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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진 “대안정치연대는 중도 통합의 마중물” - 자기 정치를 하는 대변인들이 정치불신과 사회갈등 키워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8-29 16: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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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이름만큼이나 외우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 정당들의 당명이다. 대개의 걸그룹에 못잖게 존속기간이 짧은 게 한국의 정당인 탓이다.

대안정치연대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세 번째 정당이자, 국민의당으로부터 분당돼 생겨난 두 번째 정당이다. 이는 웬만한 정치 마니아가 아니면 쉽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난해한 족보일지도 모른다.

한국정치에서 대변인은 모순된 자리이다. 대변인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주역이지만, 여론의 뭇매를 앞장서서 맞는다는 측면에서는 악역인 까닭에서이다.

2019년 8월 29일 수요일 오후, 여의도에 자리한 국회 의원회관의 유성엽 의원실에서 만나본 고상진 대안정치연대 대변인은 긴장과 설렘이 수시로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며칠 전 대안정치연대의 대변인으로 선임되었다. 화려한 조명과 처절한 뭇매를 한 몸으로 감당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코러스로 무대에 서는 일과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는 일은 본원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법이다. 필자는 국회 보좌진으로서는 노련한 백전노장에 속하지만, 정치인으로선 여전히 풋풋한 신출내기일 고상진 대변인을 만나 대안정치연대의 진로와 한국정치에서의 대변인의 역할을 주제로 대화를 진행해봤다. 대화는 질문을 딱 2개만 던지는 ‘투 포인트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졌다.

공희준 : 국민의당으로부터 민주평화당이 분당한 사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민주평화당으로부터 대안정치연대가 또 갈라져 나왔습니다. 따라서 대안정치연대의 생존 가능성에 회의적인 여론이 아직은 주류인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의 생존조차 어려워 보이는 대안정치연대가 내년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과 자신감의 근거가 있다면 이 기회에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대안정치연대는 결과물이 아니라 마중물


고상진 대안정치연대 대변인은 중도 통합을 위해 폭넓은 인재 영입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고상진 : 대안정치연대에 관해 우려와 불안이 섞인 질문을 왜 하셨는지를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먼저 그 이유와 경위가 무엇이었던 간에 민주평화당으로부터 대안정치연대가 출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나 죄송하고 또 송구합니다.


현재의 대안정치연대는 최종적 결과물이 아닙니다. 아직은 마중물일 따름입니다. 저희 대안정치연대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는 중도 세력의 통합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나가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고자 대안정치연대에 참여한 10명의 현역 국회의원 전원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임을 이미 분명히 천명했습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대안정치연대와 함께할 의사를 표시한 인물이 있다면 거르지도 않고, 고르지도 않겠다는 뜻입니다. 모두 안겠습니다. 전부 담겠습니다.


고상진 대변인은 거르지도 않고, 고르지도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는 2002년 이후로 한국정치를 횡행해온 뺄셈의 정치문법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행위일 수가 있다. 고상진은 우리나라 정치권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태산은 흙을 가리지 않고, 바다는 물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기본적 가치이자 철학으로 가슴 깊이 새기고서 거칠고 험한 정치의 세계에 과감하고 진취적으로 뛰어든 성싶다. 고상진의 이러한 원칙과 신념이 대안정치연대의 정식 당론으로 관철되고 채택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지금 중도층 유권자의 규모가 매우 큽니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중도정치에 대한 수요도 잠재적으로 굉장히 거대합니다. 대안정치연대는 이 거대한 수요를 성공적으로 담아내는 크고 튼튼한 그릇으로 자리 잡을 취지와 계획 아래 닻을 올렸습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총무가 오늘 아침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의 증인 채택 안건과 관련해 과거 자유한국당이 집권했던 시절에 후보자의 가족을 국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부른 적이 없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조국 후보자의 가족을 청문회 증인석에 세울 수 없다는 정부여당의 속내를 반영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이 단순히 ‘조국 지키기’만을 목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뤄온 적대적 공생관계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오래됐는지를,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형성한 거대 양당의 기득권 체제가 얼마만큼 질기고 강한지를 이인영 원내대표 스스로 무심결에 드러낸 말이었다고 봅니다. “너희도 안 했으니 우리도 똑같이 안 하겠다”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적폐 덩어리라고, 개혁 대상이라고 비판해왔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자마자 자유한국당이 여당이었을 시기에 자행했던 악덕과 폐습을 거의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의 복제구조야말로, 재방송 시스템이야말로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입니다. 반드시 타파돼야만 할 적폐의 몸통입니다.


