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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⑧ “껌이라면 롯데껌”에서 “땅이라면 롯데땅”으로 부동산으로 먹고 큰 대한민국 재벌들 공희준 편집위원 2019-01-14 18:28:18
장사꾼들이 흔히 피우는 엄살 중의 하나가 “누구는 흙 퍼다 장사하는 줄 아느냐?”이다. 고도경제성장 시대는 흙 퍼다가 장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수많은 인물들을 부자로 만들어주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재벌기업들의 역사에서도 땅장사 즉 토건사업은 핵심적 치부(致富) 수단이었다.

한국경제는 이미 오래전에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낮으면 정권의 존립이 위태로웠겠지만, 지금은 한국이 심지어 미국과 일본 등의 유수의 경제대국들보다도 성장률이 나빠도 KBS 한국방송 같은 사실상의 국영방송사에서는 “경제가 뭐가 어렵냐?”고 되레 도끼눈을 뜨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세태이다.

다른 모든 지표들은 세계 평균 밑으로 곤두박질을 쳤어도, 땅값 관련 지수들만은 고도성장을 의연히 만끽하고 있다. 나라는 망해도 공무원과 더불어 건물주는 웬만해서는 망하지 않는 세상인 것이다. 왜 땅장사는 남으면 남았지 손해는 나지 않는 장사로 여전히 군림하는 것일까? 땅장사의 빛에는 주택난이라는 그림자가 늘 따라붙어왔다. 빛이 어둠 되고, 어둠이 빛이 되는 참다운 개벽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지를 김헌동 전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삼성의 버팀목은 높은 땅값


공희준 (이하 공) : 저는 어릴 때 용인 자연농원이 삼성가 사람들에게만 신선하고 몸에 좋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공급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걸로 알았습니다. 물론 이 정도 관점도 당대 기준으로는 엄청 비판적 시각에 속했지만요.


김헌동 (이하 김) : 용인 자연농원이 지금의 에버랜드가 됐는데, 이 에버랜드라는 회사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에버랜드의 토지가격이 삼성을 지배하고 지탱시켜줬습니다.


공 : 삼성의 필살기는 결국은 반도체가 아니라 부동산이네요.


김 : (힘주어 강조하며) 땅이에요, 땅! 삼성이 땅을 사면 나중에 땅값이 100~200배 오르는 게 예삿일이고 다반사였습니다.


현대재벌로 출발한 대화는 삼성재벌을 거쳐 롯데재벌로 옮겨갔다. 이는 한국의 거대 재벌과 부동산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함의였다. 고려 말에는 권문세족이 산과 들을 경계로 삼았다고 한다. 한국의 재벌들은 이제 건물 몇 동 보유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지역 전체를 장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강남역은 삼성땅, 삼성동은 현대땅, 잠실은 롯데땅 하는 식이다.


이명박 정권이 롯데에 7조 안겨줘


이명박 정부가 롯데그룹에 안겨준 7조 원의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은 신동빈 회장으로 하여금 후회 없는 감옥생활을 하도록 해주었다. 

김 : 용인이 삼성의 영지라면 잠실은 롯데의 봉토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닙니다. 석촌호수를 메우면서 옆에 대규모 체비지가 생겨났습니다.


공 : 체비지가 뭔가요?


김 : 호수나 개천을 매립해 생긴 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시기가 쉽습니다.


공 : 그럼 석촌호수의 면적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넓었다는 말씀이네요?


김 : 훨씬 넓었죠. 본래 석촌호수가 있던 자리를 메워서 만든 게 현재의 잠실 롯데월드입니다.


공 : 상당수 젊은이들은 석촌호수를 새롭게 조성된 인공호수로 알고 있습니다.


김 : 대홍수로 강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한강이 흐르던 곳이 호수가 되었습니다. 이곳 일대를 롯데그룹이 정부로부터 800억 원에 낙찰을 받았습니다. 노태우 정부가 이 땅을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하면서 매각을 종용했습니다. 그러자 롯데 측이 부지를 팠다가 메웠다, 또다시 팠다가 메웠다 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시간을 끌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권이 123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올릴 수 있게끔 허가를 내주니까 800억 원으로 출발한 땅값이 무려 8조 원이 되었습니다.


공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파트 가격 안정으로 벌어놓은 점수를 제2 롯데월드 한방으로 단번에 훅 다 날려버렸네요.


