돼 있습니다. 나머지 90프로의 국민들은 국민소득의 55퍼센트를 가지고 아귀다툼을 벌어야 하는 지경이 됐습니다. 586 세대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여기에 편승해왔습니다. 1997년 말에 발발한 외환위기로부터 비롯된 IMF 관리체제가 끝난 후에 관찰해보니까 상위 10프로의 임금소득은 오히려 19퍼센트나 더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상위 1프로는 소득이 3퍼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상위 1프로는 재벌과 건물주이다. 상위 10프로는 586 세대가 주력을 차지하는 공공부문 종사자와 대기업 정규직들이다. 586 세대는 재벌 때려잡자는 구실로 결국에는 자기들 잇속만 영악하게 챙겼다.


586 세대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고통분담의 정신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들은 고통분담은 고사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여성과 청년 노동자들을 쥐어짜 자신들의 배를 불렸습니다. 정치적 민주화의 과실은 독점하면서 경제적 양극화는 부추기는 양두구육의 모순된 집단이 이들 기득권 586 세대였습니다.


그러므로 586 세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학생운동권 출신의 586 정치인들이 대다수 서민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리 만무했습니다. 여의도로 대거 진출하는 데 성공한 586 정치인들은 민주노총 계열의, 한국노동에 가입한 유복하고 조직된 상층부 노동자들의 편에만 줄곧 서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의당도,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자유한국당도 기득권 586 세대가 당의 진로와 노선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586들이 당권을 장악한 정당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여성 노동자 문제를 청년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검증된 능력도, 확실한 의지도 여태껏 좀처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지 30년이 경과한 지금, 586 세대는 엄청나게 과잉대표되고 있습니다. 불공정에 둔감하고, 불평등에 무관심한 기득권 586 세대가 정치적으로 과대대표된 탓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부모가 금수저이면 자식도 금수저로, 부모가 흙수저이면 아이들도 흙수저로 그 신분이 고스란히 세습되는 암울하고 경직된 계급사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흙수저 부모 밑에서 자라난 수많은 서민층 청년들의 미래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습니다. 꿈과 희망에 부풀어야만 할 한국의 청년세대를 누가 루저(Loser)로 만들었습니까? 누가 일베로 만들었습니까? 누가 메갈로 만들었습니까? 남의 자식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이 오직 자기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기득권 586 기성세대가 바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어제 민주화의 주역이었으면 뭐합니까? 오늘은 헬조선의 주범들인데! 저는 헬조선의 주범들이 범국민적 지탄의 표적이 된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영논리는 586 기성세대의 기득권 보호장치일 뿐



586 정치인들이 국민의 냉소와 조롱을 받게 된 세 번째 이유는 그들이 시대착오적 진영논리를 신줏단지 모시듯이 아직도 신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영논리는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아온 치명적 장애물입니다. 21세기는 세계화 시대입니다. 정보화 시대입니다. 탈냉전의 시대이고, 탈물질주의의 시대입니다. 21세기의 시대상황은 경쟁하고 협력하는 공존의 관계를, 사익을 위해서는 싸우되 반드시 필요한 공익을 위해서는 서로 도울 것은 돕는 상생의 관계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586 정치인들은 낡고 철지난 구시대의 유물인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을, 진보 대 보수의 구도를, 애국과 이적(利敵)의 프레임을 국민들에게 막무가내로 강요해왔습니다.


586 정치인들이 이런 이분법적 가치와 세계관을 동원하는 진짜 속내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견제받지 않고서, 책임지지 않고서, 심판당하지 않고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종전대로 변함없이 누리겠다는 이기적인 지대추구 논리가 586 세대 정치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계속 휘둘러대는 진영논리 안에 감춰져 있다고 봅니다.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지 벌써 만으로 32년이 되었습니다. 진영논리로 일그러지고 비틀어진 게임의 규칙을 확 뜯어고쳐야 할 때입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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