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술자 유시민은 대중으로부터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 사실 한 발짝 움직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는 이미 숱한 거짓말로 대중을 현혹해 왔다. 거짓말은 새로운 거짓말을 낳고 끝내 그 거짓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어 있다.”
‘유시민 전문가’ 정청래의 증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생각과 행적을 비판하는 글들을 전부 모아놓으면 웬만한 작은 도서관 건물 하나 정도는 충분히 채우고도 남을 양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시민 전 장관을 겨냥한 수많은 공격과 성토들 중에서 필자가 위에 인용해놓은 문장의 서늘함과 날카로움을 능가할 내용은 아마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로도 없을 듯싶다.
살벌하다 못해 살기마저 뚝뚝 묻어나는 저 독설 가득한 문장은 과연 누구의 작품일까? 최근에 놀라울 속도로 급격한 우경화의 길을 마다하지 않은 끝에 ‘보수의 잔 다르크’라는 남우세스러운 별명마저 마침내 득템하는 데 성공한 바른미래당의 이언주 의원일까? 아니면,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출하겠다고 수시로 기염을 토하곤 하는, 태극기부대의 명예부대장 격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일까?
바로 여기에 명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했던 추억의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 「식스 센스(원제 : The Sixth Sense)」를 가뿐히 능가할만한 놀랍고 극적인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 “유시민은 거짓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대중으로부터 최후를 맞이할 것”라는 섬뜩한 예언을 단호하게 늘어놓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정청래 전 의원이기 때문이다.
이왕 시작한 김에 정청래의 유시민 평가를 조금만 더 들어보자.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인물평 자체가 워낙 흥미진진한 이유에서이다. 사실, 알고 보면 정청래 전 의원은 말보다는 글이 더욱더 재밌는 분이다.
“100m 미인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유시민을 한 달 미인으로 생각한다. 한 달만 같이 활동해 보면 그의 언행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다. (중략) 대한민국에서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가장 먼 정치 기술자로서 향후 대선 정국에서 그의 몰락을 여러분들은 지켜볼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는 있어도, 숨길 수 있는 역사는 없다
정리하자면, 정청래는 유시민을 위선적인 냉혈한으로 묘사하며 규탄하고 있는 셈이다.
유시민과 정청래의 관계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겪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얼마 전 여권의 단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들로 김경수 현 경남지사와 더불어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을 나란히 지목했기 때문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여론의 동향에 엄청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사이다. 물론 그는 자신이 몸담은 진영의 여론에만 철두철미하게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정청래가 보여주는 방식의 한쪽 귀만 열고 한쪽 눈만 뜨는 반쪽자리 민심청취 방법은 내 편이면 나라를 팔아먹어도 용서할 수 있다는 망국적이고 정신착란적인 진영논리가 난폭하게 판치고 있는 지금과 같은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는 편리하고 최적화된 정보수집 기법일지 모른다. 한쪽 진영의 입맛과 이해관계에만 기민하고 철저하게 영합하고 편승해도 웬만한 출세와 성공은 너끈히 보장되는 연유에서이다.
순전히 우연의 산물이겠으나, 정청래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거쳐 대통합민주신당에 이르기까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현 민주평화당 대표)의 호위무사이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주 장관의 저격수로 맹활약하던 시절에 쓰인 「정치기술자 유시민의 몰락」이라는 제목의 문제적 문건은 정청래 스스로와 직접 연관된 이런저런 온라인 공간들에서는 요즘은 찾아볼 수가 없다. 참고로, 필자는 내게 흑역사로 남을 내용의 글들조차 내 손으로 삭제하는 법이 없다. 나는 부끄러운 기록과 떳떳하지 못한 역사도 제 나름의 고유한 가치와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필자는 유시민 전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담긴 속내와 포석을 읽어내는 판독법의 9할을 정청래 전 의원에게 빚지고 있다. 특히나 정청래가 머리와 가슴 사이의 거리가 제일 먼 정치인으로 유시민 전 장관을 거론한 일은 두고두고 잊지 않고서 귀중한 판단의 준거로 여전히 활용해오고 있다.
만들어진 화제, 유시민
유시민 전 장관이 본인의 진단에 따르면 보수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유튜브에 자신도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실은 화제가 됐다기보다는, 그의 늦깎이 유튜버 데뷔 결정을 화제로 띄우고자 JTBC와 노컷뉴스 등의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언론사들이 열심히 분위기를 돋웠다.
