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사이트 개혁은 다른 사람이 아닌 변희재가 꺼내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할 호응과 화답을 받지 못한 불운한 의제로 여겨질 수 있다. 만일 그의 지론대로 네이버가 정식 언론사로 등록돼 거기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공익적 의무를 충실히 다해왔다면 ‘드루킹 사건’ 같은 전대미문의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은 원천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는 네이버 댓글들에서 벌어진 망국적인 여론조작 공작이 강도와 범위를 더해서 유튜브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허나 네이버의 경우에서와 매한가지로 그의 주장은 황야의 고독한 외침에 여전히 머물고 있었다. 그에 관한 부정적 평판이 또다시 변희재의 발목을 강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형국이었다. 필자는 아예 평판이라는 게 없는 인간인 터라 그의 고독한 외침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공희준(이하 공) : 변희재 대표님께서는 유튜브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 반응을 내보이고 계십니다. 그건 순전히 본인이 유튜브 공간에서는 다른 곳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밀리는 탓이 아닌가요? 이를테면 「이솝 우화」에서의 여우가 먹고 싶은 포도를 먹지 못하자 이게 다 포도가 쉬었기 때문이라며 괜히 애먼 포도에게 역정을 낸 것처럼 말입니다.
보수 유튜버들은 돈벌이에만 열중해
변희재(이하 변) : 제가 구치소에서 출소한 다음 유튜브 졸부들로부터 방금 형께서 저한테 하신 말씀과 똑같은 내용의 핀잔을 들을까 봐 그들 졸부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엄청 노력했습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졸부’라는 개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졸부’는 그가 유튜브로 벼락출세한 신흥 보수 이데올로그들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나침반 구실을 해주는 용어였다.
저는 그들 파워 유튜버들과 실제로 자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감옥에 갇힌 저의 구명을 위해 나서준 건 분명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로부터 ‘여우와 신포도’ 식의 비난을 사지 않기 위해 보수 유튜버들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합니다. 내로라하는 보수 유튜버들은 우리나라 보수진영을 몰락의 위기로 이끌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나라까지 망하게 할 재주는 없습니다. 유명 보수 유튜버들은 보수진영 안에서만 위세를 떨칠 뿐이지, 일반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니까요. 조회수가 아무리 많아봤자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파급력이 없는데. 그저 보수 성향 국민들의 지갑만 열심히 털고 있을 따름입니다.
공 : 그런 생존구조를 업계에서는 “확장성이 없다”고 묘사합니다. 더욱이 자기 진영 털어서 졸부 된 사람들은 진보 쪽에도 수두룩합니다. 이 또한 보수와 진보가 피차일반입니다.
구글 관계자들은 얼굴을 드러내라
공 : 유튜브의 약진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건 공중파 방송사들만이 아닙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요즘 시쳇말로 죽을 맛일 텐데요?
변 : 유튜브 때문에 받은 직접적 타격을 기준으로 측정하자면 네이버가 공중파 방송사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습니다.
공 : 변 대표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네이버 개혁을 강조해오셨는데, 결국 네이버가 외부의 충격으로 개혁이 되기는 된 셈이네요. 정확히 표현하면 개혁을 당한 양상입니다.
변 : 네이버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퇴한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뉴스편집으로부터 연원하는 폐해와 부작용은 변함없이 막대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네이버만 장막 뒤에서 농간을 부리는 게 아닙니다. 유튜브의 장난질도 네이버에 버금갑니다. 유튜브 시스템도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끼치는 피해와 해악이 네이버와 막상막하 수준입니다.
공 :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그런가요?
변 : 우선은 인기 동영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석연치 않습니다. 광고가 붙는 잣대 역시 불투명하기 짝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튜브는 검은 장막 뒤에 숨은 ‘빅 브라더(Big Brother) 역할을 맡을 개연성이 매우 짙습니다.
공 : 구글 운영자들이 네이버 뉴스서비스 팀과 비교해 더 음험하고 사악하다는 말씀인가요?
변 : 네이버나 구글이나 작동 기제는 대동소이합니다. 이용자들 눈에 띄지 않게끔 뒤에 몰래 숨어서 노골적인 여론조작을 수시로 일삼아왔습니다. 게다가 구글은 영상기반 매체입니다. 파괴력과 파급력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네이버 개혁담론과 유튜브 개혁담론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기 마련입니다. 비겁하게 얼굴 감추지 말고 당당하게 언론사로 커밍아웃하고서 전면에 나타나라는 요구입니다.
보수세력의 사령탑인 조선일보로부터 진보진영의 대본영인 한겨레신문에 이르기까지 편집국 의사결정권자들의 신원이, 문재인 정권을 공공연히 지지하는 KBS 한국방송 보도국과 자유한국당을 대놓고 편들어온 tv조선 보도국 모두 책임자들의 정체가 백일하에 공개돼 있다. 반면에 네이버는 어느 누가 뉴스 콘텐츠를 분류하고 게재하시는지를 고집스럽게 철두철미 은폐해왔다.
공 : 변 대표님이 지목한 구글이 미국 현지의 구글 본사인가요? 아니면, 한국 시장에서 영업 중인 구글 코리아 법인인가요?
변 : 일단은 구글 코리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올라가는 동영상을 그곳에서 관리할 테니까요.
공 : 구글 코리아에서는 “당신이 인기 유튜버가 되지 못하니 괜히 심판 판정에 시비를 건다”는 투로 대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당신의 신통치 않은 경기력이야!”라고요.
