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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와 테일러 스위프트를 생각한다 셀럽이 리더의 자리를 넘볼 때의 결말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2024-09-16 19:53:50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에 들러 소방관계자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 여사의 이와 같은 사실상의 통치행위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위 현지 지도를 방불하게 했다. (사진 출처 : 대통령실 공식 누리집)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국의 대통령 선거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공화당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직접 출동해 스위프트를 견제하는 데 나선 모습을 감안하건대 무려 2억 8천만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추종자(Follower)를 거느렸다는 유명 여성 음악인의 위력이 보통은 아닌 성싶다.


야구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듯, 마지막 개표함을 열어봐야만 최종적 승패를 가릴 수 있는 싸움이 선거이다. 때마침 트럼프의 생명을 노린 두 번째 암살 시도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서 급보로 전해진 터이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관한 성급한 예단은 현재로서는 금물이라 하겠다.


외모로나 재산으로나 이름값으로나 본인이 테일러 스위프트에 꿀릴 구석이 없다고 자부할지도 모를 벽안의 금발 효녀 이방카 이전에 저 콧대 높은 거물급 미국 여가수의 기를 죽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 전설의 주인공은 한반도 남쪽의 평범한 일반인들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금부터 만으로 13년 7개월 전인 2011년 2월에 내한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현재와 비교해 무명(?)이었던 그의 첫 한국 공연은 좌석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스위프트가 승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탑승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 아마도 한국에 돈 벌러 입국한 다수의 젊고 예쁜 동유럽 미인들 가운데 한 명 정도로 여겼던 모양이다.


이 믿기 어려운 기묘한 일화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굴욕’으로 불리며 주기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나라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되곤 한다. 이때의 씁쓸한 기억으로 말미암아 빈정이 심하게 상한 탓일까?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 후로는 한국 땅을 다시는 찾지 않고 있다.


현대는 영웅이 사라진 시대다. 영웅이 사라진 자리를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이른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속속 메워가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빈번하게 혼동돼온 용어가 셀럽이다. 우리말로 유명 인사로 번역되는 영어 셀리브리티(Celebrity)의 약자 셀럽은 유명한 사람을 가리킨다. 힐튼 호텔 상속녀로 유명한 패리스 힐른은 유명하니까 유명한 셀럽의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인플루언서는 셀럽들 중에서 대중의 생각과 행동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을 뜻한다. 모든 인플루언서는 셀럽이지민, 모든 셀럽이 인플루언서는 아닌 것이다. 단적으로, 패리스 힐튼이 공화당의 승리를 위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백주에 스트리킹을 벌인다 한들 트럼프에게 표가 되지는 않는다.


이쯤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인플루언서들의 판단이 나중에 치명적 오판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공동체에 해로운 사태가 빚어졌다면 그들은 엄중한 책임 추궁을 당해야만 할까? 당연히 아니다. 셀럽이 발휘하는 힘은 본질적으로 단순한 영향력일 따름이지, 권력이 아닌 연유에서이다. 반면에 리더, 곧 지도자가 수중에 쥐고 있는 힘은 권력으로 분류되고, 모든 권력은 크고 작음과 그 강약에 관계없이 혹독한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스위프트의 해리스 지지 표명이 화제로 부각됐을 즈음 태평양 건너편 한국에서는 현직 대통령 배우자의 사실상의 통치행위가 추석 민심의 밥상 위에 올랐다. 휴전선 너머의 북한에 존귀하신 자제분 김주애가 존재하고 있다면, 군사분계선 이남의 남한에는 존귀하신 배우자분이실 김건희 여사가 건재한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가 어떠한 동기로 북한 백두혈통의 전유물로 통용되어온 ‘현지 지도’에 남한 영부인의 신분으로 손수 나섰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론의 부정적 반감을 불렀으면 불렀지, 긍정적 호감을 사지는 못할 김 여사의 연이은 현지 지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용산 대통령실 인사들이 왜 어떠한 제동도 걸지 않고 있는지 역시 지금으로서는 오리무중의 수수께끼이다.


확실한 부분은 테일러 스위프트 유형의 인플루언서이기는커녕 실제로는 패리스 힐튼 범주의 유명하니까 유명한 셀럽에 지나지 않는 김건희의 거침없는 지도자 행보가 김 여사가 금단의 열매인 권력의 선악과를 겁도 없이 삼켰음을 공공연히 증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름값이 전부인 셀럽을 지나, 영향력에만 만족하는 인플루언서를 너머 사방이 지뢰밭일 지도자의 세계에 본인 스스로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김건희 여사는 이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무조건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입장에 놓이고 말았다. 휘두를 때는 행복해도 책임질 때는 괴롭고 고통스러운 게 권력이다. 권력이 흡입할 때는 무아경의 극락이지만 공급이 끊기면 그야말로 무간지옥인 마약에 오랫동안 비유돼온 까닭이다.


”유명인에서 지도자로 한 단계 더 높이 올라서야만 한다.“


나는 이 얘기를 분명히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염두에 두고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이준석에 앞서서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셀럽에서 리더로의 변신에 열중하는 기색이다. 혹시 김건희는 이준석을 포함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간주하며 기선 제압에 착수한 것일까?


유명인으로 머물러야 어울릴 인간이 지도자 지위를 주제넘게 함부로 넘보면 희극이 된다. 지도자로 하루빨리 적극적으로 도약해야만 할 인물이 유명인 위치에 계속 안주하면 비극이 된다. 지도자가 되려는 김건희의 꿈이 한바탕의 웃기는 소극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요번 경우에는 극히 예외적으로 불행할 결말로 종결될 가능성이 슬프고 걱정스럽게도 점점 더 증대하고 있다.


퇴임한 전직 대통령이 수난과 봉변을 겪는 상황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리라. 그런데 이제는 퇴임한 전직 대통령의 반려자가 적폐청산 또는 정치보복의 직격탄을 맞는 뉴노멀을 김건희 여사는 눈치 없이 무모하게 착실히 만들어가는 분위기이다. 한남동 관저에서 나올 김 여사가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는 데 이를테면 연(年) 단위 같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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