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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리더십이야 윤석열과 이재명과 이준석은 왜 미덥지 못한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2024-06-25 00:32:08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상황임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모두 확실한 대안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는 이 의원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싸잡아 비판한 소식을 전한 YTN 뉴스 화면

양이 이끄는 사자 무리가 돼버린 독일


“사자가 이끄는 양의 무리가 양이 이끄는 사자의 무리를 이긴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최초로 접했을 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말을 처음 들었을 적의 강렬한 느낌은 영원토록 잊히지 않을 듯하다. 영도력(Leadership)의 가치와 중요성을 이처럼 명징하고 박진감 넘치게 형용해낸 문장도 드물 터이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교활함을 겸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훌륭하고 성공적인 군주가 되고픈 한 인물이 방금 언급된 두 가지 덕목들 중에서 부득이하게 만약 하나만을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선택해야 할까?


그러한 곤혹스러운 양자택일에 직면할 경우에는 조금의 고민과 주저함도 없이 전자를 택해야 옳다. 왜냐? 여우의 교활함은 빌려올 수 있어도 사자의 용맹함은 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군을 도와 천하의 패권을 도모하던 역사책 속 책사들도, 선거철에 정치인에게 다양한 전략과 대책을 조언하는 오늘날의 정치 컨설턴트들도 본질적으로는 리더에게 여우의 교활함을 제공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밥벌이를 하는 인간이라 하겠다. 이렇듯 리더는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는 간에 강철로 만들어진 심장을 가진 사자가 돼야만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한때 소통과 공감이 지도자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자질로 운위된 시절이 있었다.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정치 지도자로 각광받던 시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메르켈의 ‘공감과 소통’ 신화를 일거에 박살 냈다. 현지 시간으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10만 대군이 이른바 「특별군사작전」이란 미명 아래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선을 일제히 넘어서는 순간 리더십의 요체는 「결단과 책임」임이 다시금 뚜렷이 확인된 탓이다.


앙겔라 메르켈이 본인의 집권기간 동안 소통과 공감에 열중하느라 독일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어놓은 덕분에 블라디미르 푸틴은 유럽 대륙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전쟁에 안심하고 착수할 수 있었다.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단연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 아니다. 통일된 독일이다. 메르켈 치하에서 통일 독일은 영락없는 ‘양이 이끄는 사자의 나라’로 전락했다. 독일의 눈치를 더 이상 구태여 볼 필요가 없는 러시아는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가 돼버렸다.


사자가 사자 노릇을 못하면


이제 시선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군대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돈바스 강으로부터 여야의 정치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우리나라 한강으로 돌려보자. 지금의 한국정치는 세 마리 숫사자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밀림의 제왕 자리를 놓고 쟁투하는 형국이다.


첫 번째 사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문제는 이 사자는 양떼를 이끄는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의 거의 유일한 관심사는 배우자를 보위하는 데 있다. 그러니 양들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이 그를 제왕으로 마지못해 인정할 뿐, 나머지 3분의 2는 윤석열이 동물의 왕국을 더는 이끌 자격이 없다고 믿고 있다.


이 사자의 또 하나의 유별난 특징은 술로 말미암은 구설수에 수시로 휘말린다는 대목에 있다. 대한민국 힙합 음악계에 Drunken Tiger가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권에는 Drunken Lion이 서식하는 격이다.


두 번째 사자는 당대표 연임을 목적으로 잠깐 당수직에서 물러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다. 필자가 그를 굳이 ‘전 대표’로 적지 않고 변함없이 대표로 계속 표기한 까닭이다.


이재명 대표는 2년 전에 누가 백수의 제왕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쟁탈전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분루를 삼키며 내어준 정글의 왕좌를 당연히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은 사자는 사자이되 양떼를 보호해주는 사자가 아니라 외려 양떼로부터 보호를 받는 사자라는 점이다. 사자가 양들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도리어 양들이 사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물구나무선 상황, 밀림의 왕국에서는 초유의 전무후무할 사태이리라.


세 번째 사자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다. 그는 네 차례의 도전 끝에 국회 입성에 극적으로 성공함으로써 가녀린 아기 사자에서 건장한 젊은 사자로 몸집과 체급이 전부 커졌다. 문제는 이 젊은 사자는 양떼를 통솔하는 일보다는 참새떼와 어울리는 데 적성과 소질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본디 사자는 종종 우렁차게 포효하는 것으로 동물의 세계에 살고 있는 뭇 생명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한데 이준석은 참새떼의 수장이 되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양 유수의 공중파 방송들과 각종 유튜브 채널들에서 쉬지 않고 짹짹거리고 있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X’로 어색하고 무리하게 창씨개명을 시킨 트위터가 이준석의 몸을 입고 부활한 양상이다.


현역 밀림의 제왕인 숫사자는 스스로를 백수의 왕에서 특정한 암사자의 보디가드로 자진 격하시켰다. 다음번 밀림의 제왕에 등극할 게 유력시되는 숫사자는 스스로를 남들의 보호와 도움을 애달프게 구하는 한 마리 길 잃은 어린 양으로 자진 격하시켰다. 미래의 밀림의 제왕 영순위로 손꼽히는 젊은 숫사자는 스스로를 맹수에서 참새로 자진 격하시켰다. 정글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고 양의 무리를 무탈하게 이끌어야 할 책무를 짊어진 힘센 숫사자들이 앞다퉈 사자 구실을 언죽번죽 태연하게 포기하고 있으니 관료와 재벌과 외세, 법률 기술자와 언론 장사치와 기회주의적 지식인 부류의 음흉하고 욕심 많은 늑대들만 준동하기 마련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그의 대표적 장편 소설인 「안나 카레리나」의 서두를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불행하다”는 문장으로 떼었다고 한다.


톨스토이의 통찰을 살짝 비틀어 설명한다면 위기가 표출되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위기가 비롯되는 원인은 분야를 막론하고 한결같다. 다름 아닌 리더십의 위기야말로 모든 위기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할 때 가정의 위기가 싹튼다. 범위를 넓히면 임금이 임금답지 못할 때 나라에 파국의 위기가 닥친다. 리더들이 리더답지 못한 현실에서 아무리 제도를 바꾸고, 시스템을 변화시켜봐야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고, 신발 신고 발등 긁는 짓에 지나지 않는다.


양의 무리를 이끄는 일에 무심한 사자는, 양의 무리를 보호하기는커녕 되레 양의 무리의 보호에 기대는 사자는, 양의 무리를 향해 사자처럼 포효하지 않고 참새 같이 짹짹거리는 사자는 사자가 마땅히 갖춰야 할 리더십 본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멀다.


그러니 대한민국 정치가 항시적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고, 정치에서 시작ㆍ발원된 위기는 경제와 안보를 위시한 여타 영역들로 신속하게 확산ㆍ파급되곤 한다. 한국이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저출산도, 고령화도, 지방소멸도 아니다. 리더십의 만성적 위기다.


리더십의 위기를 타개할 해법은 쉽고 간단하다. 윤석열은 아내의 호위무사에서 정글의 파수꾼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재명은 양들의 보호를 받지 말고 양들을 보호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준석은 가벼운 짹짹거림이 아니라 묵직한 포효로 자신의 위용과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도저히 그러지 못하겠다면 다들 위풍당당한 숫사자의 상징인 갈기 조용히 반납하고 평범한 양떼의 일원으로 지내기 바란다. 남한이 국제사회에서 똑같이 동네북 신세가 될지언정 양이 이끄는 사자의 무리보다는 양이 이끄는 양의 무리가 그나마 대외적으로 모양새는 덜 빠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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