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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은 ‘윤심(尹心)’을 이렇게 붙잡았다 안장헌②, “민주당의 충남 12년 장기집권은 어떻게 종식됐는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2023-03-24 20:46:26
민주당 계열 정당은 충정 지역에서 당세가 강세를 보일 때 승리의 단맛을 봤다. 반대로, 충청권에서 민심의 지지를 잃으면 대선과 총선 같은 주요 선거에서 예외 없이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더불어민주당은 충청남도에서 12년간 화려한 집권당 지위를 누렸다. 작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연이은 패배는 민주당을 충남에서 초라한 군소정당의 지위로 전락시켰다. 안장헌 충남도의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충청남도에서 명예를 회복할 길은 진솔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 안에서는 강하고 밖에서는 약해


안장헌 충청남도 도의회 의원은 집권여당 국힘의힘 소속인 김태흠 현 충남지사가 ‘힘센 도정’의 슬로건이 무색하게 중앙정부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통렬하게 지적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공희준(이하 공) : 김태흠 현 충청남도 도지사는 한때 열혈 친박이셨습니다. 지금은 탈박에 성공하고서 친윤으로 변신하셨지만요.

 

안장헌(이하 안) : 제가 아산을 지역구로 시의원과 도의원을 차례로 지내다 보니 충청권의 전반적 정치지형에 대해 나름 상세히 파악하게 됐습니다. 김태흠 지사께서는 본래는 여권의 유력한 충남지사 후보자가 아니셨습니다. 이명수 의원, 정진석 의원, 홍문표 의원 같은 보수 성향의 다선 국회의원들이 여당 주자로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러다 일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공 : 어떤 사건인가요?

 

안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충남 보령으로 선거유세를 하러 왔는데 도내의 다른 곳들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청중이 유세 현장을 찾았습니다.

 

공 :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굉장히 기분이 흡족했겠네요?

 

안 : 당연하지요. 무려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유세장으로 운집했으니까요.

 

공 : 제감 방금 검색해보니 보령시 인구가 10만 명이 되지를 않습니다. 정말 엄청난 숫자의 군중이 모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태흠 지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으로 보였을지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안 :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두 분 사이에 핑크빛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 : 윤석열과 김태흠 두 60대 사내들의 브로맨스, 은근히 낭만적입니다.

 

안 : 보령과 서천을 선거구로 두고 있는 현역 중진 의원이었던 김태흠 지사가 충남지사 출마를 위해 원내대표 도전을 접은 결정도 도지사 공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듯합니다.

 

공 : 윤석열 대통령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순종적 인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두 사람은 윤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할 때 제때 그만두지 않았다가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정국에서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안 : 김태흠 지사께서는 나경원과 안철수 두 분과는 아주 다릅니다. 윤 대통령의 요구와 주문에 응하는 반응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릅니다.

 

공 : 충청도 사람들이 행동이 매우 민첩합니다. 저는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느린 말투는 빠른 몸짓을 감추려는 의도를 띤 일종의 노련한 기만술이라고 봅니다.

 

안 : 김태흠 지사의 충남도지사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윤심을 업으며 김 지사님의 몸값이 부쩍 뛰었습니다. 그 덕분에 고된 예선도 치르지 않고 도지사 후보 공천을 받았습니다.

 

공 : 경선이 없었나요?

 

안 : 실질적으로는 당내 경선전이 생략됐습니다. 사실상 추대 형식이었습니다. 김태흠 지사님이 내건 캐치프레이즈가 ‘힘쎈 도정’입니다. 그 때문에 충남도청의 공식문서에 ‘힘쎈’이라는 형용사가 수식어로 으레 삽입되곤 합니다.


‘힘쎈’의 표준말은 ‘힘센’이다.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광역자치단체가 문법적으로 명백히 틀린 표기법을 공문서에서 버젓이 사용하는 행동은 그 취지가 뭐였던 건에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일일 것이다.


공 : 북한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운운할 때의 ‘위대한’과 비슷한 용법의 기능을 담당하는 어휘네요.

 

안 : ‘힘쎈 도정’은 문법적으로는 어색한 표현입니다.

 

공 : 힘센 사람과 힘센 자동차는 있어도 ‘힘센 결정’은 없으니까요.

 

안 : 철도 서해선에 삽교역이라는 역명의 기차역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계획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차역을 신설하는 사업입니다. 지역민의 민원을 수용해 기차역을 새로이 만들 경우에는 지방비로 관련 시설을 조성하게끔 규정돼 있습니다. 김 지사께서는 왜 이걸 지방비로 만드냐며 국비로 신설하겠다고 여러 차례 호언장담을 하셨습니다. 결과는 민망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삽교역을 짓는 데 필요한 예산 배정을 거부한 탓에 지방비로 신축을 추진해야만 하는 형편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김태흠 지사께서는 해당 사업에 도비와 군비를 ‘50 대 50’의 비율로 부담시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비율이 ‘70 : 30’으로 시나브로 바뀌었습니다.