변 : 네이버도 그러한 논리로 비판자들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시도했습니다. 저는 네이버와는 나중에는 아예 업무 제휴 자체를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는 회사 측과의 협업이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냥 그 위에서 뛰는 거니까요. 네이버이건, 유튜브이건 뒤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막아야 합니다. 해법은 간단합니다. 정식으로 언론사로 등록하라는 것입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총괄하는 인물이 편성부장에 취임해 책임을 지도록 제도화하면 됩니다. 여느 방송국들처럼 편성원칙을 발표해 공개하라는 의미입니다.
공 : 구글 코리아도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으라는 뜻인가요?
변 : 네이버의 경우에는 이제는 뉴스서비스의 총책임자가 누구인지 실명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나마 총책임자가 공개된 이후에는 네이버 뉴스서비스가 예전보다는 약간 공정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흡합니다. 편집 작업을 담당한 실무자 전원의 성명과 직급을 일반 언론사들처럼 가감 없이 공개해야만 합니다. 그와 같은 형식에 준거해 네이버와 유튜브를 언론사로 대우하면 지금처럼 대놓고 조작과 왜곡을 저지르지는 못합니다.
다당 체제가 진영논리를 깬다
공 : 한국에서의 정권교체는 공중파 방송에 나오던 인간들이 유튜브로 가고, 유튜브 채널로 방송하던 사람들이 공중파 방송국들로 자리를 옮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과로 지식계급의 구성원들이 평범한 서민대중의 실질적 삶의 질과는 전연 상관이 없는 자기들만의 밥그릇 싸움을 미디어 시장에서 떨어지는 이권과 자리를 놓고서 벌이는 양상이 벌써 10년 넘게 전개돼왔습니다. 변 대표님께서는 방송이든, 신문이든 진보 기득권자들과 보수 엘리트들 간의 이권 다툼의 마당에 불과하게 된 반민중적, 반서민적 현실을 타개하려면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변 : 대안 정도로 바뀌겠습니까?
공 : 훨씬 더 고강도 대책이 요구된다는 건가요?
변 : 저는 정치에서의 양강 구도가 무너지면 우리나라의 웬만한 고질적인 사회적 병리현상들은 전부 말끔하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 : 제가 좀 특이하게 두서없이 인생을 살다 보니 변희재 대표와도 사적인 친분이 두텁고,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PD와도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습니다. 저처럼 주류 진보에도, 주류 보수에도 휩쓸리지 않는 객관적 관찰자 입장에서는 한국에서의 정권교체는 예를 들자면 김용민과 변희재가, 변희재와 김용민이 5년마다 한 번씩 서로 자리 바꾸는 요란한 이벤트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의 정권교체란 게 과연 무슨 역사적 가치와 의의가 있는지 가면 갈수록 더욱더 회의감만 쌓여갑니다.
변 : 양당 구도에서는 돈과 명예를 손에 넣으려면, 권력과 자리를 차지하려면 한쪽 편에 줄을 서고서는 자신이 줄선 진영이 하는 결정과 행동을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서 막무가내로 두둔‧옹호해야만 합니다. 3당 체제 같은 다당제 구조가 확고하게 정착되면 이 망국적 진영논리를 확실히 극복하고 종식시킬 수가 있습니다.
공 : 그렇다면 변희재 대표는 현재 고난의 행군을 자처하고 있나요? 문재인 정권과 싸우면 사실 이것저것 편할 텐데, 지금은 보수 내에서의 담론 투쟁에 휘말려 있으니까요?
변 : 솔직히 힘들긴 하죠. 저를 요즘 악의적으로 음해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자유한국당 계열에 속합니다. 최근에 들어와 좌파들은 저를 실제로는 극렬하게 공격하지를 않습니다.
공 :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정치부 기지와 논설위원들 관점에서는 변희재는 야당 표 갈라질 주장을 펼치는 셈이겠네요?
변 : 그들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판단하겠죠.
공 :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항변하고 싶습니까?
변 : 저도 그들이 하는 얘기와 동일한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깨끗하게 갈라서자는 것입니다.
공 : 갈라서자?
변 : 예, 갈라서자. 그 사람들은 자꾸만 저에게 내부총질을 하지 말라고 종용하는데, 내부총질을 막아낼 단연 확실한 길은 갈라서는 방법뿐입니다. 갈라서면 내부 총질이 아닌 외부 총격이 됩니다.
공 : 그러다 만약에 내년 총선에서 야당표가 분산되어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면 그 거대한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실 작정입니까?
변 : 조중동의 논조대로 지금처럼 뭉쳐가서는 보수는 내년 총선에서 50석 이하입니다.
공 : 50석 이하라…. 뭉치면 죽네요?
변 : 예, 지금은 뭉치면 무조건 죽습니다. 제 말뜻을 알아듣는 분들이 다행히 차츰차츰 늘어나고 있습니다.
변희재 대표는 자기의 진의를 파악해준 사람으로 예전에 주요국 대사를 지낸 원로급 인사를 거명했으나, 필자의 재량으로 해당 인물을 익명으로 처리했다.
공 : 그분은 젊은 사람이 아닙니다. 꽤 나이가 드신 분입니다.
변 : 나이 있으신 분들께서 알아들으셔야 세상이 바뀝니다.
공 : 흐흐흐….
변 : 뭉치면 죽고, 갈라지면 삽니다.
공 : 사전에 부탁드린 질문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변 : 좋은 기회 마련해주셔서 형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미학(美學)을 전공했다. KBS 시청자위원과 조선일보 「아침마당」 칼럼니스트를 지내고, 이후에는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대표와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