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한동훈은 ‘김건희의 강’을 건너야만 한다 윤석열의 체리따봉부터 김건희의 문자메시지까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2024-07-05 23:19:54

대통령 배우자가 경선판에 등판한 날


윤석열 대통령의 체리따봉 이모티콘에 이어 김건희 여사의 문자메시지가 국민의힘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지는 김 여사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사이의 문자메시지 패싱 소동을 다룬 채널A 뉴스 화면

이쯤 되면 거의 징크스였다. 여당 당권의 향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고비마다 의문의 문자메시지가 어김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준석을 대표직에서 축출하는 데서는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한동훈이 대표가 되지 못하도록 막는 과정에서는 김건희의 문자메시지가.

 

더군다나 기괴해도 너무나 기괴했다. 집권당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무대에 느닷없이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가 뛰어드는 미증유의 유례없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금년 1월경에 자신의 프랑스제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하여 그즈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대국민 사과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한 전 장관이 김 여사의 메시지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폭로성 이야기가 어제오늘 여러 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전 장관은 영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실제로 왔다는 사실은 인정한 터이나, 문자메시지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김 여사와 한 전 장관 양측의 말이 벌써부터 서로 엇갈리는 상태이다.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공방과 논란이 대개 그렇듯 이번 문자메시지 파동에서도 정확한 사실관계는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일부러 응답을 하지 않는 행동을 세간에서는 ‘읽씹’이라고 표현한다. “읽고 씹다”는 뜻이다. 이러한 행위는 발신자의 의도와 생각에 수신자가 동의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행위로 일반적으로 간주돼왔다.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였던 시절부터 한 전 장관과 빈번히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급자가 상사의 아내와 이처럼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교환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닌지라 이를 둘러싸고 지난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다양한 억측과 이런저런 설왕설래가 난무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다음에도 두 사람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자주 연락을 했는지는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확실한 부분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겠다는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한동훈 전 법무장관이 결과적으로 무시한 일이 현재의 집권세력이 직면한 총체적 난맥상을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절망이 있어야 희망도 있거늘

 

필자는 그 무렵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여당을 이끌고 있던 한동훈 전 장관이 김건희 여사의 문자메시지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영부인에게 직접 피드백을 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한동훈의 설명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그는 대통령실 참모진 등의 공적 경로를 거쳐 회답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한 전 장관은 김 여사가 보낸 메시지가 오롯이 사과만 하겠다는 내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순수한 마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려고 결심했었다는 김 여사 쪽, 곧 용산 대통령실의 얘기를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올해 2월 초순에 KBS와 진행한 대담에서 김 여사의 불미스러운 행태들을 해명하려고 내놓은 말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측면에서 김건희 여사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려 했다는 친윤 인사들의 주장은 객관적으로 수긍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자신을 상대로 앞뒤 다른 양두구육의 이중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을 수도 있다.

 

한동훈은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여권 주도 아래 적극적이고 본격적으로 공론에 부치는 것을 결국에는 회피하는 길을 골랐다. 그는 공론화에 수반될 부담과 후폭풍을 감당하기를 두려워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김 여사가 빈말로 한 소리를 한동훈 본인의 용단과 책임 하에 참말로 바꾸어 민심의 방향을 과감하게 전환시키려는 배포와 담력이, 상상력과 창의력이 한 전 장관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하겠다.

 

김건희 여사는 ‘걸어 다니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존재다. 김건희라는 상자를 열면 그 안에서 무슨 악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지 그야말로 예측 불허의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상자를 더 늦기 전에 개봉해야 한다. 전문가와 지식인은 99개의 절망과 1개의 희망이 있으면 99개의 절망을 중시하는 인간이다. 정치인, 곧 리더는 동일한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1개의 희망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절망의 겨울을 견뎌내려는 용기의 의지가 있는 자만이 희망의 봄을 맞이할 자격이 있는 연유에서이다. 기억하자.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은 상자 제일 밑바닥에 조용하게 깔려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김건희의 상자’를 열기를 망설이고 주저하다 더더욱 깊은 수렁에 대책 없이 빠져드는 양상이다. 당장 절망과 마주하기가 겁이 난다고 절망 뒤에야 비로소 찾아올 희망을 자꾸만 멀리하는 소심한 정당이 무슨 수로 총선 패배의 상처와 후유증을 딛고 일어나 당을 새롭게 재건할 수가 있겠는가?

 

용산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 명의로 진의가 의심되는 스팸성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때 한동훈은 이걸 결기 있고 과단성 있게 국민들 앞에 내보이며 영부인의 사과를 끌어냈어야만 마땅했다.

 

김 여사의 빈말을 한동훈이 대통령 부부의 기획과 셈속에 개의치 않고 참말로 만들었다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석연치 않은 호주로의 출국도, 선거를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을 주제로 장광설 가득한 대국민 담화를 강행하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해병대원의 강과 영부인의 강이 합수하기 전에

 

서울과 양평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노선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전면적 민심 이반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남한강 물길과 북한강 물길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경기도 양평을 대표하는 명소이다. 양수리가 바로 이 두물머리의 정식 지명이다.

 

두물머리는 어쩌면 단순한 땅이름 이상의 함의와 역할을 미구에 띨지도 모른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권은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합류하는 정치적 두물머리가 머잖아 발견될 거라는 믿음과 심증을 갖고서 정부여당을 시종일관 압박하고 있다. 젊은 해병대원이 순직한 비극적 사건의 책임자를 두둔하고 비호한 격노의 주체가 대통령 이외의 제3의 인물일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야당들의 분석이고 판단이다.

 

정치는 최악의 경우에서도 최선의 희망을 찾아내는 일이다.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합수하는 정치적 두물머리에 대한 야당 일각의 은근한 바람과 기대감이 만에 하나 현실화한다면 여권 전체가 수습 불능의 파국에 휩싸이게 된다. 이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기 전에 한동훈은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잇고 있는 모든 다리를 끊어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동훈이 단안을 좀처럼 내리지 못하는 까닭에 영부인이 여당 당수를 뽑는 경선전에 개입 또는 난입하는 시대착오적 막장 사극이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이 허다한 분야들에서 인간을 대체해가는 개명천지한 시대에 버젓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무도한 권력에 또다시 무력하게 순응할 것인가? 도도한 민심의 흐름에 의연히 올라탈 것인가? 더 이상의 고민과 계산은 쓸데없는 사치이자 무의미만 시간낭비일 뿐임을 한 전 장관은 명징하게 깨닫기 바란다.


TAG
댓글
0개의 댓글

최신뉴스

정치/사회

많이 본 뉴스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