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이 허락한 특별한 열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외부 영입인사인 필자에 한정해 특별한 호의와 배려를 베풀었다. 글 중간에 ‘씨바’와 ‘졸라’가 맥락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들어가고, 문장 끝부분이 매번 ‘씀다’로 마무리되곤 해온 문법파괴적인 딴지체를 구태여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전이었다.
필자는 욕은 입으로 하는 것이란 소신을 오랫동안 견지해온 터였다. 욕에도 총량의 법칙이 존재한다면, 나는 한 인간이 발설할 수 있는 욕설의 한도를 입으로 전부 다 소진하는 범주였다. 그러므로 글자 형태로 옮기면서까지 내뱉을 욕설이 더는 잔존해 있지 않기 일쑤였다. 품행방정하게 글을 써도 된다는 총수의 각별한 허락은 내게 큰 정신적 안도감을 주었다.
총수가 유고상태에 빠졌다고 하여 딴지일보의 필살기이자 인기 콘텐츠인 인터뷰까지 덩달아 유고상태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마련된 대책이 최내현 편집장이 총수가 그간에 해오던 역할을 대행하고, 누군가가 최내현 자리에 대타로 투입되는 방법이었다. 최내현은 김어준의 공백을 너끈히 채우고도 남을 입심과 인맥을 갖춘 능력자였다. 문제는 최내현을 옆에서 보좌해줄 적합한 조력자가 과연 있느냐는 점이었다.
이때 필자는 최내현 편집장으로부터 예상 못한 당혹스러운 활동지침을 하달받게 된다.
“저랑 같이 인터뷰 뛰시죠.”
내가 인터뷰어라니? 나는 그때까지 다른 사람을 인터뷰한 경우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터뷰를 당해본 경험도 없었다. 따라서 자신이 없었고, 당연히 즉각 손사래를 치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저는 칼럼 쓰려고 왔는데….”
최내현 편집장은 부드럽지만, 더 이상 재고의 여지는 없다는 투의 명료한 어조로 나를 인터뷰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이와 같은 우여곡절을 거쳐 필자는 최내현 편집장의 대타, 아니 땜빵으로 인터뷰 작업에 보조자로 나서게 되었다.
필자의 마수걸이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된 주역은 김민석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지역구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공석이 돼버린 서울 영등포구 을 선거구 보궐선거에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출사표를 던진 장기표였다. 과거 김근태ㆍ이부영과 더불어 ‘재야 3인방’으로 불렸고, 현재는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후보자의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바로 그 장기표 말이다.
김어준, 부르르를 창제하고 허경영을 발굴하다
내가 딴지일보에 영입되기 전으로 시계바늘을 잠시 되돌리도록 하겠다. 김어준 총수는 엽기적인 발명 하나와 역시나 엽기적인 발견 하나를 해냈다. 총수의 엽기적 발명품 하나는 명랑 성인완구 「부르르」였다. 사실, 필자도 부르르의 실물을 목격한 적은 없다. 여성용 바이브레이터(Vibrator)라는 점 정도로만 그 목적과 쓰임새를 여전히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회사 측에 달라고 요청하면 총수가 필자에게 이 야릇한 장난감을 분명 한 개 공짜로 줬을 테지만, 애인도 없는 나한테 부르르는 불필요한 무용지물일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부르르와 관련된 해괴하고 어이없는 오해는 줄곧 받아왔다. “이제 힘든 일은 부르르에 맡기시고, 당신은 키스에만 집중하세요”라는, 영원히 뇌세포에 문신될 불후의 선전 문구를 다름 아닌 필자가 창작했다는 억측이었다.
굳이 해명하자면, 상기한 광고 문구는 나의 창조물이 아니다. 아마 총수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내용도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짚이는 사람들이 몇 명 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는 터라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으련다.
김어준은 돌파보다는 편승에 능하다. 그는 세간의 통념과 다르게 참신한 용어나 입에 착 달라붙는 쌈박한 구호를 신조(新造)하는 역량이 탁월한 인물은 아니다. 김어준 총수의 독보적 장점은 남들이 공들여 개발한 창의적 아이디어에 잠재된 폭발적 상품성을 선제적으로 대담하고 발랄하게 포착ㆍ활용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김어준의 본질과 무게중심은 개발자가 아니라 영업자에, 생산업자가 아닌 유통업자에 놓여 있다. 부르르가 김어준의 독창적 발명품으로 낙착된 저간의 사정이다.
허경영은 지지도에서는 몰라도 인지에서만큼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같은 유력 대선후보에 못잖은 정치인이다. 그의 공식직함이 국가혁명당 명예총재인 까닭에 필자는 그를 일단은 정치인으로 분류하였다.
자연인 허경영을 낳은 건 그의 모친이다. 유명인 허경인을 만든 건 최내현 편집장이었다. 허나 최내현이 오래전에 딴지일보를 떠난 지금, 엽기적인 정치인 허경영을 발견하고 발굴한 공로는 오롯이 김어준 총수의 독점적 차지가 되었다. (⑪회에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