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의 예언자’ 홍준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망언 제조기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홍준표가 그 숱한 망언에도 불구하고 현역 정치인으로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망언은 상당히 적중률 높은 예언이기도 하다는 지점에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펀드 조성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린 동기가 대규모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의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의 이번 각주는 어쩌면 나중에 터무니없는 망언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조국 장관과 그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문제의 사모 펀드의 목적은 그야말로 단지 돈벌이 그 자체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차기 후계구도에 관한 홍준표의 분석에 관해서는 굉장히 정확한 분석과 전망으로 후하게 평가해주고 싶다
이낙연은 어째서 안 되는가
홍준표는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머물 것이라고 자신감 넘치게 예측했다. 필자 또한 이런 홍준표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로 이른바 영남민주화세력은 호남 출신의 대통령 후보자를 웬만해서는 밀어주지 않으려 한다. 한나라당 당적의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소속의 정동영 후보가 격돌했던 2007년의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 널리 인구에 회자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저 악명 높은 “한나라당이 정권 잡아도 나라 안 망한다”는 발언은 영남민주화세력으로 통칭되어온 인사들의 속 깊은 내면의식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드러내는 말이었다. 영남민주화세력의 그런 정신세계는 지금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음은 물론이다.
둘째로 호남 유권자들의 패배주의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패배주의를 ‘전략적 선택’이라고 합리화 혹은 정당화를 시도해왔지만 그 어떤 미사여구로써 포장한들 패배주의는 본질적으로 패배주의일 따름이다.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호남 후보는 안 돼”라고 지레 자포자기를 해버리는 분위기에서 나처럼 다른 지역 출신 인민들이 호남 유권자들이 지지하지도 않는 호남 출신 후보한테 표를 줄 리는 만무하다. 자기 집에서 천덕꾸러기가 남의 집에서 귀염둥이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홍준표의 눈썰미 있는 예리한 지적대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이미 정치적으로 재기불능 상태에 빠졌고,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는 획기적인 극적 반전 없이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확실시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펼치는 정책마다 민심의 짜증만 줄곧 유발해왔다. 박 시장은 본인 스스로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린 아주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런 사례는 ‘정치적 셀프 안락사’라고 명명해야 어울리리라.
패권주의와 패배주의가 만나면
영남민주화세력의 지독한 폐쇄주의와 호남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패배주의는 더불어민주당을 영남 태생의 정치인들만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수 있는 참으로 이상하고 엽기적인 정당으로 만들고 말았다. “여당도 영남, 야당도 영남”인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의 씨앗을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이 뿌렸다면, 그 화룡점정은 당명에 ‘민주’자가 들어가는 정당이 찍은 셈이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는 가나다 순서로 김경수 경상남도 도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운데 한 명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100퍼센트다.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처지이고, 강남좌파의 기린아로 촉망받아온 조국 장관이 일부 “늙은 오빠부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평범한 인민대중들에게 위선자의 대명사로 낙인찍혀 밉상으로 전락한 현재, 온전히 그 대형과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오로지 유시민 전 장관 하나이다.
남한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본선이 아니라 예선에서 결판이 나는 형편으로 정치지형이 고착되었다. 이명박은 박근혜와의 경선에서 이긴 덕분에 곧바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고, 문재인은 안철수를 주저앉힌 노력이 두고두고 밑거름 구실을 해준 덕분으로 대권 재수에 성공했다.
영악한 홍준표와 약삭빠른 유시민이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배경에 정통하면 정통했지, 결코 무지할 리가 없다. 그로 말미암아 홍준표 전 대표는 주포를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 대표 체제를 겨냥해 연일 발사하고 있으며, 유시민 전 장관은 조국 장관 측을 도와준다는 핑계 아래 조 장관의 가족에 대한 일반 여론의 비호감도만 종국에는 결과적으로 되레 끌어올리기 일쑤인 듣기 민망한 언급들만 골라서 주기적으로 교묘하게 발설한다.
홍준표는 황교안 때리고, 유시민은 조국 약 올려
조국 장관과 오연호 사장은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을 공동으로 펴낸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조국이 청와대에 참모가 아닌 대장으로 입성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공저했을 게다. 작금에 조국 대망론은 허망한 백일몽이 되어가는 모양새이다.
조국과 오연호 콤비의 공개적 콜래보와 달리 홍준표와 유시민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염화미소의 텔레파시를 수시로 나두며 영남집권플랜의 현실화를 위해 조용하면서도 착실하게 콤비플레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조국 장관의 불운한 낙마에 유시민 전 장관이 뒤에서 몰래 웃고 있을 것이라는 홍준표의 천기누설 아닌 천기누설은 그가 끓어오르는 희열과 행복감을 잠시 주체하지 못해 생겨난 일종의 돌출적 실언일 수가 있다. 홍준표는 특히나 유시민을 상대로는 역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과시해왔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 유시민, 유시민 대 홍준표가 대통령 선거전에서 맞붙는 대결구도가 마냥 나쁜 전개만은 아니다. 홍준표-유시민 사이의 적대적 공생관계 또는 절묘한 동업관계가 불의하기 짝이 없는 영남 싹쓸이에 깊은 반감과 혐오감을 품은 제3세력의 태동과 운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폭넓은 기동공간을 제공해주는 탓이다. 필자가 홍준표와 유시민이 제1야당과 집권여당이란 거대 기득권 양당의 대선주자로 각각 출마하는 일을 쌍수를 들고서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