 

공 : 의원님께서 당연히 따지셨겠네요?

 

안 : 예. 김 지사께서는 향후에 추진 방식을 다시 검증해보겠다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으셨습니다. 도비와 군비의 비중을 도지사 임의로 변경하는 건 두고두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음데도 이와 관련해 재발 방지 다짐 같은 명쾌한 입장 표명을 여전히 않고 계십니다.

 

김태흠 지사께서는 당신이 힘센 도지사라고 자랑하시는데, 정말 힘센 도지사이신지 의문이 드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를테면 아산에 국립경찰병원 분원을 설치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이 일은 윤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기도 했습니다. 대선공약에는 분원이 세워질 지역이 아산으로 아예 특정하게 못이 박혀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약속한 일이면 일사천리로 추진돼야 했습니다. 이걸 공모절차를 밟아 진행했습니다. 아산에는 경찰 관련 시설이 다수 분포돼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병원 분원을 아산에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던 이유입니다. 이게 공모 형식으로 변경되면서 아산을 포함한 무려 19개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촌극이 갑자기 빚어졌습니다.

 

공 : 그래서 아산에 결국 유치됐나요?

 

안 : 분원이 아산에 오기로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기는 했습니다.

 

공 : 그나마 해피 엔딩이었네요.

 

안 : 그렇기는 합니다만 김태흠 지사께서 강조하시는 ‘힘센 도정’과는 거리가 먼 쑥스러운 결말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또 다른 대선공약인 국립 치의학연구원 유치도 이와 유사한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예견돼 아산시민들의 걱정근심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닙니다. 도민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힘센 도정은 지사께서 서울에 가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상대로 212만 충남도민의 이해와 요구를 강력하게 대변하고 관철하는 유능하고 굳건한 행정입니다. 현실은 딴판입니다. 충남 안에서는 사나운 호랑이이셨다가, 도 경계선 밖으로 나가면 그 즉시 어린양이 되시는 인상이 짙습니다. 힘센 도정이 과연 누구와 마주하고 맞설 때의 힘셈을 뜻하는지 석연치가 않습니다.

 

공 : 안에선 초식동물이고 밖에선 육식동물인 인물을 일컬어 골목대장이라고 합니다.

 

안 : 중앙정부를 상대로 응모를 하는 걸 충남 단독유치인 것처럼 포장하신 셈이었습니다.

 

공 : 특채로 뽑힐 줄 알고 지원했다가 얼떨결에 공채시험을 치렀네요.

 

안 : 국립 경찰병원 분원 설치는 다른 사람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니 이곳 주민들께서는 응당 아산이 단수 후보인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실은 19곳의 지자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청남도에서 왜 패퇴했는가

 

안장헌 충남도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따뜻한 온실에 안주해온 것이 충청남도를 잃은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뼈아픈 자기반성을 토로했다. (사진 : 김한주 기자)

공 : 충청남도는 12년 만에 도정의 주체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었습니다. 충남의 정권교체에 대한 도민의 반응이 대체로 어떤지 객관적으로 평론해주시기 바랍니다

 

안 : 현재 충남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12석, 국민의힘이 36석을 각각 점유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여당에 ‘1 대 3’의 비율로 밀리고 있습니다.

 

공 : 그쯤 되는 열세면 완벽한 중과부적이네요.

 

안 : 직전 도의회의 의석 분포와 정반대 판도가 재편됐습니다. 그때는 더불어민주당이 3이면, 국민의힘이 1이었습니다. 1명 있던 정의당 당적의 충청남도 도의회 의원은 작년에 낙선했습니다.

 

공 : 도의회 의석의 180도 역전 소식을 들으니 충남의 정권교체가 확연히 실감 납니다.

 

안 : 2010년을 기점으로 12년 동안 크게는 충청남도에서, 작게는 아산시에서 민주당이 집권당으로 계속 있었습니다.

 

공 : 12년간을 여당으로 군림했으면 명실상부한 장기집권 체제입니다.

