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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섭③] 중랑구는 나의 여의도이다 지역구 관리 하지 말라는 건 강남만 좋아할 소리 공희준 편집위원 2018-12-06 19:01:46
정치인 고강섭은 나이로 치자면 여전히 젊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정치 경력을 보자면 결코 어리거나 미숙하지 않다. 고강섭이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고, 안철수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한 시기와 시간적으로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강섭은 정치를 해오며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그중에는 스스로 포기한 것도 있다. 그는 화려함을 포기했다. 그가 현란한 무대조명 아래서 활동하기를 원했다면 고강섭은 아직도 광화문광장 언저리를 배회하거나,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지역인 중랑구로 낙향 아닌 낙향을 왜 감행했는지 들어봤다.

올드 보이가 하면 네트워크이고, 청년이 하면 내통인가


고강섭은 후배들에게 지나친 이상주의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사진제공 고강섭)

공희준(이하 공) :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양대 기득권 정당입니다. 이 두 정당은 앞에서는 서로 죽일 듯이 싸워도 뒤에서는 끈끈한 인간적 유대관계로 엮여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보면 친해도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두 당 간에는 좋은 말로 네트워크가, 나쁜 말로 내통이 있는 것이죠. 지금은 민주평화당에 있는 박지원 의원이 민주당의 원내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던 시절에는 김무성 의원과 인정과 의리로 가득한 브로맨스를 과시했고요. 이런 올드 보이들과는 다르게 젊은 정치인들 사이에는 서로 간의 교감과 신뢰가 별로 없습니다. 예컨대 김광진과 이준석은 거래처조차 되지 못하는 철두철미한 남남입니다. 청년 정치인들은 정당의 경계를 초월하는 네트워크를 어째서 구축하지 못하는 겁니까? 내통한다고 욕먹는 게 두려워서인가요?


고강섭 (이하 고) : 권력을 가진 인물들끼리, 기득권을 향유하는 세력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통섭이라고, 융합이라고, 연대라고, 국민과 나라를 위한 통 큰 결단이라고 사방에서 추켜세우며 칭송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당을 달리하는 청년들이 만나면 ‘해당행위’라고 성토당하기 일쑤입니다. 아니면 상대방의 페이스에 넘어갔다고 윗분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던가요.


공 : 냉전시대의 남북관계와 똑같네요. 권력층은 뒤탈에 대한 걱정 없이 북녘 땅을 자유롭게 드나들었지만, 일반인들이 북한에 가거나 혹은 북한 사람과 접촉만 해도 그 즉시 국보법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국가보안법의 짝퉁인 ‘정당보안법’이 당 내부에서 관습법으로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나 봅니다.


고 : 보이지 않는 정당보안법이 당의 청년위회의 활동반경을 심각하게 제약해오고 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정치권이 감당해고 해결해야 바람직할 청년 관련 의제들의 대부분이 시민사회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정당의 경계를 뛰어넘는 통섭과 융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당의 청년위원회들은 시민사회화는 달리 경계선이 너무나 명확합니다. 웬만해서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어요.


공 : 정당 청년위원회는 총알받이나 돌격부대로 크도록 체계적으로 배양되는 격이네요. 상대편에 대한 증오와 적대감만 계속 주입되는 조직이 돌격대이거든요. 하지만 결국에는 양쪽 돌격대들의 처참한 주검 위에서 지도부들이 우아하게 평화의 올리브 가지를 주고받지 않습니까?


고 : 그러한 구조가 낡은 정치를 새롭게 바꾸겠다는 큰 꿈을 안고서 당의 청년조직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환멸과 회의감을 품게끔 만들어왔습니다.


필자는 고강섭의 증언(?)을 통해 한국 거대 정당들의 청년조직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도록 제도화된 집단임을 역시나 예상대로 재확인할 수가 있었다. 성찰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도태‧추방되고, 단순무식한 맹동분자들이 출세하고 성공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 정당의 청년위원회인 탓이었다.


공 : 청년조직이 돌격대 양성소가 된 현실에 당의 지도부가 특별한 불만은 없을 성싶습니다. 그렇지만 총알받이 신세인 청년들로서는 강렬한 현실타파의 욕구를 느껴야 옳지 않을까요? 이대로 앉아서 무기력하게 죽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전쟁터에서 애꿎게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소속 정당, 소속 계파로부터 징계와 따돌림을 당할지언정 다른 정당, 정파와의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고 : 저는 범정당 차원의 협의체 성격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각 정당마다 설치된 청년위원회에서 대표성을 띤 인물들이 한 달에 한 번씩만이라도 정례적으로 모여 각자가 그동안 공들여 개발해온 청년정책들을 테이블 위에 모두 올려놓고서 치열하게 밤샘 토론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한 논쟁의 과정에서 제 정당과 정파를 아우르는 공통의 정책과 비전이, 보편적 가치와 대안이 분명히 도출될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안에도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요 정당의 청년위원회 공동명의로 정치권 전체를 향해서 국회의원 공천 시에 비례대표 당선권 안에 청년 후보들을 할당해줄 것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공 : 지금은 각개약진을 시도하다가 각개격파를 당하는 형국입니다. ‘이적행위’라고 뭇매를 맞을지라도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필요하긴 필요합니다.