‘이미지 정치’는 왜 문제인가


고상진 대변인은 자신이 경선에서 실패했던 씁쓸한 경험담을 중간에 잠깐 소개한 후에 답변을 계속해나갔다.


고상진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상호 복제구조가 한국정치의 가장 큰 적폐임을 지적했다. (사진 김한주)대안정치연대는 일단은 호남을 기반으로 삼아 태동했습니다. 그러므로 호남 정치의 현실에 관해 말씀을 드려야만 할 것 같습니다.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잘못 설계하고 설정한 공천 방식에 편승한 일부 정치인들이 강력한 조직력과 자금력에 바탕해 기득권을 편안하게 향유해왔습니다. 영남에서는 자유한국당 주도로 이것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잘못된 경선 과정과 경선 결과가 낳은 잘못된 선택을 호남 유권자들 역시 영남 유권자들만큼이나 강요당해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의 기득권을, 자유한국당은 영남에서의 기득권을 각기 누리며 주권자인 유권자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제약하고 침해했습니다.


대안정치연대는 호남과 영남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서 출범했습니다. 수도권으로 진출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담대한 전망을 갖고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안정치연대가 이러한 포부와 전망을 실제로 구현해낼 역량과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난 2016년에 실시된 20대 총선의 사례를 잠시 복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은 그해0 1월 초에야 창당준비위원회를 어렵게 발족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의 정당 득표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능가했습니다. 국민의당이 정당득표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긴 사건은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어마어마하고 기념비적인 선거혁명이었습니다. 그때 국민의당에게 좀 더 충실하게 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약간만 더 허락됐다면 한국정치는 20대 총선을 계기로 양당 체제에서 명실상부한 3당 체제로 획기적인 전환을 이룩할 수도 있었습니다.


중도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와 갈망은 여전히 넓고 큽니다. 문제는 이 차고도 넘치는 염원과 희망을 담아낼 그릇이 아직까지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 문제는 대안정치연대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모으고 고민을 나눠야만 할 숙제입니다.


대안정치연대는 널리 인재, 즉 사람을 구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유의해야만 할 대목이 있습니다. 인물 중심의 정당은, 특히나 특정 개인의 인기와 영향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제3정당은 지속가능성이 결여돼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정주영, 정몽준, 문국현 등의 인물들이 추동해 만들어진 여러 정당들이 명백하게 알려주는 교훈입니다.


인물 중심 정당의 한계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 이미지 정치의 폐해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현역 정치인으로서 오랜 세월 활동하면서 자신만의 뚜렷한 세계관과 통치철학을 연마하고 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 특히나 영상매체가 스타 정치인으로 급조해낸 인사들은 이념과 사상이 부실했습니다. 노선과 지향점이 불분명했습니다.


고상진 대변인이 지적한 맹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 한층 더 심각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급기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아예 SNS로 흥했다가 SNS로 망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디어 시대에 부풀려진 정치인의 대표주자입니다. 국민들은 박근혜의 과대포장된 겉모습에 장기간에 걸쳐 감춰졌던 끔찍한 실상을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인물은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인물은 철학과 가치관이 확고하게 정립된 제대로 된 인물이어야만 합니다. 자신이 지닌 철학과 가치관을 구체적 정책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지닌 인물이어야만 합니다. 대안정치연대가 함께하길 바라는 인물상은 바로 이러한 인물들입니다.