김 : 이명박 정부가 잘못한 정책들은 제2 롯데월드 공사 허가 이외에도 여러 가지로 많습니다. 이명박 씨가 그에 대한 책임으로 지금 감옥에 가서 혼 좀 나고 있지요.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공 : 당연히 벌을 받아야죠. 그런데 땅값이 폭등한 비율도 비율이지만, 단가가 장난이 아닙니다. 최종적으로 롯데가 7조 9천 2백억 원을 남겨먹은 셈이니까요.


김 : 롯데는 본질적으로 백화점과 마트 장사로 돈 버는 회사가 아닙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정부의 그릇된 특혜성 인허가 하나로 천문학적 불로소득을 손에 넣는 기업입니다. 롯데월드를 보세요. 물경 7조 원을 남겨먹었습니다.


공 : 롯데 계열사 판매점들이 물건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것 때문에 롯데마트만 들어오면 주변상권이 초토화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롯데가 정부 정책으로 날로 먹어온 천문학적 액수의 크기를 감안하면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물건 값으로 얼마쯤 손해가 나는 것도 좋았으면 좋았지, 결코 나쁘지 않은 영업 전략으로 판단됩니다. 여론 관리 측면에서도 쓸모가 쏠쏠하고요.


신도시는 재벌 전용 돈방석


김 : 단지 잠실의 제2 롯데월드 건만이 아닙니다. 신도시가 건설될 때면 신도시 안의 가장 노른자위 알짜배기 토지는 언제나 재벌에게 돌아갔습니다. 백화점은 롯데, 병원은 삼성, 주상복합은 현대로요.


20세기 한국의 유복한 중산층은 롯데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고, 삼성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현대 아이파크에서 잠을 잔다. 보수세력이 집권하건,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건 이와 같은 한국 중산층의 표준적 라이프스타일은 별다른 변동이 없다.


김 : 신도시 사업에서 영양가 있는 몫은 전부 재벌들이 독식합니다.


공 : 본부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나라의 신도시들은 재벌들에게는 돈 버는 곳이고, 국민들에겐 잠만 자는 곳입니다.


김 : 정부가 재벌로 하여금 땅 집고 헤엄치며 돈을 벌도록 보장해줬습니다. 공짜로 얻은 불로소득은 최소 50퍼센트를 나라에서 회수해야 올바른 일입니다. 문제는 이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실질적으로는 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공 :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경우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기꺼이 감옥에 가겠다는 비율이 엄청 높습니다. 롯데는 8조 가까이를 벌었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감옥에 조금 가 있어도 오너와 경영진 입장에서는 큰 상관이 없었겠습니다.


김 : 재벌들은 감옥 가도 금방 나옵니다.


공 : 저 같아도 8조 편안히 벌게 해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순순히 갑니다. (웃음)


김 :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땅값이 벌어다주는 불로소득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한국전력으로부터 매입한 강남구 삼성동 땅을 일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여기가 원래는 3종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었습니다. 12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땅입니다. 공기업인 한전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고 여기에다 특정 재벌기업이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을 건축공사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니 땅의 가치가 단숨에 10조 5천억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공 : 터무니없는 특혜일 수가 있겠네요.


김 : 그것만이 아닙니다. 10조 5천억 원이 된 땅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땅값이 오르기 전인 2조 5천억 원입니다.


공 : 나머지 8조 원은 비과세 혜택을 받은 건가요?


김 : 세금을 덜 걷은 것이죠. 거래가 10조에 일어났으면 10조원 짜리 땅입니다. 하지만 왜 세금은 2조 5천억 원을 기준으로 거둡니까? 이런 방식으로 정부가 재벌에게 특혜를 베풀어왔습니다. 정부당국의 현대자동차에 대한 특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옛 한전사옥과 한국종합전시장 근처의 영동대로 아래에다가 나랏돈까지 들여 대규모 지하도시를 조성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공 : 그건 대놓고 땅값 올리는 정책입니다.


김 : 현대자동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죠.


공 : 정부가 롯데 땅값도 올려줘, 삼성 땅값도 올려줘, 현대차 땅값도 올려줘. 그야말로 친재벌 3종 세트입니다.


김 : 재벌들이 어마어마한 개발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 세금을 퍼주는 꼴입니다. 이쯤 되면 나라에서 재벌들 부자 만들어주려고 작정했다고 봐야 합니다. 정부에서 이와 같은 경제정책 노선을 견지하는데 집값이 안정될 리가 없습니다. 


