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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대선 불출마를 결단했다면 이준석과 한동훈을 생각한다 ③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2024-12-19 19:39:55

안철수와 손학규는 왜 문재인의 불쏘시개가 되었는가


어떻게든 이번 대선에 출마해 당선돼야겠다는 성급한 ‘조기 결전론’이 한동훈의 스텝을 윤석열의 내란 국면에서 꼬이게 만들고 말았다. 이미지는 김어준 총수가 한동훈 사살령에 대한 언급하는 장면을 보도한 JTBC 뉴스 화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그리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20년 넘게 유력 대선주자로 있었다. 대권에 20여 년간 쉬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대단한 업적이다. 선거 한번 출마했다 낙선하는 바람에 패가망신한 사례가 우리나라 정치권에는 여전히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안철수와 손학규는 3김처럼 20년에는 이르지 못했을지언정 10년 동안 유력 대선주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007년부터 공식화된 손학규의 대권 도전은 2017년에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2011년 가을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본격화된 안철수의 대선 레이스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필자는 안철수와 손학규가 대선 후보 지위를 10년간 유지해온 일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해주고 싶지는 않다.


왜냐? 대권 도전 초기에 대통령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은 DJ와 YS 양김과 비교해 손학규와 안철수에게 훨씬 더 많았던 연유에서이다. 김대중과 김대중의 20년이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를 향한 지속적인 빌드업(Build up)의 시기였다면, 안철수와 손학규의 10년은 창고에 그득했던 정치적 자산을 매일매일 헛되이 까먹는 감가상각의 세월이었다.


손학규와 안철수가 축적의 시간을 상실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린 데는 여러 가지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하였다. 취약한 지역 기반, 만성적인 양당 쏠림 현상, 결선 투표제의 제도적 부재와 제3지대 후보자로서의 한계 등이 그러한 요소들로 주로 손꼽혀왔다.


현실정치의 묘미와 참맛은 이 모든 불리한 외부적 여건들을 개인의 의지와 품성과 지도력으로 일거에 극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제에는 극적인 서사가 무척이나 드물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의 세계에는 신화와 기적들이 허다하게 존재해온 까닭이다. 정치가 왜 가능성의 예술이자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겠는가?


안철수와 손학규는 어째서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까? 두 사람 모두 “이번에 안 되면 끝장”이라는 식의 성급하고 소모적인 종말론적 사고에 번번이 기대어 대통령 선거전에 임해온 탓이었다.


이쯤에서 솔직하게 물어보자. 손학규가 2007년에 대통령에 선출되지 못했다고 하여 곧바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가? 안철수가 2012년의 대선에 실패해 정치를 그 즉시 완전히 접고서 안랩 사장실로 깔끔하게 복귀했던가?


손학규는 2007년에 더 긴 호흡으로 행동하지 못했음을, 안철수는 2012년에 보다 장기적 안목의 결정을 하지 않았을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터이다.


그렇다. 이번에 온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을 최대한 기울이되 다음에 올 기회까지 일찌감치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실연을 당한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은 보통 나중에 더 좋은 인연을 만날 거라는 얘기를 해준다. 그게 단순한 위로의 덕담이 아니었음을 무수한 사람들이 몇 년 후에 깨닫는 법이다.


강준만이 잔뜩 기대를 걸었던 안철수의 힘은 2012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전연 발휘되지 못했다. 안철수도, 손학규도 훗날을 도모하기에는 지혜와 인내력이 너무나 모자랐다. 연대와 연합은 후일을 기약할 줄 아는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특권 아닌 특권이다. 현명하지 못한 이들은 오늘 저녁에 해가 저무는 것만을 알 뿐이지, 내일 아침이 되면 또다시 해가 떠오른다는 사실은 모르기 일쑤다.


2012년의 대선 정국을 다시금 면밀하게 복기한다면 안철수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손학규를 어떻게든 잡았어야 했다. 손학규는 자존심이고 뭐고 모조리 집어치우고 안철수와 무조건 동맹을 맺었어야만 옳았다.


안철수와 손학규는 상대방에게 섬김을 받으려 했지, 상대를 섬기려고 들지는 않았다. 그 결과 그들 전부 문재인의 대선 캠페인을 위한 불쏘시개로 차례차례 전락하고 말았다. 안철수와 손학규가 이후에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에서 잠깐 억지로 오월동주를 한 일은 경기의 승패가 이미 확연하게 결판나고 펼쳐지는 지루하고 무의미한 가비지 타임(Garbage Time)에 불과했다.

 

한동훈 사살령, 물증은 없어도 심증은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윤석열 패거리의 12·3 친위 군사쿠데타가 벌어졌을 당시에 내란 주도 세력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

 

본질은 김어준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고 없고에 있지 않다. 사태의 핵심은 지금의 윤석열은 한동훈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때려죽이고 싶도록 미워한다는 점이다. 한동훈을 향한 윤석열과 그의 부인 김건희의 원한과 살의는 김건희의 친고모 김혜준 목사가 한 전 대표와 그의 처가를 겨냥해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무시무시하고 소름 끼치는 악담과 저주를 작심하고 퍼부은 데서 비록 간접적으로나마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쯤 되면 한동훈은 윤석열 일당의 내란 음모를 진압·분쇄하는 과정에서 단연 초지일관하는 기조의 화법과 행보를 보여줬어야만 마땅했다. 그렇지만 한동훈은 윤석열이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등장해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순간부터 시작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까스로 가결되는 때까지 시종일관 갈팡질팡하고 오락가락했다. 정신없이 우왕좌왕하고 좌고우면했다.

 

이는 한동훈이 대권 도전 초기 단계의 안철수와 손학규처럼 “이번에 대통령이 못 되면 끝장”이라는 근시안적 종말론에 함몰된 탓이 컸다.

 

그가 조기 대선 형식으로 치러질 게 명약관화해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보수 진영의 후보직을 이를테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같은 인물에게 과감하게 양보하고 차차기 대선을 노리겠다는 담대하고 거시적인 지구전 전략을 채택했다면 정치인 한동훈에게 어쩌면 시련과 역경으로 가득 찬 ‘잃어버린 10년’으로 귀결될지 모를 ‘잃어버린 10일’의 패착은 2024년 12월에 원천적으로 생겨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빨리 집권하고야 말겠다는 ‘성급하고 준비 안 된 조기 결전론’이 한동훈 자신의 발목을 도리어 잡고 만 셈이다. (④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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