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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실패는 현재진행형 홍준표는 윤석열의 두 번째 황태자가 될 것인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2024-04-19 01:00:36

아사코와의 세 번째 만남 같던 국무회의 모두발언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대체할 윤석열 정권의 제2대 황태자가 다름 아닌 홍 시장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는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시장의 구태스런 밀월관계를 다룬 YTN 뉴스 화면

「인연」은 수필가 피천득(1910~2007) 선생을 대표하는 수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빼어난 문학작품도 교과서에 실리는 순간 흥미와 감동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시험점수 매기는 도구로 그 쓰임새가 차갑게 변하는 까닭에서이다.

 

「인연」은 교과서에 수록됐다는 악조건을 무릅쓰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서늘한 아름다움을 안겨주었던 글로 곱씹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짙은 여운을 두고두고 오래도록 남겨준 글의 말미 대목이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궤멸적 참패로 마무리된 22대 총선이 실시되고 엿새가 지나서야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아사코와의 세 번째 만남처럼 아니 나왔어야 좋았을 발언이었다. 윤석열은 절대 반성하지 않으리라는, 변화하지 않으리라는, 책임지지 않으리라는 기존의 인식만 오히려 강화시켜준 장황하고 무익한 모두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가 끝나고 몇 시간 후에 용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그간의 잘못에 대해 비공개로 사과했다는 설명을 부랴부랴 덧붙였지만 그런 사과의 말이 실제로 있었는지조차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불신과 환멸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공포와 조롱의 대상에서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할 때 정권과 체제의 본격적 붕괴가 시작된다고 일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 사람들은 더는 무서움으로 몸을 떨지 않는다. 밀려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배꼽을 붙잡고 데굴데굴 구르기 일쑤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꼬마뿐만 아니라 세파에 닳고 닳은 거리의 평범한 중장년 남녀들까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지금은 큰소리로 공공연히 떠들어대는 중이다.

 

문제는 국민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건만 역대 모든 집권 여당들을 통틀어 최악의 총선 패배를 당한 국민의힘만은 윤석열 대통령이 어리석은 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멋진 옷을 전신에 걸치고 있다고 고집스레 우긴다는 데 있다. 당대표 권한대행까지 겸하게 돼 한껏 기분이 업(Up)됐을 윤재옥 원내대표가 강압적으로 주도하는 이와 같은 남우세스러운 견강부회의 대열에는 홍준표 대구광역시장마저 언죽번죽 끼어들고 있다.

 

윤핵관보다 더 윤핵관 같은 홍준표

 

대인기피증에 걸렸다는 의심을 살 정도로 매우 협소하고 제한된 범위의 인사들과만 교류해온 윤 대통령이 선거 직후의 지극히 민감한 시기에 장장 네 시간에 달하는 독대를 불사할 지경으로 언제부터 홍 시장을 그렇게 신뢰했는지 필자는 모르겠다. 확실한 부분이 있다면 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왔다고 여론의 따가운 눈총과 비판을 줄곧 받아온 일부 윤핵관들을 제외하면 홍준표 대구시장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할 소리만 최근에 정확히 골라 하는 인물도 찾기 힘들 것이란 점이다.

 

홍준표는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에 관한 야당의 특검 요구를 부당한 정치공세로 폄하했다. 총선 대패의 주된 책임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영남의 힘, 또는 노인의 힘으로 쪼그라뜨린 원인으로 작용한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 규칙을 현재처럼 당심 100퍼센트로 변함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는 개인전에 능하다. 그는 보수 정당의 무덤으로 통하는 서울 강북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3연속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고향인 영남으로 내려가서는 경남지사와 대구시장에 당선됐다.

 

반면 조직의 사활과 흥망이 걸린 중요한 단체전에서는 거하게 죽을 쒔다. 그가 당대표로 당을 지휘하던 시절,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지방선거에서 기록적 대참패를 피하지 못했다. 더욱이 제도정치권에 입문한 지 30년이 가까이 다가옴에도 홍준표의 주변에는 별다른 인재가 포착되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윤석열은 홍준표를 후계자로 낙점할까? 홍준표는 윤석열의 신임을 받아낼 수완은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역량은 빈곤하고 부실하다. 선수로서는 특급이되 지도자로선 이른바 폐급인 모순되고 역설적인 모습은 생계형 정치인의 최종 진화형인 생존형 정치인의 치명적 한계로 평가될 수가 있겠다.

 

오는 주말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자택이 자리한 서울 잠실의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는 지척에 놓여 있는 석촌호수에 다녀오려 한다. 호숫가 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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