공 : 이러다가는 머잖아 나라 망하게 생겼습니다.


불로소득자 창궐은 나라 망하는 지름길


김 : 집값이 계속 뛰어 땀 흘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지 못하고, 불로소득자들만 더욱더 잘살게 되니 사회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이들의 미래희망 1순위가 건물주가 되고 말았습니다.


공 : 또는 공무원이요. 비유적으로, 대한민국에서 단연 제일 성공한 인생을 사는 인간이 “강남에 아파트 가진 9급 공무원”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창업가가 성공한 인생이고, 독일과 일본은 과학기술자가 성공한 인생인 상황과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심지어 북한도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상인이나, 미사일 개발하는 과학자가 성공한 인생이거든요.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어떠한 긍정적 부가가치도 생산하지 못하는 민간 분야의 불로소득자와 공공부문의 무임승차자들이 득세하는 중입니다.


김 : 공무원과 건물주가 자라나는 어린 세대의 꿈과 소망인 사회에는 미래도, 희망도 없습니다. 지금은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집안의 자식들의 삶의 질이 점점 더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인생이 매일매일 힘들어지고 있어요. 근무시간에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소화하는 대신 몰래 재테크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소득을 거둔다면 경제의 생산성이, 기업이 경쟁력이 대체 무슨 수로 높아지고 강화되겠습니까? (분개한 어조로) 성실히 일하면 일할수록 혼자 바보가 돼가는 판국에! 정직하면 바보 되고, 성실하면 가난해지는 게 불로소득 공화국의 종착지입니다. 이게 무슨 정의로운 사회인가요?


공 :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것처럼 최첨단 블록체인 기술도 한국에 들어오니 암호화폐 투기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김 : 그게 우리나라의 참담한 현실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모든 것이 도박이 되고, 투기가 되었습니다. 소수 거대 재벌과 1프로 땅투기 세력에게만 천국 같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청년들이 이 나라를 지옥 같다는 의미의 ‘헬 조선’이라고 원망하며 저주하겠습니까?


서울시의 청년주택 정책은 모순투성이


공 : 그런 이유로 말미암아 청년들을 위한 주택공급 방안으로는 현재 다양한 대인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실효성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집 없는 설움으로는 청년들보다는 무주택 중년이 더 서러우면 서럽지, 덜 서럽지는 않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주택공급 정책이 무주택 중년가장들 같은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역차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와 같은 역차별의 위험성을 제거할 해법으로는 무엇이 있는지요?


김 : 청년들은 물론이고 20~30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면서 나라에 세금 꼬박꼬박 바쳐온 사람들에게조차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상실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집을 살 수가 없는 탓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싼 값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서둘러 내놓은 대책이 ‘청년을 위한 주택’,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같은 정책들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원순 현 서울시장도 이런 시책들을 야심차게 발표했습니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했다는 3포 세대들의 호감과 지지를 얻으려는 포석이었습니다. 핵심은 이런 정책들이 청년이나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이 실제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 : 왜 그런가요?


김 : 박원순 시장은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역과 근접한 5층짜리 건물들을 50층까지 재건축할 수 있게끔 특혜를 부여하는 정책입니다. 10배의 개발이익을 거둘 수도 있는 특혜를 건물주나 건설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죠. 이렇게 세워지는 주택들 가운데 20프로 정도의 비중을 건물 준공 후 몇 년 동안 주변 시세의 80퍼센트 선에서 임대를 놓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 정책의 골자입니다.


공 : 전체 임대 물건 중의 2할을 주변 시세의 8할 가격으로 세를 놓는 방식이네요. 저처럼 산수 못하고 셈에 둔한 사람들은 조금은 헷갈립니다.


김 : 주변 시세의 80퍼센트이면 이미 현 시세에 육박하는 가격입니다. 굳이 그토록 복잡하게 빙빙 돌 필요가 없이 서울시가 직접 공급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입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개발에 나서도 되는 사업인 겁니다. 서울시가 직접 50층짜리로 올린 다음에 건물만 분양하면 집값 안정의 효과가 비록 제한적이나마 발휘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도통 눈에 띄지를 않습니다. 청년을 위한, 또는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정책이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입니다.


공 : 문재인 정부의 관련 정책은 어떤지 평가해주세요.


