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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②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못됐지만 유능해 하면 됐던 586 기성세대와, 해도 안 되는 청년세대는 왜 불화하는가 공희준 편집위원 2019-02-14 15:19:27
내로라하는 종합일간지들마다에는 2030 세대 전용 칼럼난이 꼭 하나씩 마련돼 있다. 그런데 쓸데없이 무게 잡는 정식 사설보다도 도리어 더 식상하고 쉰내 나는 내용과 논조로 가득한 꼭지가 이른바 2030 칼럼들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2030들이 거의 예외 없이 그들의 물주이자 충성대상일 586 세대의 의견과 화두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해대는 것이 예삿일인 탓이다.

숙명여대 북한인권 동아리 김현정 회장의 주장과 논리가 신선하고 파격적으로 다가온 까닭은 그는 586 세대의 인간 프린터에 지나지 않는 여러 신문지상의 2030류 필자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참교육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교육을 받은 사람은 본인의 생각을 말한다. 참교육을 당한 사람은 남(들)의 생각을 말한다.

전교조의 존재의 이유인 참교육이 청년들 사이에서 더 이상 희화화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에는 586 세대의 철지난 관념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독자적 사유를 선보이는 김현정 같은 당찬 젊은이들의 꾸준한 출현과 활약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정은은 똑똑한 인물


김현정 회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악독함은 악독함대로, 능력은 능력대로 각각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공희준 (이하 공) : 586들이 청년세대가 통일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할 수 있다면, 역으로 청년들은 586 세대를 향해 지나치게 남북관계에만 집착한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보기에 586 세대가 민생경제를 위시한 다른 중차대한 주제들은 모조리 다 내팽개치고 오로지 남북관계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나요?


김현정 (이하 김) : 저는 기성세대가 남북한 관계에만 매달린다는 생각을 거의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청년세대보다는 기성세대가 민족문제나 통일문제에 더욱더 집착하는 경향이 상존하기는 합니다. 저는 그 이유가 기성세대는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충돌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사태를 체험한 데 있으리라고 추측합니다. 지금의 청년세대와는 달리 남북한 간의 첨예한 대치와 대결에 하도 부대끼나 보니 기성세대가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를 중시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공 : 586 세대가 현재의 청년세대와 비교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이 더욱 갈급하다고 판단하시는 거네요?


김 : 예, 그런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공 : 청년들에게는 김일성 주석이 완전히 역사 속의 인물이지요?


김 : 예, 그렇습니다. 김일성 주석에 관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공 :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떤가요?


김 : 조금은 낯이 익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까지도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했기 때문입니다.


공 : 김일성은 생소하고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그와 반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청년세대들에게 아주 익숙한 존재 아닌가요? 남한 젊은이들이 실제로 존재감을 느끼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는 김정은이 사실상 유일할 것 같거든요. 한국의 청년세대는 북한 김정은과 같이 자라난 세대로 일컬어도 크게 잘못된 건 아닐 테니까요.


김 : 그렇죠.


공 : 우리 사회에서 김일성을 상대한 세대와 김정일을 상대해본 세대는 서로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불현듯 궁금해졌습니다. 청년들은 김정은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김 : 저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굉장히 똑똑한 인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공 : 정의와 불의, 또는 선과 악 같은 가치판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도출하신 결론인가요?


김 : 능력의 견지에서만 견적을 냈을 때 똑똑하다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능력치는 굉장히 높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공 : 북한에 우호적인 인사들마저 김정일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장 고난의 행군 때 북한의 인민대중이 무수히 굶어죽었으니까요. 김현정 회장님의 견해를 들어보니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그의 선친에 관한 평가와는 매우 대조적이네요. 인간은 나쁘지만 능력은 있다고 평가하셨으니….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능력만은 인정하시기 때문입니다.


김 : 능력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해야죠.


공 : 그렇다면 남한사회에 대입하면 유능한 재벌 3세로 김정은 위원장을 자리매김할 수도 있습니까?


김 : 유능한 재벌 3세라고 봐주기에는 악랄한 구석이 좀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비약하기는 곤란합니다. (웃음)


하면 되는 시대 VS 해도 안 되는 시대


공 :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와 노력들은 「힐링 콘서트」니, 「청춘 콘서트」니 해서 오래전부터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성세대들이 청년세대들을 정치사회적 상품으로 이용해 자기들 기반과 입지 다지고 잇속 차리는 게 목적이었지만요. 그런 탓인지 몰라도 이러한 시도와 노력들은 결과적으로는 별다른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지 못해왔습니다. 과연 어떤 장애물이 중간에 가로놓여 있기에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소통과 대화가 이렇게 극도로 꽉 막힌 걸까요?