고 : 이적행위를 비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방도들은 다양하게 생각해낼 수가 있습니다. 경제에서는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있잖아요. 정치에서도 청년들의 정치적 진출을 촉진시키고 지원해줄 수 있는 ‘청년정치 생태계’를 얼마든지 조성하고 육성할 수 있습니다.


공 : 86들이 유달리 좋아하는 개념이고 표현인 ‘연석회의’를 표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중랑구는 기회와 도전의 땅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오랫동안 신산한 정치적 경로를 걸어온 고강섭에게 서울의 변경지대인 중랑구는 약속의 땅이었다. (사진제공 고강섭)

공 : 고강섭 위원장이 지금 활동하고 계신 중랑구가 서울이기는 한데 정치로건, 경제로건, 교육과 문화로건 중심지는 아닙니다. 변두리라고 해야 사실에 부합하겠죠. 단적으로 언론에서도, 부동산 시장에서도 특별히 각광받는 지역은 아니잖아요. 그러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년 활동가들이 여의도나 광화문 같은 중앙무대에서 일하고 싶어합니다. 아니면, 화려하고 때갈 나는 강남에서 자리를 구하던가요. 고강섭 팀장님은 어떤 동기에서 지역위원회, 그것도 변방이라고 칭할 수 있는 티 안 나는 중랑구에서 활동하기로 결심했습니까?


고 : 이곳 중랑구 을 지역위원장인 박홍근 의원님이 당의 전국청년위원장을 두 차례 역임하셨습니다. 박홍근 의원님께서 청년 정치에 대해 어느 정치인보다도 깊은 관심과 식견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저로서는 고기가 물을 찾아오는 것처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이곳 중랑구의 인구분포에서 청년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39세를 기준으로 잡으면 전체 주민 가운데 26퍼센트가, 정당에서 통상적 기준으로 삼아온 45세까지를 놓고 보자면 37프로가 청년세대에 해당합니다.


공 : 중랑구의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까닭이 뭔가요? 이 지역이 관악구나 서대문구 같은 대학가도 아니거든요.


고 : 중랑구가 서울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비싸지 않은 지역에서 속합니다.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거죠.


공 : 아~,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고 : 여기가 땅값이 싸기 때문에 이곳을 중간기착지로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외곽으로 분류되는 동네인 터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같은 기관에서 대학생들을 위해 지은 임대주택들이 꽤 됩니다. 정주인구가 아닌 유동인구로서의 청년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공 : 베드타운이라는 설명으로 들리는데, 그러면 지역에 대한 애정이나 애착심은 희박하지 않을까요?


고 : 그런 현실적 애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중랑청년포럼」이라는 명칭의 단체를 결성하면서 내걸었던 핵심 모토가 “청년이 오고 싶은 중랑”이었습니다.


공 : 오기는 오잖아요. 잠만 자러 오는 게 문제지. 돈은 강남에서 쓰고요.


고 : 중랑청년포럼은 청년들이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자임하자는 취지로 모임의 닻을 올렸습니다. 저는 청년은 많은데, 청년들의 주도하는, 청년들이 중심이 된 활동은 활발하지 못한 지금의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바람으로 중랑구에 오게 됐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고 확신이 섰거든요.


공 : 오로지 봉사하려고만 왔다면 사람들이 안 믿습니다. (웃음)


고 : 저도 언젠가는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중앙정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보다는 지역에서부터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착실하고 커나가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배울 게 많습니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어떠한 방식과 절차로 만들어낼지 등에 대한 생생한 교훈과 노하우를 체득할 수가 있습니다.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라면, 그 최고의 스승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입니다.


고강섭이 말한 ‘정치’는 ‘출마’를 은근히 암시하는 것으로 들렸다.


공 : 중랑구가 밭이 좋다는 거네요. 청년을 전면에 내걸거나, 아니면 배경에 깔고서 정치를 하기에는 말입니다.


고 : 억지로 부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랑구가 ‘청년’ 하나로 쉽게 밀고 들어올 수 있는 지역은 결코 아닙니다.


공 : 왜 그렇죠?


고 : 이곳에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이 사시기 때문입니다. 청년층의 비율이 높은 것만큼이나 노인층의 비중도 큽니다. 극과 극인 셈입니다. 진보 성향의 주민들도 많지만, 보수를 지향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공 : 정치인 입장에서는 잘 되면 대박이고, 안 되면 쪽박인 동네인 거네요.