김 :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인 2018년 12월, 위례 신도시에 「신혼 희망 타운」을 분양했습니다. 이곳도 평당 분양가가 1,800만 원입니다.


공 : 신혼부부가 평당 분양가 1,800만 원을 감당할 수 있으면 아주 특별히 복 받은 신혼부부에 속합니다.


문재인 정부, 무주택 중년들 약 올려


위례 신도시의  「신혼 희망 타운」분양가에 토대해 평수를 견적을 내보면 결혼한 지 만으로 5년이 갓 지난 필자는 10평도 채 안 되는 비좁은 집에서 신혼살림을 꾸렸다. 부끄럽다.


김 : 20평이면 3억 6천이고, 30평형이면 5억 4천입니다.


공 : 자식에게 신혼집 장만하라고 그 정도 주택자금을 대줄 수 있는 부모면 분명 보통 부모는 아닙니다. 자기도 3억짜리 집에 못 사는 부모가 대한민국에 아직도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김 : 신접살림을 차리는 신혼부부에게 희망을 주는 주택이 있다면, 오랫동안 집 없이 살아온 구혼 부부를 위해서도 뭔가 있어야 마땅합니다.


공 : 저처럼 셋집을 전전하는 중년 가장들이 바라볼 때 문재인 정부의 「신혼 희망 타운」은 집 없는 구혼 부부들 제대로 약 올리는 전형적인 강남좌파식 정책입니다.


김 : 희망을 주려면 모든 집 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어떤 계층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절망과 분노를 안기는 정책을 부주의하게 쓰고 있습니다.


공 : 불쌍한 것을 잣대로 삼자면 무주택 청년보다는 무주택 중년이, 무주택 중년보다는 무주택 노년이 한층 더 불쌍한 법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역진적 주택 정책을 대면하자니 의료보험 정책을 정말로 가난한 서민들은 내버려둔 채 공무원들 대상으로 제일 먼저 실시했던 박정희 정권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김 : 집 없는 가난한 중년들로서는 분하고 억울한 노릇이지요.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부자 부모를 둔 신혼부부들에게 밀려났으니까요. 무주택 중장년층이 어떤 국민들입니까? 정부 말을 순진하게 믿고서 청약통장 부어가며 수십 년간을 기다려온 선량한 시민들입니다. 그럼에도 무주택 서민층에게 새로운 아파트를 싼값에 공급하던 정책이 지금은 거의 모두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만 남았습니다.


공 :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안과 개선방안은 어떨 것일까요?


김 : 관계당국에서 청년을 위한 주택정책을 진짜로 펼칠 심산이라면 역세권에다가 토지는 국가 혹은 공공기관이 보유하면서 건물만 값싸게 임대해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비로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공 : 무주택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은 어떻게 입안하고 집행해야 합니까?


김 : 그와 연관해서는 과거의 정책을 계승하면 충분합니다. 옛 주택청약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시키자는 의미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번듯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을 돌려줘야 합니다. 이와 같은 과감한 정책 전환이 전제되어야 청년들에게도, 중장년 세대에게도 희망이 살아납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보금자리 주택의 예가 보여주듯이 건물만 분양받거나, 또는 분양대금을 10년에 걸쳐 나눠서 납입할 수 있는 분납제도를 도입했었습니다. 입주 희망자가 아파트에 들어가고는 싶은데 돈이 모자란다면, 10년 동안 차츰차츰 갚아나가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편의를 국가가 제공하면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선분양 제도의 전면 실시 역시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예약금 300만 원만 내고서 그 후 2년 반가량 동안 집을 짓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최종적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약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청년을 배려한, 집 없는 서민을 염두에 둔 확실한 주거 안정 정책이 존재하지를 않습니다. 그런 정책을 도입하고 관철시키려면 이제는 촛불로는 안 됩니다. 저는 횃불을 들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공 : 횃불혁명이 필요하다는 의미심장한 결론이었네요. 오늘 긴 시간 동안 귀한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 : 고맙습니다. (끝)



덧붙이는 글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건설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국건설정보시스템 대표로 일하며 대한민국 토건산업의 적나라한 민낯을 오랫동안 일선 현장에서 직접 목격‧체험하였다. 이후로는 법무법인 「산하」에서 건설연구원장을 역임하였고, 경실련에서는 국책사업감시단의 단장과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의 본부장을 차례로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각각 활동한 바 있는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가 김 전 본부장의 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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