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2인자로 통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정부의 상왕으로 불리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처남 인태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자영업자 문제 해결의 전면에 동시에 나선 일은 이른바 강성지지층이 알고 보면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뚜렷이 확인시키고 있다.
인태연 전 대통령 자영업 비서관이 이재명 정부가 신설할 예정인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 자리에 임명이 유력시된다는 소식들이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속속 전해지는 중이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듯이 임명될 때까지는 임명된 것이 아니므로 인 전 비서관의 이재명 정부 승선 여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성싶다.
1963년생인 인태연 전 비서관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처남으로 더 널리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인 전 비서관의 여동생인 방송 작가 인정옥 씨가 총수의 배우자이기 때문이다. 1968년생 동갑내기인 김어준과 인정옥은 결혼식은 치르지 않은 채 혼인신고만 마치고서 부부로 같이 살아오고 있다.
나는 세도가 김어준의 인척이 아닌 자영업 전문가 인태연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우연한 기회에 비교적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인태연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일반 기업체 취업이 여의치 않자 대안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부지런히 장사에 매진하다가 나중에 영세 상인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시민운동에 나서게 됐는데, 이런 남다른 경험과 이력이 주목을 받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 자영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로 들어가게 됐다는 얘기였다.
인태연 전 비서관이 청와대 참모로 근무하는 동안 처남의 위세를 등에 업고서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러한 짓을 실제로 했다면 좁디좁은 여의도 정치권 바닥에 일찌감치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인태연의 전문성과 진정성에 언론과 여론은 관심이 없다시피 하다. 이는 너무나 유명한 또는 특이한 처남을 둔 인태연 본인의 불가피한 업보일지도 모른다. 인태연은 ‘김어준의 처남’이라는 완장 혹은 주홍글씨와 함께 이재명 정부의 일원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하겠다.
이른바 ‘김어준 문제’의 근본적 핵심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권력과 책임 사이의 비대칭과 불균형으로부터 김어준 문제가 기인한다고 분석해온 터이다.
김어준 총수는 무소불위에 가까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반면, 김어준이 자신의 행위가 초래한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책임지는 경우는 사실상 전무했다. 누리는 권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수준인데, 사회적 책임은 동네 치킨집 사장님만도 지지 않는 극도의 도덕적 해이야말로 김어준 문제의 본질이었던 셈이다.
인태연 전 비서관에게는 미안한 소리이겠으나 그는 행정부 차관직에 발탁되면 고려 시대나 조선 시대의 기인과 흡사한 처지에 자연스럽게 놓이게 된다. 고려와 조선 왕조의 국왕들은 왕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온 지방호족 집단의 세력을 억누르고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호족의 자제들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해 도성 안에서 생활하게끔 했다. 강성해진 호족들이 딴마음, 즉 역심을 품지 못하도록 그들의 금쪽같은 피붙이를 인질로 단단히 잡아두었다. 국사책에 등장하는 바로 ‘기인 제도’이다.
이재명 정부에 고위직 인사로 합류한 인태연이 임면권자인 이 대통령의 기대에 상응하는 정책적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면 그 불똥은 곧바로 김어준 총수에게 튀기 마련이다. 더욱이 야당은 인태연을 쉬지 않고 국회로 불러내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끝없이 퍼부어댈 게 뻔하다. 야당의 파상적 질문 공세에는 매제 김어준과 관계된 내용이 항상 포함될 건 불을 보듯 환한 노릇이다. 김어준 입장에서 손위 처남의 화려한 출사가 마냥 반갑지만 않은 까닭이다.
아내의 친오빠가 제도권의 중심부로 진입하면서 총수는 더는 장외의 실력자로만 안전하게 머물기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남들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로 성공하고 출세해온 김어준이 남들로부터 감시와 비판을 당할 때 어떤 태도와 반응을 보일지 우리 모두 흥미진진하게 주시해보자.
필자는 정치 컨설턴트인 동시에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영세 소상공인이기도 하다. 21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권세가 김어준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도와줄 걸어 다니는 초고해상도 카메라 역할을 해줄 인태연 전 비서관의 입각을 진심으로 열렬히 환영하는 바이다. (②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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