고 : 예,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낙관적 전망을 하는 까닭은 중랑구에 있는 두 개의 국회의원 선거구 모두에서 민주당이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지방선거의 구청장 선거에서는 우리 당의 류경기 후보가 당선되었고요. 류경기 현 중랑구청장님은 민주당이 16년 만에 배출한 중랑구청장입니다.


2016년 4월에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중랑구 갑에서는 서영교 의원이 무소속 신분으로 당선된 다음 총선이 끝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했다.


공 : 고 팀장님이 그래도 아직은 젊잖아요. 강남처럼 빛나는 동네, 각광 받는 동네에서 뭔가 작품을 만들고픈 생각을 떨치기 어려울 텐데요.


고 : 강남권에서는 워낙 쟁쟁하고 내로라하는 분들이 기존에 많이 계시잖아요. 저는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공간은 중랑구에 더 크고 넓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다른 동네에서는 안정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이곳에서처럼 보장돼 있지도 않고요.


정치인 고강섭은 중랑구에 온 이유들을 기탄없이 털어놓았다. 강남권은 이미 레드 오션이지만, 중랑구는 아직은 블루 오션이라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고 : 좋은 밭이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동네들은 이미 인적 편제(Lineup)가 다 완료된 상태입니다. 파 한 포기 심을 땅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공 : 진입장벽이 낮았다고 하겠네요? (웃음)


고 : 일하기 좋았다고 표현해주세요. (웃음)


지역구 관리는 정치의 기본이다


고강섭은 지역구 관리를 구태로 여기는 시대와의 불화를 마다하지 않았다. (사진제공 고강섭)

공 : 지금은 ‘지구당’이라는 용어가 아예 사문화되다시피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역위원회’, 자유한국당에서는 ‘당원협의회’라고 각각 부르고 있습니다. 이 지역위원회 내지 당원협의회가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구태의 온상으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습니다. 선거 때 유권자에게 밥 사주고 술 사주는 원흉으로, 경선 때 봉고차에 당원들 실어 나르는 적폐로요. 정말인가요?


고 : 현행 정당법 하에서는 지구당도, 지역위원회도 둘 수가 없습니다.


공 : 그럼 지금 우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여기는 어딘가요?


고 : 박홍근 국회의원의 지역사무실입니다. 지역위원회는 단지 부르기에 편리한 용로도 쓰는 임의적 호칭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옛날같이 밥 사주고 술 사주는 일은 더는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습니다.


공 : 밥 사주고 술 사주는 건 당연히 금지해야겠지만, 지역위원회조차 두지 말라는 건 사실상 지역에서는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계급이 아니라 지역이 정치의 기반이고 기초 단위인데. 그렇다면 현실과 법이 엄청나게 괴리된 모양새입니다.


고 : 그런 모순과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정당법 개정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기존 정당법의 맹점을 고친 새로운 정당법도 발의돼 있다고 하고요.


공 : 지역위원회가 유명무실화되면 정치가 명망가 위주가 되기 마련인데, 한국사회의 명망가들은 다 강 건너 부자동네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명망가들이 거주하지 않는 중랑구 같은 지역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가 현형 정당법 체계 아래에서는 무척 버겁지 않을까요? 제가 중랑구에 살고 있는 명망가들을 본 적이 거의 없거든요. 박근혜 정부만큼이나 문재인 정부 역시도 고위 관료들과 청와대 핵심 참모진은 거의 다 강남에 살지 않습니까?


고 :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는 국회위원의 지역구 활동을 부정적 시선으로만 평가하는데, 공희준 통신원님께서 지적해주신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에 티 안 나는 동네의 국회의원들일구록 더욱더 열심히 지역 현안에 매달려야만 합니다. 강남과는 달리 중랑구에서는 동네에 거주하는 대표적 명망가가 다름 아닌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마저 중랑구에 신경을 쓰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우리 중랑구를 돌보고 보살피겠습니까? 크고 작은 행사 참석을 비롯한 적극적 지역구 관리는 정치인이 국민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는 첫걸음입니다.


공 : 그럼에도 정치학자들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치인의 지역구 관리를 무슨 차떼기 저지르는 것처럼 사갈시하곤 합니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정치인이 매일 지역구 행사만 참석해서야 되겠느냐고 눈을 부라리면서요?


