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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청와대가 이회창의 청와대가 된 날 공희준 편집위원 2019-04-01 13:08:56

강남좌파의 완성체 포르쉐 진보


문재인 정부의 서민적 감수성 부족은 강남에 집 가진 인사들이 고관대작을 독식하는 ‘강남추천제’를 불렀다.

먼저 독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련다. 강남좌파와 강남우파의 가장 결정적이고도 본질적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정답을 거창한 데서 찾는다면 당신의 서민적 감수성은 빵점에 가깝다고 하겠다. 관념과 추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릴지도 모를 몇몇 분들을 위해 정답을 곧바로 공개하겠다. 강남좌파와 강남우파의 가장 결정적이고 본질적인 차이점은 동수와 호수가 다르다는 것뿐이다. 이는 강남좌파와 강남우파 사이에는 전혀 아무런 물질적이고 실증적인 차별성이 없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연이은 인사검증 실패로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이 철회되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하였다. 지명철회든, 자진사퇴든 형식은 부차적이다. 두 장관 후보자 전부가 국민들, 특히 힘없고 가난한 대다수 평범한 인민대중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특권적 삶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사태의 핵심이다.


조동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외에 유학 중인 아들에게 고급 외제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를 사주려고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올려 받았다는 얘기를 태연히 했을 때 필자는 처음에는 조 후보자가 만우절 농담을 며칠쯤 앞당겨 하는 줄로 알았다.


내가 그 흔한 운전면허조차 없이 여태껏 대중교통만 이용해온 인간인 터라 포르쉐가 어떻게 생겨먹은 자동차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나중에 크게 돈 벌면 아이에게 포르쉐보다도 몇 배는 더 값비싼 차를 사줄 계획이다. 대신에, 국민들의 피와 땀과 한이 서린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으로 1년에 수억 원을 타가서 그 돈으로 내 자식 명품 스포츠카 뽑아주지는 않을 작정이다.


강남에 집 가진 사람들은 공직 진출 단념해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성남 분당 신도시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후보자는 집이 본래 3채 있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 채는 나도 잘 안다. 잠실에서 제일 먼저 재건축이 완료된 연유로 동네 주민들이 보통 ‘1단지’로 부르는 엘스 아파트 단지 앞을 필자도 종종 지나가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지나가기만 할 따름이지, 아직 그곳에 내 명의의 주택을 장만하지는 못했다.


나도 인간이다. 잠실에 자리 잡은 물 좋은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나 돈과 권력과 명예를 모두 가지려다가는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필자는 잠실에 들어선 넓고 쾌적한 중대형 아파트에 살려는 여염의 욕망을 좇는 대가로 선출직 이외의 일체의 공직에 나아가는 꿈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잠실을 비롯한 서울 강남 지역에 아파트 한 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앉아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불로소득으로 올린 사람들이 많다. 불로소득의 창궐은 나라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불로소득을 거머쥔 사람들은 그 돈을 도로 토해낼 양심은 없을지언정 공직자라는 명분 아래 나랏돈에 빨대 꽂지 않을 최소한의 염치는 가져야만 한다. 필자가 아래로는 시험 쳐서 임용되는 선발직 늘공 9급 공무원으로부터 위로는 대통령의 낙점을 받아 자리를 맡는 임명직 어공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강남에 집 가진 인사들은 국민세금으로 월급 받아갈 궁리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확신해온 까닭이다.


허나 문재인 정부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그리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처럼 강남에 고가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죽번죽 천연덕스럽게 벼슬살이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고관대작들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의 실현과 양극화 해소에 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리라.


한국일보의 뜬금없는 천기누설


4월 1일 월요일자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이동현 기자의 글은 본문의 내용은 평이했으나 제목 하나만큼은 전대미문의 통찰력으로 넘쳤다. (한국일보 1면 캡처)

한국일보는 종이신문으로서의 성가와 영광은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한국일보 인터넷판은 훌륭한 읽을거리들로 은근히 가득하다. 기자들에게 확실하게 월급 주는 오너가 없는 탓에 편집국의 통제가 느슨하고, 이 느슨한 통제를 비집고 이따금씩 의외의 장타가 터지는 덕분으로 짐작된다.


4월 1일 월요일자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실린 이동현 기자의 글은 본문의 내용은 평이했으나 제목 하나만큼은 전대미문의 통찰력으로 넘쳤다. 기자 본인이 달았는지, 아니면 편집국에서 가필했는지 정확히 확인할 방도가 없는 기사 제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커지는 청와대 인사 문책론… 문제는 ‘서민 감수성’」


2002년 12월에 치러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서민적 감수성’의 유무에 있었음은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인정하는 사실이다.


꼭 지금 당장 서민인 사람들만이 서민적 감수성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서민적 감수성을 갖추려면 한때나마 서민으로 생활해본 경험이 있어야만 한다. 이회창은 단 하루도 서민이 아니었고, 노무현은 오랫동안 서민으로 지냈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회창 후보와는 달리 노무현 후보는 서민적 감수성으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인사 업무를 총괄한 당사자는 당시에는 민정수석이었던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서민이었다. 서민적 감수성이 문 대통령에게는 필연적으로 탑재되어 있기 마련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업무를 총책임진 사람은 조국 민정수석이다. 그는 이제까지 단 하루도 서민이었던 적이 없는 인물이다. 미래에도 영원히 없을 테고….


귀족 내각의 원인은 귀족 청와대


서민적 감수성이 결핍된 인물들에게는 아들에게 포르쉐 사준 장관 후보자가 커다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딸에게 황급하게 주택을 증여한 후에, 방금 딸에게 물려준 집에서 거액의 월세를 내며 거주하는 희한한 일도 결격사유가 아닐 수도 있다. 필자는 조동호 후보자가 이른바 해적 학회에 참여한 사건이 치명적 낙마 사유였다는 식의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설명인지 해명인지를 접하고서 문재인 정부는 서민적 감수성이 없어도 정말 더럽게 없다는 원초적인 서민적 감수성이 발동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해적 학회를 갔는지, 산적학회를 갔는지가 중요한가? 아들에게 포르쉐 사주려고 전세 올렸다는 데 대해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에서 분노의 반응도, 절망의 한숨도 없었다는 게 중요하지! 우리가 포르쉐를 바라볼 때 저들은 학회를 바라본다. 돈 많고 가방끈 긴 강남 사람들과, 돈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안 강남’ 사람들은 생각의 DNA부터가 이렇게 아예 다른 셈이다.


포르쉐는 괜찮은데 학회는 문제였다고 판단한 사례가 증명하듯이 단 하루도 서민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들의 뇌구조는 힘없고 가난한 우리네 평범한 대다수 인민대중의 뇌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연이은 내각 인사 참사는 태어나서 단 하루도 서민이었던 적이 없는 귀족층 자제들로 청와대 핵심 참모진을 꾸린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인사 참사에 그 뿌리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서민 청와대는 서민 내각을 낳고 귀족 청와대는 귀족 내각을 낳는다.


나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아니라 불행하게도 만에 하나 이회창 후보가 승리했다면 나라가 어떤 꼬락서니가 됐을까를 예전에 종종 심심풀이 땅콩 삼아 상상해보곤 했었다. 문재인 정부는 필자가 그렇게 가끔씩 몸서리치며 상상했던 초현실주의적 광경을 현실에서 열심히 구현하고 있다. 상상 이상으로 무시무시하게.


태어나서 단 하루도 서민이었던 적이 없는 귀족풍이되 저품격인 인물들이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 뺨치는 엽기적이고 남우세스러운 인사 코미디를 국민들에게 다음에 또 어떻게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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