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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우① “남북한 사이의 약속은 남한이 주로 깼다” - 통일부는 남북 교류협력의 활성화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5-19 14: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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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보수세력에 압승을 거둔 일은 문재인 정부에게 대통령 임기 중 두 번째 허니문 기간을 선물해줬다. 국회가 여대야소 구도로 재편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다시금 고공행진을 구가함으로써 정부여당이 야당의 견제와 언론의 반대에 상관없이 진보적 의제 중심의 국정운영을 밀어붙일 환경이 완벽히 조성된 것이다.

자칫 한도가 소진될 뻔했던‘민심의 마일리지’를 운 좋게 재충전한 문재인 정부는 국내정치에서는 물론이고 대북정책에서도 자신의 구상과 비전을 실현시키고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측된다. 레임덕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문재인 정부가 과연 어떠한 방향과 기조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힘쓸지에 관해 남경우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위원의 분석과 전망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 기념일이기도 한 2020년 5월 18일 월요일 오후, 구로 디지털밸리에 소재한 서남투데이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장밋빛 일색으로 채색됐던 남북한 관계가 또다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북미 관계는 하노이 회담 이후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향해 연달아 이런저런 제안을 보내고 있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 성향의 국민들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세대 또한 북한에 대한 불신감과 회의론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남경우 위원님께서는 남북한의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교류협력과 함께 한미관계를 자주적 방향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피력해오셨습니다. 북한이 한국에 진보정권이 들어섰음에도 ‘대남적대시’ 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고, 국제사회의 대북적대시 정책에도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위원님께서 강조하신 쪽으로 한반도 정세와 동아시아의 국제관계가 변화‧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북한, 남북한 합의 이행에 더욱 적극적


남경우 소장은 남한정부가 합의 이행에 오히려 미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진 최인호 사진전문기자)

남경우 :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방법은 그리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습니다. 1972년 7월에 나온 7‧4 남북공동성명으로부터 2018년 4월에 남북한 정상이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에 이르는 남한과 북한 사이의 여러 가지 합의와 약속을 꾸준히 이행하고 성실하게 실천하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남한 측이 이 부분에서 과연 잘해왔는지 저는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남경우 위원은 2000년 6월의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월의 남북정상선언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차례로 거치며 사실상 사문화된 사태를 염두에 둔 듯했다. 남경우 위원은 원래의 일터였던 어느 뉴스통신사를 퇴직한 다음에는 「생생식품연구소」를 설립하고서 음식을 통하여 사람들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필자는 이번 인터뷰에서 그의 직함을 편의상 ‘소장’으로 교통정리하기로 결정하였다.


반면에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냉각탑을 폭파시키고, 북한땅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본국으로 송환한 경우에서 입증되듯이 그들 나름대로 진정성 있는 조치를 구체적 행동으로 취해왔습니다. 북한은 한국이 말만 요란하게 앞세울 뿐, 가시적 행위에 나서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북한 당국의 그러한 생각을 근거 없는 불만으로 일축하기만은 어렵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에 관한 부분은 남경우 소장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일례로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한 젊은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는 향후의 북미관계의 순항을 방해하는 커다란 암초로 등장하고 말았다.

 

저는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해 북한에서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한국에 의료용품의 대북지원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은 북한 측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태도와 비교하면 중앙정부 차원의 호응은 기민하고 신속하지가 않았습니다. 더욱이 중앙정부는 미국 정부의 눈치를 은근히 살피기까지 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치러진 4‧15 총선의 대승에 힘입어 집권여당은 180석이 넘는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수중에 확보했습니다. 개헌을 빼고는 국회에서 뭐든지 추진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에 이어 의회권력까지 문재인 정부가 오롯이 장악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우리나라 입법부의 지형변화가 남북관계의 발전에 크고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당분간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신중하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남북관계의 진전이 지지부진한 답보상황으로부터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조금은 회의적 태도를 띤 이유는 새 정권이 출범할 당시에 국민들이 기대하고 염원했던 만큼의 외교상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문재인 정부가 뚜렷이 보여주지 못해온 데 있습니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다루는 일에서 미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과 견줄 때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대북정책이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자꾸만 멈칫멈칫하는 답답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해결 과정은 통일부가 주도해야


남경우 소장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서 통일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 최인호 사진전문기자)

국제연합(UN)은 미국 주도 아래 광범위한 분야에서 대북 경제제재조치를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재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상품과 물자 또한 여전히 많습니다. 정부는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과감하고 조속하게 재개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과의 전향적인 교류협력의 선봉에는 당연히 통일부가 자리해야 합니다. 저는 한미동맹의 틀에 오랫동안 타성적으로 갇혀온 외교부가 그러한 역할을 맡아줄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정책은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 존재하고 있다는 현실을 깊은 문제의식 없이 전통적으로 수용해왔습니다. 분단된 현실에 단지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이 별개의 나라로 오랫동안 따로따로 있는 정세에서 한반도의 해묵은 긴장과 만성적 위기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구조적 현상으로 고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분단을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인 과거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해서는 안 됩니다. 한반도의 분단을 평화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최선을 다해 경주해야만 합니다.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평화적으로 극복하려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부와 집권여당의 수뇌부가 남북한의 대결과 갈등으로 점철되어온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역사적 사명감과 투철한 미래지향적 관점을 동시에 갖고서 전향적으로 착수해야만 합니다.

 

남경우 생생식품연구소장은 인터뷰 내내 ‘전향적’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한반도 문제에서 ‘전향적’이 ‘진보적’의 완곡하고 은은한 간접적 대체어로 통상적으로 동원돼왔음을 고려하면 그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보다 진보적 스탠스(Stance)로 남북관계에 접근할 것을 촉구하고 있었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3년 전의 이맘때와 대조해볼 때 다방면에 걸쳐 큰 폭으로 변화했습니다. 단적으로 그즈음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졌습니다. 불가항력으로만 여겨지던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에 마침내 강력하게 제동이 걸렸습니다. 21세기 국제정치에서 과거 냉전시대의 철지난 유물로 간주되어온 ‘봉쇄(Containment)’와 ‘격리(Quarantine)’가 일상생활의 용어로 다시금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세계화 흐름에 찬물이 끼얹어지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각자도생에 열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구시대의 잔재로 치부되던 민족주의 경향이 지구촌 도처에서 두드러지게 대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재부상한 민족주의가 2차 세계대전에서 극성을 부렸던 배외주의나 국수주의 형태로는 물론 흘러가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다른 층위와 맥락과 목표를 지닌 민족주의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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