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우리나라 정치권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 있다. 김건희 여사의 고모인 김혜섭 목사의 페이스북 계정이다.
필자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김 목사의 페북으로 성지순례를 갔는데 그사이에 아쉽게도 ‘전체 공개’에서 ‘친구 공개’로 설정이 변경돼 있었다. 김혜섭 목사의 페이스북 친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 숫자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달랑 12명뿐인 걸로 표시되는 사실을 고려하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을 사실상 폐쇄한 셈이다.
나는 ‘글상쟁이’ 역할을 오랫동안 자임해온 터이다. 관상쟁이가 인간의 얼굴을 한번 쓱 보고 미래의 운명을 점치는 일을 한다면, 글상쟁이는 사람이 써놓은 글을 읽고서 현재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전체 공개 상태에서 작성된 김혜섭 목사의 페이스북 게시글들에는 조카딸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러한 애정과 걱정은 김 여사를 괴롭히는 자들로 김 목사가 여기는 인물들을 정조준한 증오와 적개심의 형태를 띠고서 격렬하게 표출되는 중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처가를 겨냥해 김혜섭이 쏟아낸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민망하고 상스러운 막말은 조카를 향한 무한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리라.
대가족 시대에서 핵가족 시대로, 핵가족 시대에서 이른바 핵개인의 시대로 남한 사회의 구조와 인심과 풍경이 변천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인 한국인들의 지극한 조카 사랑의 감정은 식지도, 빛바래지도 않았다. 심지어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이 힘들다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외롭고 썰렁한 독신의 삶을 살기로 선택한 무수한 미혼 남녀들마저 조카들만 만나면 친부모 못잖게 살갑고 다정한 삼촌이 되고, 고모가 되고, 이모가 되곤 한다.
조카들이 장성해 머리가 굵어져도 이모들과 고모들과 삼촌들의 마음속에서는 아장아장 앙증맞게 걷고 있던 아기 시절의 조카의 귀여운 모습이 여전히 선연하게 남아 있기 마련이다. 수많은 가정에서 “왜 우리 애는 내팽개치고 당신 조카만 유난히 챙기느냐?”며 부부싸움이 종종 발생하는 연유이다.
이렇듯 눈에 넣어도 자식만큼이나 아프지 않은 게 나와 피를 같이하는 혈육인 조카일 수가 있다. 그 조카가 일찌감치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른이 된 조카는 다행히 나름 사업 수완은 좋아서 돈벌이는 쏠쏠하게 잘했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느라 워낙 바쁜 나머지 제때 결혼을 하지 못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우리네 전통 속담이 있다. 혼기를 놓쳐 식구들의 애간장을 태우던 조카가 드디어 평생의 배필을 만났다.
문제는 신랑감이랍시고 데려온 남자가 조카보다 무려 12살이나 연상인 늙고 배 나온 사내라는 점이었다. 조카의 신랑감은 검사라는 직업만 그럴싸할 뿐, 허구한 날 친구들이나 후배들과 어울려 밤새워 술을 마시기 일쑤였다. 설상가상으로 사석은 물론이고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 입에 욕을 달고 살았다. 고모 된 처지에서는 정말 하늘이 노래지지 않을 수 없는 암담한 노릇이었다. 꽃보다 더 예쁘고, 비단결보다도 더 고운 우리 조카 명신이가!
결혼한 조카는 본인의 재력과 인맥을 총동원해 남편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남들은 조카 때문에 조카사위가 대통령이 못 될 뻔했다고 떠들어대지만, 그건 뭘 잘 모르는 철없고 무식한 오빠들의 헛소리일 뿐이다. 조카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조카 남편은 1년에 사건 한두 개도 수임하지 못하는 무능해도 너무나 무능한 변호사가 되어 날마다 서초동 법조타운을 배회하며 서울법대 동창생들로부터 술이나 얻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었을 테기 때문이다.
나이 들고 비전 없는 무일푼의 방귀쟁이 노총각을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로 우뚝 세운 아름답고 유능한 조카를 언론과 야당과 좌파들, 한마디로 사탄들이 심하게 못살게 굴고 있다. 불과 유황 세례로 다스려야 마땅할 저 귀신 들린 마귀들 대열에 마침내 여당 대표라는 작자에 더해 그의 처가 식구들까지 가세했다. 여당 대표의 배우자란 새파란 젊은 여자가 뒤에서 꼬드긴 탓이다.
그 여당 대표의 부인은 사위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하는 친정아버지, 즉 당대표 장인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낸 집안은 오직 우리 양평 김씨 가문 하나여야만 하거늘 저 시건방진 집구석이 제 분수를 모르고서 감히 우리를 흉내 내려 하고 있다.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험하디험한 욕설이 내 입에서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상은 필자가 글상쟁이 입장에서 견강부회와 아전인수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추정해본 김건희 여사의 고모인 김혜섭 목사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현재는 김혜섭 목사뿐만 아니리 김건희 여사의 친정 식구들 전체가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왜냐? 대선 후보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의 설명에 입각하면 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이고, 윤 대통령의 경우에 그 패밀리는 친가도 아니고, 외가도 아닌, 처가인 까닭에서이다.
그런데 간판과 배경만을 중시하는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관점에서 따지자면 한동훈 대표의 처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가 함부로 비벼볼 수 있는 만만한 집안이 결코 아니다. 진은정 변호사의 친정은 김건희 여사의 친정집과 비교해 그야말로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다. 한동훈의 처가와 윤석열의 처갓집 간의 격차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종사자들이 자주 쓰는 용어로 얘기하면 그냥 격차도 아닌 초격자인 것이다. 가족 구성원들까지 참전하는 양상으로 윤한 갈등이 확전된다면 김혜섭 목사에게는 아픈 손가락일 김건희 여사에게 불리하면 불리했지 유리할 구석이 전연 없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영부인 김건희 여사 측은 작금의 승산 없는 처절하고 소모적인 ‘가문의 전쟁’으로부터 어떻게든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을 더 늦기 전에 모색·강구해야만 한다. (③회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