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전쟁종식’과 ‘평화체제’ ‘북한의 선택과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화합’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1시 40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라며 “북한은 오랜 고립에서 스스로 벗어나 다시 세계 앞에 섰다.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며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길,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여정에 여러분 모두, 제나 함께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거듭 당부했다.
또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향후 동아시아 에너지 공동체와 경제 공동체, 더 나아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역내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IOC 및 바흐 위원장의 역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아울러 8천만 우리 겨레도 바흐 위원장께 감사하는 마음일 것”이라며 “2032 올림픽을 서울과 평양이 공동으로 유치하는 방안에 대해 초기에 협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흐 위원장은 “IOC는 이에 대해 늘 열려있는 입장이다. 8월에 뵙고 나서 이미 2개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남북이 공동으로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였다”며 “오는 11월 일본을 방문, 아베 총리를 만나서도 남북 선수단이 성공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대통령께서도 기회가 되는 대로 아베 총리와 상의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전문.
의장, 사무총장, 각국 대표 여러분,
코피 아난 제7대 유엔 사무총장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세계는 평화의 길에 새겨진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마리아 에스피노자’ 총회의장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제73차 총회를 통해 유엔의 손길이
지구촌 곳곳에 닿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구테레쉬 사무총장의 훌륭한 지도력으로
인류에 공헌하는 유엔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절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일 년 한반도에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에 내려왔습니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다짐했습니다.
북미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적대관계 청산,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할 것을 합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를 바라는 세계인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했고
미국과 한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하며
신뢰를 구축했습니다.
한반도와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와 감사를 표합니다.
지난 주 나는 평양에서 세 번째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 것을
다시 한 번 합의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가능한 빠른 시기에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또한 비핵화의 조속한 진전을 위해
우선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국제적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것을 확약했습니다.
나아가서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정신에 따라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입니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합니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입니다.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어려운 일이 따를지라도
남·북·미는 정상들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걸음씩 평화에 다가갈 것입니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평화를 바라는 세계인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입니다.
특히 유엔은 북한에게 평화로 나아갈 용기를 주었습니다.
유엔의 역할에 감사를 표합니다.
그러나 시작입니다.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에
유엔 회원국들의 지속적인 지지와 협력을 부탁합니다.
한국은 유엔이 채택한 결의들을 지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할 것입니다.
의장,
지난 겨울, 강원도 평창에서
한반도 평화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2017년 11월 유엔총회가 채택한 ‘올림픽 휴전 결의’가
소중한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습니다.
구테레쉬 사무총장과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한반도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해 주었습니다.
세계는 평화의 새 역사를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IOC 바흐 위원장의 지도력과 공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난 한 달여 후,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판문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유엔은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고 적극 지지해 주었습니다.
두 번째 남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번 평양 회담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 만남에 든든한 힘이 되었습니다.
나는 지난 제72차 유엔총회에서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북한이 스스로 평화를 선택하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엔은 물론 지구촌 구성원 모두의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바람과 요구에 화답했습니다.
올해 첫날,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한반도 정세의 방향을 돌렸습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대표단 파견은
평화의 물꼬를 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4월 20일, 핵개발 노선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9월 9일에는
핵능력을 과시하는 대신 평화와 번영의 의지를 밝혔습니다.
북한은 오랜 고립에서 스스로 벗어나
다시 세계 앞에 섰습니다.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 주어야 합니다.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유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유엔사무국은 국제회의에 북한 관료를 초청하는 등
대화와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왔습니다.
유엔은 ‘누구도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유엔의 꿈이
한반도에서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는 국제사회가 길을 열어준다면,
북한이 평화와 번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한국은 북한을 그 길로 이끌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유엔이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은
동북아 평화와 협력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동북아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떠받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갈등으로 인해 더 큰 협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부터 동북아의 갈등을 풀어나가겠습니다.
나는 지난 8월 15일,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오늘의 유럽연합을 만든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살아 있는 선례입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향후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 공동체,
더 나아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은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에 착수했습니다.
앞으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본격적 추진을 위해
역내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입니다.
동북아에서 유엔의 정신인 다자주의를 실현하고
공영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길에
국제사회가 지지와 협력을 보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의장,
대한민국은 유엔과 함께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 왔습니다.
유엔과 대한민국은 가치와 철학을 함께합니다.
지난 9월 대한민국 정부는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토대로
‘포용국가’를 선언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단 한명의 국민도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포용성’은 국제개발협력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국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발협력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인권침해와 차별로 고통 받고 있는 세계인들,
특히 아동, 청소년, 여성,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난민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5배 확대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매년 5만 톤의 쌀을
극심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나는 인도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화, 개발, 인권을 아우르는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모두에게 의미 있는 유엔”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보탤 것입니다.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입니다.
인권을 위해 부당한 권력에 맞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첫 조항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나는 특히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에
더욱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여성, 평화, 안보’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분쟁 지역의 성폭력을 철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함께할 것입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도전이자 과제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높일 것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성실히 이행하고,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겠습니다.
의장, 사무총장, 각국 대표 여러분,
남·북한에게 유엔은
국제기구를 넘어선 의미가 있습니다.
1991년 9월 17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안이
159개 전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그날은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남북의 수석대표들은 각각 연설을 통해
“비록 남․북한이 별개의 회원국으로 시작하였지만,
언젠가는 화해와 협력, 평화를 통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27년이 흐른 지금,
남과 북은 그날의 다짐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장벽을 넘어서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하면 얼마든지 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는 평화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 이웃, 그리운 고향이 평화입니다.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일이 평화입니다.
모두 함께 이룬 평화가 모든 이를 위한 평화입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길,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여정에
여러분 모두, 언제나 함께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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