김 : 저는 세대 간 불통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 내에서의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공 : 그건 인류가 가족을 형성하고 살 때부터 빚어진 현상이 아닐까요? “요즘 애들 버르장머리 없다”는 장탄식은 고대 이집트의 역사에서도 발견되고 있잖아요. 더욱이 아버지와 친밀한 아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단히 드뭅니다. 어머니와 절친한 딸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아왔지만요. (웃음)


김 : 저는 자기 세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다른 세대에게 강요하는 일은 제일 먼저 가정에서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 내의 부모와 자식 사이의 불화와 몰이해가 사회적 차원으로 규모가 확대된 상태에서 고스란히 재연되는 것이지요. 저희 세대가 집 안에서나, 집 밖에서나 어른들, 아니 기성세대들로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공 : 어떤 잔소리가 그렇게 지긋지긋하시던가요?


김 : “우리 때는”으로 서두가 시작되는 회고조 이야기입니다. 청년들이 자신들의 막막하고 답답한 처지를 기성세대에게 토로하면 공감과 이해 대신에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그와 같은 틀에 박힌 반응부터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청년들 입장에서는 기성세대의 “우리 때는~” 타령에 전혀 수긍도, 동의도 되지를 않습니다. 왜냐면 기성세대들은 ‘하면 되는 시대를 살았지만, 청년세대는 ’해도 안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 : ‘해도 안 되는 시대’라는 김현정 회장님의 너무나 절망적일 수도 있는 표현이 저 같은 기성세대에게는 참 먹먹하게 들립니다. 사실 저만 해도 “하면 된다!”는 소리를 여전히 입에 달고 살거든요. 단, 저는 후배들이나 청년들을 상대로 그런 사자후를 토해내지 않습니다. 제 기준에서 선배들이나 노땅들의 뿌리 깊은 패배주의와 고질적인 식민지 노예근성을 질타할 때에 헝그리 정신과 ‘Can Do’ 이데올로기를 동원하고 강조합니다. 제가 그래서 선배들 사이에 인기가 없어요. (웃음)


김 : 저희 세대는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 시대에서 성장하고 생활해왔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노량진 학원가에 파묻혀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분상승의 꿈과 희망이 실현 가능한 시대에 청년기를 보냈던 기성세대와는 살아온 환경과 조건 자체부터가 다릅니다. 그렇게 살아온 조건과 환경부터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실을 우선 감안해야만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해질 수가 있는데, 기성세대들은 그러한 점들을 전연 헤아리지를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대 간의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 : 따지고 보면 지금의 국가시스템 자체도 청년들에게 그리 우호적이거나 친화적이지는 않습니다.


김 : 노인 우대 정책은 있어도, 청년 우대 정책은 없다시피 합니다.


공 : 이를테면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가리키는 거죠?


김 :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위한 무임승차 제도는 있어도, 가난한 청년들을 위한 보편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는 아직 없습니다.


현재의 중년세대, 노인에게는 약하고 청년에게는 강해


공 : 제가 잠시 반론을 펴고 싶네요. 지금의 문재인 정권은 근본적으로 586 정권이기도 합니다. 586 세대가 국가권력을 확고하게 틀어쥐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586 정권이 노인들로부터는 싹수가 노랗다는, 예의범절이 없다는 비난을 줄곧 들어왔거든요. 한데 정작 청년들은 문제의 586 정권이 노인들만 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네요.


김 : 청년층은 기성세대가 어르신들로부터 선거 때 많은 표를 얻는 데만 관심이 있는 나머지 젊은이들을 위한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생각합니다.


공 : 그렇다면 586 입장에서는 엄청 억울할 노릇이 아닐까요? 노인들로부터는 불효자라고 매일 욕을 먹는데, 거기에 더해서 청년들로부터는 지나치게 노인들만 공경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으니까요? 사실 저도 저희 세대가 노인공경 잘한다는 지적과 진단은 금시초문입니다. 저는 현재의 40~50대들을 단군 이래 가장 싸가지 없는 무리로 알고 있거든요. (웃음)


김 : 관점의 차이, 상황의 차이일 수도 있겠죠. (웃음)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시설이나 다중이용공간에서 어르신들과 가장 자주 마주치는 세대는 586 세대 같은 중년세대가 아닙니다. 저희 청년세대들입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주역들이 ‘필드’에 진출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586 세대들인지라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노인들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체감상 느끼기가 쉽습니다.


공 : 김현정 회장님께서 지하철을 예로 드시니까 저도 뚜렷이 그 실상이 와 닿네요? 저야 가난해서 자동차가 없지만, 자가용 몰고서 도로로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인간들은 대부분 40~50대 중년세대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지하철에는 청년들과 어르신들만 남게 됩니다. 본래 싸움은 얼굴 대면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법입니다. 586들의 소행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괘씸하네요. 자기들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덕택에 편안하게 차 끌고 다니면서, 형편 안 되는 노인들과 청년들만 불편한 지하철 안으로 죄다 욱여넣은 셈이잖아요. 그러므로 뉴스에는 전동차 안에서 70대 노인 남성과 20대 젊은 여성이 볼썽사납게 몸싸움 벌였다는 소식만 보도되는 것이고요. 왜냐? 7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웬만해선 자동차 운전하고 다닐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 : 우리 사회의 객관적 현실을 보면 그런 방향으로 흘러왔습니다. (③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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