저희는 2020년 총선 승리와 2022년의 대선 승리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인물들이 본인이 오랫동안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정책과 공약을, 대안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검증받는 과정에서 저는 국민들이 원하는 유능하고 참신한 정치 지도자가 여럿 등장해 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분들을 단시일 내에 발굴해내기란 현실적으로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꾸며낸 이미지와 관리된 스펙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꾸준히 키우고 길러낸 실력과 내공으로 승부하는 인물들을 폭넓고 샅샅이 찾아내는 작업을 뚝심과 인내심을 갖고서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장점으로 승부하는 대변인이 되겠다


공희준 : 김대중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은 야당의 대변인으로 맹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이듯이 대변인은 과거에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필수 경로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당의 대변인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듣기 민망한 막말공세와 볼썽사나운 인신공격의 선봉에 언제나 정당의 대변인 또는 부대변인들이 자리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돈으로 하는 일이고, 전쟁이 총칼로 하는 일이고, 행정이 결재도장으로 하는 일이라면 정치는 말로 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정치의 품격을 높이고 국민들의 혐오와 불신을 해소하려면 정당 대변인들의 자성과 분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한국정치의 얼굴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대변인의 위상을 민심을 정확히 대변하는 본래의 역할로 되돌리려면 무슨 노력이 필요할지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고상진 대변인님께서는 기존의 정당 대변인들과 어떤 측면에서 차별성을 보여줄 계획이신지도 말씀해주십시오.



고상진 :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는 여러 명의 명대변인을 배출했습니다. 김대중, 김영삼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은 야당의 성가를 높여주면서 집권세력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는 박상천, 박희태 두 대변인이 각각 야당과 여당이 입이 되어 유명한 라이벌 관계를 정립했습니다. 이낙연 현 국무총리도 명대변인의 반열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한때는 대변인이 큰 정치인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위치였습니다. 대변인은 정당의 주요한 결정 사항을 국민들에게 때로는 언론을 통해서, 때로는 직접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변인으로서 성공하려면 여론에 민감해야만 합니다. 민심에 대한 흡수력이 빨라야 합니다. 한마디로, 대변인은 당의 첨병입니다. 과거에 대변인들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해 국가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로까지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분들이 민심을 무겁게, 그리고 무섭게 받아들인 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변인들이 험악하고 혐오스러운 언사를 일삼는 사회악 비슷한 존재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대변인들이 국민과 정치의 관계를 가깝게 해주는 게 아니라 도리어 더욱더 멀어지게끔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정당 대변인의 역할과 존재의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이 확산된 배경입니다.


저는 정당 대변인이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이 더 많은 자리가 돼버린 근본적 원인은 대변인들이 자기 정치에 열중하는 병폐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변인들이 당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 대변하는 형국입니다. 당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띄우려면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남발해야만 합니다. 그러면 언론에서 당장은 받아줍니다. 진영논리에 빠진 극렬 지지층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즉시 환영합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자기 정치는 국민들의 정치불신만 초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 또한 부릅니다.


정치불신과 언론불신은 사회갈등의 증폭과 확대재생산으로 결국에는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사회적 갈등들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긴 결과 우리 사회는 현재 엄청난 비용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한 민간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퍼센트를 갈등해소 비용으로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 한 명이 1년에 900만 원가량이 나가는 셈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연간 최대 242조 원의 귀중한 재화가 사회갈등 처리 비용으로 헛되이 공중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말 한마디로 말미암아 천문학적 비용이 쓸데없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수시로 오가는 막말과 폭언이 정말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대두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이와 같은 그릇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진지한 성찰의 자세로 냉엄하게 직시해야만 합니다. 정당의 얼굴이고 입인 대변인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책임감을 지니고서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칼에 베인 상처는 금세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동안 남는다고 했습니다. 대변인들은 ‘말(言)의 전쟁’의 선봉에 산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말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사태가 자주 빚어지곤 했습니다. 저는 대안정치연대의 대변인직을 수행하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국민들께 상처가 되는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상대의 단점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구실에만 머물지도 않겠습니다. 저는 대안정치연대가 기존 정당들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엇이 다른지를 국민들께 최선을 다해서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안정치연대의 장점을 확실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과학적 정책과 대안들을 국민들께 설명하고 소개하는 일에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공희준 : 창당준비 때문에 바쁘신 중에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상진 : 직접 이곳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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