 

안 : 충남에서도, 아산에서도 민주당이 단체장직을 확보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진보진영이 배출한 최초의 단체장들이었던 만큼 보수세력이 지방행정을 이끌던 시기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새로운 변화와 혁신적 시도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특히, 균형과 분권의 가치를 행정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기획돼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경주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충남 전역에 실용주의적 사고가 확산되고 창의적 발상이 장려됐습니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고, 외형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는 행정이 꽃을 피웠습니다. 이 덕분에 농업과 전통제조업 위주의 충남 지역의 산업구조가 전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막에 걸맞게 고도화되고 첨단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 결실은 구체적 통계수치로 입증됐습니다. 충남은 인구절벽의 공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고장이 됐습니다. 아산만 시야에 넣으면 인구가 감소하기는커녕 외려 증가했습니다.

 

공 : 그럼에도 지방행정의 주도권이 보수 여당으로 넘어갔습니다.

 

안 : 저희는 도민들께서 국민의힘 소속의 충남지사와 아산시장을 선택하신 결정을 겸허한 자세와 숙연한 태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가짐 위에서 민주당이 무슨 부분이 미진하고 어떤 측면에서 부족했는지를 진지하게 성찰ㆍ반성하고 있습니다.

 

공 : 가령 어떠한 지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계십니까?

 

안 : 더불어민주당이 충남에서 집권한 12년 동안 도민들의 실질적 삶에 보다 깊이 밀착해야 했습니다. 충남도민들께서 힘들어하시는 곳들이 어디인지 더욱 속속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저희가 좋은 구호와 좋은 제도는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구호와 제도가 도민들의 현실적 삶의 현장에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게끔 도와주고 뒷받침할 후속 작업을 충남도민들께서 만족해하시는 수준으로까지는 성숙하게 진척시키지를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충남에서는 다른 일 하지 않고 농사만 열심히 지어도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을 충청남도의 농민들께 심어드려야만 했습니다. 아산에서 회사를 착실하게 경영하면 기업 하는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가 있다는 확신을 아산시 관내의 중소기업인들께 불어넣어 드려야만 했습니다.

 

공 : 지역경제 차원에서의 도민들의 불만에 더해 지역정치 심급에서의 유권자들의 불신도 민주당의 퇴조와 몰락을 재촉하지 않았을까요?

 

안 : 그 또한 부인하기 힘듭니다. 충청권에 확고한 지역적 기반을 구축한 영향력 있는 거물급 정치인의 부재가 더불어민주당에게는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으로 다가왔습니다. 12년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저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의 충청 지역 정치인들이 여당의 따뜻한 온실 속에서 게으르게 안주해온 부분이 있지 않은지 지금은 저희 모두가 뼈저리게 자성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을 위해 과감히 싸워야 할 때 소심하게 싸우지 않은 적이 있는지도 부끄러운 심정으로 되돌아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이 전부 교체된 지 여덟 달이 흘렀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의 지표를 감안해도, 주민들을 직접 만나 뵙고 경험한 체감적 민심을 고려해도 국민의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도민들의 평가는 결코 호의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습니다. 도리어 몹시 싸늘하고 부정적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굴욕 외교가, 대내적으로는 노동 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주 69시간 근무제 밀어붙이기가 현 정권을 향한 민심의 급속한 이반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아마추어 대통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좌충우돌하는 국정운영이 서민의 고통과 중산층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나라의 안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정권 출범 초기의 설렘과 기대감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환멸과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정부에 대해서와 달리 김태흠 지사 체제의 충남도청에 관해서는 명쾌한 판단을 내리기가 아직은 이른 감이 있습니다. 김태흠 지사 8개월에 대한 평가는 여론조사만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는 뚜렷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충청권의 광역자치단체장들 가운데에서는 평판이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공 : 김태흠 지사가 호조를 보이는 원인은 주로 어디에 있을까요?


안 : 김 지사께서 대표 브랜드로 앞세운 ‘힘센 도정’이 일정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뭔가 나아질 거라는 도민들의 기대심리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허술한 구석이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첫째로 디테일이 약합니다.


공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얘기”가 이제는 정설로 통하고 있습니다.


안 : 도민들의 편의와 여망을 무시하는 공공기관의 무리한 이전,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격이 되고 만 충남으로의 대형 국책사업 유치 약속 등이 김태흠 지사님이 세부적 일처리에 취약하다는 비판적 시각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도민들이 김 지사님에게 가진 기대감의 유통기한이 멀지 않은 까닭입니다.


둘째로는 아전인수와 자화자찬의 모습입니다. 김태흠 지사께서는 충남의 예산 규모가 늘어난 일을 자신의 치적으로 돌리고 계십니다. 하지만 충청남도 예산은 전임 양승조 지사님 시절부터 꾸준히 증액돼왔습니다. 김 지사님 개인의 성과로 치부하는 건 부당합니다. 따라서 도민들의 삶의 질이 조만간 가시적으로 나아지지 않으면 김태흠 체제의 충남도청에 대한 지역 민심의 평가는 급속도로 나빠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③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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