최종적으로는 자사의 부사장을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 꽃가마 태워 보낸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뉴스서비스에 아주 비중 있는 소식으로 유시민 전 장관의 유튜브 시장 진출을 띄웠다. 유시민의 유튜버 비즈니스 개시가 화제가 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객관적 배경이자 너절한 속사정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대답하기에 난감한 질문이다. 반면에 “어용언론 혹은 어용포털이 먼저냐, 어용지식인이 먼저냐?”는 답변하기가 별로 곤란하지가 않다. 물고기 없는 물은 있을 수 있어도 물 없는 물고기는 있을 수가 없는 것처럼, 어용언론과 어용포털이 앞장서 생겨나고 나서야 비로소 어용언론인도 생존과 서식이 가능한 법이다.
유시민의 노 젓기 묘기와 정두언의 숟가락 꽂기 신공
그렇다면 머리와 가슴 간의 간격이 크다는 건 어떤 뜻일까? 이는 모든 사건과 사태를 이익과 손해의 관점에서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이익이 되면 뛰어들고, 손해가 나면 멀리한다는 거다.
머리와 가슴 사이가 먼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노이고, 다른 하나는 숟가락이다. 노는 왜 필요하냐? 물 들어올 때 저어야만 해서이다. 숟가락은 어째서 필수품이냐? 남들이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려놓으면 잽싸게 꽂아야 하는 탓이다. 이를테면 유시민 전 장관의 정계복귀와 자기 자신의 일식집 개업을 절묘하게 한 바구니에 넣어버린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의 민첩한 처세술이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며 동시에 남의 잔칫상에 숟가락까지 꽂는 영악하고 약삭빠른 사회생활의 전형적 표본이었다. 혹여 창업 준비하시는 분들께서는 정두언 전 의원의 이와 같은 기상천외한 영업전략을 꼭 벤치마킹해 잘 갈무리해두시기 바란다.
유시민 전 장관 입장에서 동영상 전문 웹사이트 플랫폼인 유튜브 채널은 신나게 물 들어오는 바닷가이다.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역설적으로 결국은 지지해주지 않을 호남 태생의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해 있는 현실은 유시민의 정계복귀를 위한 맛있고 영양가 있는 잔칫상이 준비된 형국이다. 더군다나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포털 댓글조작 사건에 발목이 잡혀 운신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실제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를 궁금해 하는 호사가들이 이쯤해서 분명 일각에 존재하리라. 미리 명토박아두자면 유시민이 정계복귀를 단행할 확률과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에게 선거판은 ‘우리가 승리해야 하는 곳’이 아니다. ‘내가 장사해야 하는 곳’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사람들은 머나먼 바다로의 위험한 항해에 실제로 나서지는 않는다. 남들이 맛있게 차린 잔칫상에 잽싸게 숟가락 꽂는 인간들은 잔치판이 성황을 이루는지 여부에는 실은 별 관심이 없다. 그게 머리와 가슴 사이의 거리가 먼 자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얄팍한 계산속과 진중한 사명감은 언제나 정반대 개념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책임감의 진정한 반대말은 무책임이 아니다. 잔머리이다.
유시민은 자기정치를 한 적이 없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른바 자기정치를 한다고 욕을 먹어왔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태껏 자기정치를 해본 경우가 없다. 그는 오직 자기사업을 해봤을 뿐이다.
“나는 정치할 마음이 없는데, 내가 정치를 할 거라고 주변에서 자꾸만 억측해 너무나 억울하다”는 투의 유시민 전 장관의 푸념 섞인 하소연은 따라서 매우 타당성 있는 항변일 수가 있다. 장사하려는 사람에게 정치를 하려 한다고 비난하니 당사자인 유시민으로선 얼마나 답답하고 분통 터질 노릇이겠는가? 우리, 정치 하는 정치인과 비즈니스 하는 사업가를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목은 갖춘 다음에 찬반을 하건 공방을 펼치건 뭐라도 하자.
결론적으로 정청래 전 의원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그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기술자로 파악한 지점까지는 적중했다. 허나 유시민은 정청래의 확신과는 달리 정치기술자가 아니라 사업기술자였다. 사업기술자의 관점에서 정계복귀와 뒤이은 대권도전 선언은 남았으면 남았지, 절대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 내가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지는 몰라도, 누가 제일 많은 선거자금을 모을지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