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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홍경민’ 트리오로는 백전백패다 공희준 편집위원 2020-04-29 15:19:09

미래통합당, 폐기도 안 되고 재활용도 안 되고


홍준표, 조경태, 유승민(왼쪽부터)의 영남권 홍경민 트리오는 미래통함당의 마지막 회생기회를 막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일단은 불발됐다. 필자의 어느 페이스북 친구는 최단기 방위병도 6개월 복무였는데, 여의도 정치권의 킹메이커로 자부해온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모양 빠지게 겨우 4개월짜리 시한부 차르 노릇에 만족하겠느냐며 통합당 의원들의 무성의함과 무신경함을 조롱조로 질타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취임 제안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미래통합당 지도부 측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는지 필자로서는 정확히 알아낼 방법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김종인이 21대 총선에서의 참패로 말미암아 존폐의 기로에 선 미래통합당을 기적적으로 회생시키는 법정관리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려면 장기간에 걸쳐 강력하고 전일적인 지휘통제 권한이 그에게 보장되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왜냐면 4연속 주요 선거 참패라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역대급 불명예 기록을 수립한 지금의 미래통합당에는 현재의 낡은 구조물을 아예 전부 철거한 다음 처음부터 건물을 통째로 새로 다시 짓는 대대적 재건축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통합당 안팎에는 “지금 이대로!”를 외치는 수구당권파 기득권세력이 만만찮게 포진해 있다는 데 있다. 조경태 의원의 경우에는 하루라도 빨리 당권을 차지하려고 이미 안달이 날대로 난 상태다. 고향에서의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자 탈당마저 불사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입장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확고하고 안정적으로 착근되면 복당의 가능성이 확 줄어든다. 평소에 서로 별다른 교감과 공조가 없었을 대구의 홍준표와 부산의 조경태가 “김종인 불가론”의 깃발 아래 급작스럽게 밀착하게 된 배경이다.

 

유승민, 홍경민 트리오에 가담하다

 

홍준표와 조경태의 김종인 비토에 서슴없이 힘을 보탠 인물이 있다. 미래통합당의 지붕 밑으로 슬그머니 되돌아온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다. 홍경민, 즉 홍준표-조경태-유승민 3인방이 김종인 타도를 기치로 오월동주의 연합전선을 형성한 이유와 동기는 너무나 명확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언급한 실물경제에 정통한 70년대 생 대선주자는 백이면 백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정치적 터전을 키워온 인물일 터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종인의 구상대로 야권의 2020년 대통령 선거의 밑그림이 차근차근 그려져 나간다면 영남 지역에 기반을 둔 홍경민 트리오는 대권도전이나 당권장악은커녕 쓸쓸하고 하릴없는 뒷방노인 신세만 예약되는 셈이다.

 

2016년 4월의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지역에서 전패에 가깝게 대패한 사태는 실제로는 축복이었다. 민주당 계통의 정당의 오랜 숙원이던 전국정당화를 얼떨결에 이뤄낸 까닭에서였다. 21세기 한국정치에서 전국정당은 전국적으로 골고루 당선자를 배출하는 정당을 뜻하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는 당을 가리킨다.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압승을 이끈 주인공이 다름 아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였다. 김종인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이 큰 이해찬과 정청래를 과감하게 잘라내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대담한 개혁공천으로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 스윙보터(Swing Voter)들의 폭넓은 호감과 지지를 샀다. 당수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인에게 공천권을 포함한 당 운영의 전반적 실권을 전적으로 부여한 덕분이었다. 전권을 위임받은 김종인은 그야말로 수도권만 바라보며 선거를 치렀다.

 

반면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영남만 쳐다보는 듯싶은 인상을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주는 근시안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공천을 강행했다. 공천에서 배제되었던 민경욱의 부활 소동은 수도권 유권자들에게는 미래통합당이 대놓고 도로친박당이 되었다는 뚜렷한 신호이자 증표였다. 설상가상으로 황교안은 김종인을 허수아비로까지 만들었다. 김종인이 단호히 지시한 차명진 후보 제명조치를 미래통합당 윤리위원회가 유야무야시킨 게 단적 사례다. 

 

홍준표도, 조경태도, 유승민도 이번 4․15 총선에서 주로 영남만 의식하는 확장성 빵점의 정치를 했다. 한마디로 황교안과 도긴개긴이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 무산 사건은 미래통합당이 영남지역주의 정당을 고집하겠다는 노골적 선언이다.


그러므로 미래통합당에서의 김종인의 씁쓸한 퇴장은 대한민국 제1야당이 경상도 지역당으로 계속 머물러야만 세대교체도 막을 수 있고, 홍준표와 조경태와 유승민 등의 영남권 바깥에서는 경쟁력이 애초부터 없었거나 또는 기존의 경쟁력을 오래전 상실한 ‘방구석 여포형’의 중진 정치인들이 당대표 지위와 대선후보 자리도 반영구적으로 독점할 수 있다는, 야권 안 여러 기득권분파 집단의 얄팍한 속셈이 제대로 맞물려 빚어낸 몰상식하고 엽기적인 결과물이라고 평가될 수가 있겠다.

 

허나 홍경민 트리오를 위시한 미래통합당의 영남 태생 정치인들은 더 늦기 전에 명심하길 바란다. 이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대선주자로 내보낼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중이다. 황교안은 무늬만 충청도 출신이지 오로지 영남만을 바라보며 정치를 한 사실상의 영남 후보였다. 사실상 영남 후보가 남긴 공백을 진짜 영남 후보가 채운다면 미래통합당은 음습한 사망의 골짜기에 완전히 접어들 뿐이다. 지역정당에 안주하면 영원히 죽는다는 교훈의 진가와 유효성을 재확인시킨 일이 어쩌면 미래통합당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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