고 : 국회의원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독립된 헌법기관을 탄생시키고 주권자들은 지역에 있습니다. 학계와 시민단체에 있지 않습니다. 제가 많은 곳들을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여태껏 겪어본 지역위원회들은 한결같이 지역위원장인 현직 국회의원과 실무 보좌진이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춰 움직이면서 지역구 관리면 지역구 관리, 법안 발의면 법안 발의 어느 한 군데 소홀히 생각하거나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의 지역구 관리가 정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저는 이러한 이유에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 의원들 하기 나름


살벌한 진영논리는 지역구에서조차 정확한 민심 파악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 고강섭)

공 : 지금처럼 여론조사가 빈번한 시대도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여론조사와 실제 바닥 민심이 차이가 나는 시대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 원인이 먹고살만한 중산층들의 의견이 여론조사에서 과잉대표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랑구를 중간기착지로 간주하는 가난한 청년들이나, 노후 걱정에 한숨 쉬는 동네 어르신들의 민심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구조이거든요.


고 : 저희 실무 보좌진들이 제일 역점을 두고 알아내려는 것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진짜 바닥 민심입니다. ‘숨은 표’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게 이제는 불문율처럼 돼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로당에도 자주 들르고, 청년들 모임에도 최대한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 : 실제 지역에서 체감하는 민심은 여론조사에 표시되는 민심과 견줘서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가요? 아니면 적대적인가요?


고 : 우호적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습니다. 외부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민주당 지지층을 만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게다가 지지층이 아니더라도 한국인들의 일반적 정서상 앞에서 대놓고 반대하고 비판하지는 않으니까요.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면, 저희가 지역위원회 심급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어른신들 같은 경우에는 지역에 관련된 민원과 숙원사업을 해결해주는 걸 높게 평가해주시더라고요. 중앙정치에 대한 언급과 거론은 거의 없고요. 그래서 저는 저희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느냐에 따라 우리 지역구에서만큼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을 얼마든지 높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박홍근 의원님을 중심으로 시구의원들이 부지런히 성과를 창출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우리 중랑을 지역에서는 70~80프로도 너끈하게 찍을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공 : 우리 지역위원장님께서는 잘하고 계시니 다음번에도 또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고 : 제 역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강섭은 자기와 박홍근 의원을 물고기와 물의 관계와 같은 공동운명체로 믿는 기색이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엇갈린 시선들


공 : 지역에서 방금 민주당 지지층을 주로 접촉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당 지지층이 제일 선호하는 차기 대권주자는 누구인가요?


고 : (잠시 고민하다가) 아직 그런 질문을 드려본 적이 없습니다.


공 : 선수보호 차원에서 더는 캐묻지 않겠습니다. (웃음)


고 :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웃음)


공 : 그럼 각도를 달리해 질문하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떤 점이 좋다고 지역 주민들께서 얘기들을 하시나요?


고 : 박원순 시장님이 중랑구에 예산을 많이 배정한 것을 주민들께서 굉장히 반기고 좋아하십니다. 중랑구는 조금은 특이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강남 3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난 16년 동안 보수 정당이 구청장을 독식해왔습니다. 그로 인해 서울시의 행정과 중랑구의 행정이 원활하게 연동되지 못해왔습니다. 시정과 구정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미흡했던 것이죠. 그러다가 16년 만에 중랑구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졌습니다.


공 :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임 중랑구청장이 코드가 잘 맞나보죠.


고 : 류경기 신임 구청장님께서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이기 때문에 서울시와 중랑구 사이의 소통과 협조가 아주 매끄럽게 잘 이뤄질 것으로 많은 중랑구민들께서 기대하고 계십니다. 저는 서울시가 야심차게 내놓은 혁신적 정책들의 효과가 중랑구에서 이제야 비로소 체감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공 : 그렇다면 중랑구를 사실상의 박원순 직할구라고 분류할 수도 있겠네요?


고 : 그러기에는 이릅니다. 중랑구에서 정권이 교체된 지 아직 반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 : 박원순 시장에 대해 아쉽고 서운한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니.


고 : 박원순 시장님을 주민들께서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주로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대면하기 때문입니다. 용산과 여의도 통개발 발표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렇지만 박원순 특유의 세밀하고 정교한 지역밀착형 정책들이 이곳 중랑구민들에게도 차츰차츰 피부로 체감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의 평가와 반응이 다시금 좋아지고 있음을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공 : 미묘한 질문일 텐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정부여당 지지층이 어떤 반응을 보이시던가요? 그냥 입 꾹 다물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던가요?


고 : 사실, 지역에서 주민들과 만날 때는 소모적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현안들을 갖고서는 좀처럼 얘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지역 현안에 중점을 두고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공 : 잘못하면 서로 얼굴을 붉힐 수도 있어서 그렇겠네요. 공연한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를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렵고요.


고 : 주민들께서 원하시는 건 특정인에 대한 가십이나 흥밋거리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삶의 질의 개선입니다. 다만, 청년들과는 미묘한 정치적 주제를 놓고서 토의하는 적이 아주 이따금씩 있기는 합니다.


공 : 어떻게요? 걱정된다고요?


고 : 약간씩 결이 다른 의견들이 나오더라고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먼저인 분들은 이재명 지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정당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분들은 최소한 1심 판결까지는 신중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④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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