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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동문회들이 서초동으로 몰려간 까닭은 연재칼럼 : 586의 몰락(The Downfall of 586 Generation) ② 공희준 편집위원 2019-10-14 14:36:45

기득권 586, 일본 군부를 닮았다


출세한 진보기득권 인사들의 졸렬하고 편협한 진영논리는 586 세대의 몰락에 톡톡히 기여했다. 이미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한 청년을 수꼴로 매도해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변상욱 YTN 앵커의 트위터 글.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서초동 검찰청사 앞의 촛불시위가 지난주 토요일의 4차 집회를 마지막으로 일단은 종료되었다. 주최 측은 검찰을 겨냥해 조국 장관과 그의 일가를 더는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최후통첩은 공식적 개전 선언이 있기에 앞서서 상대방에게 통지하는 게 정석이고 상식이다. 군국주의 시절의 일본이 왜 전 세계적으로 공분을 샀겠는가? 일본제국이 본격적 군사행동에 착수한 이후에 적국에 최후통첩이나 선전포고를 보낸 데 있었다. 선전포고 없이 감행된 일본 연합함대의 진주만 기습은 이의 대표적 사례다.


조국 법무장관이 정점에 선 기득권 586 세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한 방식은 일본군이 애용한 기습작전 형태와 유사하다. 기득권 586 세력은 윤석열 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빈번하게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난잡한 별장 파티의 단골손님이었다는 한겨레21의 음해성 기사가 나온 다음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벌써 공격이 이뤄졌는데 윤석열 총장이 최후통첩 따위에 개의할 특별한 동기나 여지가 있겠는가? 윤석열은 한겨레21을 돌격대로 내세운 한겨레신문의 비열한 정치공작에 강경한 자세로 정면대응에 나섰다.


서초동에서 펼쳐진 일련의 「조국 구하기 촛불집회」의 주력은 시종일관 기득권 586 세대였다. 오죽했으면 몇몇 참석자들이 20~30대의 참여가 저조한 사실에 안타까운 심정을 공공연하게 토로했겠는가?


태극기 부대도, 586 세대도 본질은 꼰대


586 세대는 압축적 근대화를 물구나무 세운 ‘압축적 꼰대화’를 이뤄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누리집 사진

그렇지만 586 세대가 어떤 세대인가? “하면 된다”는 불굴의 의지에서는 그들의 선배 세대인 태극기 부대 세대와 전혀 차이가 없는 집단이다. “노력하지 않는다”고, “정신력이 약하다”고, “우리 때는 안 그랬다”고 지금의 청년세대를 끊임없이 타박하는 충만한 꼰대 근성을 발휘하는 부분에선 586 세대와 태극기 부대가 하등의 차별성이 없는 셈이다. 고인이 된 노회찬 전 의원의 어법을 조금 각색해 인용하자면 “조국 퇴진”을 외치는 태극기 부대 노인들과 “우리가 조국이다!”를 연호하는 중장년 586들 사이에는 한강도 못되는 가느다란 샛강만이 간신히 흐르고 있을 뿐이다.


청년세대란 싱싱한 이를 구하지 못하자 기득권 586 세대는 ‘민주동문회’라는 아주 오래된 잇몸으로 버티는 중이다. 민주동문회는 기존 동문회가 권력에 빌붙어 어용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586 세대 위주로 만들어진 동창회이다. 교총에 맞서 전교조가 탄생했듯, 대한변협 대안으로 민변이 출현한 것처럼, 기성 동문회에 대항해 민주동문회가 결성되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규직 중견 교사들의 이해와 요구만을 악착같이 대변하는 철밥통 수호대로 전락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사법부를 비롯한 권부의 요직들을 독점하는 법조계의 하나회로 변질됐다.


완전히 맛이 가기로는 민주동문회 또한 매한가지이다. 주요 핵심 구성원들이 문재인 정권 집권 기간 동안 억대 연봉의 공기업 감사나 유관단체 이사 자리라도 하나 얻는 데 도움만 된다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는 ‘지록위마’의 추태조차 젊은 후배들 면전에서 서슴지 않는 부도덕한 악질 어용 관변단체로 타락한 지 이미 오래다.


공안검사가 아닌 특수부 검사가 무서운 그들


경제적으로는 ‘강남 부동산’, 교육적으로는 ‘스펙 품앗이’에 기반한 586 기득권 체제는 단군 이래로 가장 불평등한 세상을 한반도 남쪽에 출현시켰다. 사진은 586 세대의 집단 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해부한 화제의 문제작인 「불평등의 세대(이철승 지음)」 표지

필자는 그냥 동문회건, 민주동문회건 일체의 동문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 단지 같은 학교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생전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말을 섞는 게 왠지 찜찜하고 거북한 탓이다. 더욱이 남한사회의 동문회가 모교 사랑을 빙자해 온갖 이권이 거래되며, 친목도모의 구실 아래 별의별 부정청탁이 자행되는 학피아(학맥+마피아) 공간 역할을 해왔음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비밀도 아니다. 힘세고 유명한 졸업생들이 많은 동창회들일수록 북적북적 성황을 이루는 세태가 무엇을 뜻하겠는가?


요즘 청년들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싶다. 동문회들마다 “막내가 쉰 살”인 사태가 보편적 현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게다가 닥치고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그릇되고 후진적인 패거리주의의 문화와 관행은 일반 학우로 불렸던 비운동권 학생들이 아니라, 스스로를 “의식화되고 조직화된 전위”라고 으스댔던 운동권 학생들 무리에서 단연 더 짙고 강하게 만연해 있었다. 그 학생운동권 출신 586 세대가 현재는 정치는 물론이고 행정, 법조, 언론, 학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시민단체 등 남한사회의 전 영역에 걸쳐 실권, 즉 결정권을 확고하게 틀어쥐고 있다. ‘막내가 쉰 살’인 민주동문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안 봐도 비디오인 까닭이다.


그렇다. 민주동문회는 이제는 전경련이나 상공회의소를 능가하는 막강하고 타산적인 이익단체 겸 로비단체로 기능해오고 있다. 그나마 전경련과 상공회의소는 자신들이 정의를 실현하고 진리를 추구한다는 어처구니없는 흰소리를 힘없고 가난한 인민대중에게 늘어놓지는 않는다. 반면에 막내가 쉰 살인 민주동문회는 그네들이 실제로는 이익단체임을, 로비집단임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단체로 대규모 환갑잔치를 치러도 전연 어색하지 않을 노쇠하고 기득권화된 민주동문회 수십 개가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키겠답시고 서초동으로 모여들었다. 사실, 일반인이 검찰에 소환될 경우는 좀처럼 없다. 반대로 권력을 끼고서 이권을 농단하고 음습한 로비활동을 수행해온 부류들에게 검찰은 저승사자처럼 공포의 존재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서초동으로 몰려든 돈 많고 출세한 기득권 586 세대가 물리치려는 대상은 과거에 그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공안검사들이 아니다. 부패한 정치인과 공무원들 콩밥 먹이고, 부정한 뇌물 뿌리며 국가기강을 좀먹은 불법 로비스트들 때려잡는 특수부 검사들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리지 않은 바에야 민주동문회 깃발 들고서 서초동 검찰청까지 구태여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가 “타도 검찰!”을 목 놓아 부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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