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웅은 어떻게 꼰대가 되는가 선공후사의 자세는 파비우스 집안이 자랑해온 뿌리 깊은 전통이었다. 이를테면 파비우스의 증조부는 집정관직에 다섯 번이나 취임한 내로라하는 고관대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집정관으로 선출되자 기꺼이 자식의 부관이 되어 전쟁터로 나갔다. 그는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화려한 개선행진을 벌이는 아들의 뒤를 공손하게 ... 2020-03-11 공희준
- 소수정예 카르타고 VS 화수분의 로마 “파비우스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한니발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칸나에에서의 대승을 이끌어낸 한니발의 명성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파비우스의 반격이 본격화된 부분에서 이런 물음을 짜증스럽게 던질 수밖에 없으리라.한니발은 이때 우두커니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그것도 타렌툼에서 불과 5밀레밖에... 2020-03-10 공희준
- 파비우스, ‘감성팔이’에 철퇴를 내리치다 한니발이 로마 공략에 지체 없이 착수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로마인들은 더 이상의 항전을 포기하고 순순히 백기를 들었을까?필자가 한니발이었다면 과거에 로마를 침략했다가 되레 큰 봉변을 당한 갈리아 부족의 브렌누스 왕의 경우를 생각했으리라. 더군다나 로마에는 제2의 카밀루스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파비우스가 여전히 건... 2020-03-03 공희준
- 한니발의 아재 개그, 전세를 바꾸다 테렌티우스는 정신 못 차린 천방지축 사고뭉치 시절의 미누키우스의 재림이었다.그는 파울루스에게 하루씩 번갈아가며 부대를 지휘하자고 요구했다. 파울루스가 파비우스의 선례를 따라 차라리 부대를 절반으로 나누는 방법을 선택했더라면 칸나이에서 로마군에게 닥친 전무후무한 대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파울루스는 자신... 2020-02-28 공희준
- 로마에는 청년 인재 영입이 없었다 파비우스는 부하들에게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사전에 지시해놓은 터였다. 미누키우스의 부대가 한니발의 군사들에게 크게 혼쭐이 날 것임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인 연유에서였다.정작 놀라운 사실은 허겁지겁 후퇴하는 로마군의 참상을 목격하고서도 그가 미누키우스를 비난하거나 질책하는 말들을 일절 꺼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미누... 2020-01-29 공희준
- 무능하되 정쟁에만 강한 자가 나라를 이끌면 돌아온 군영에서는 목불인견의 추태가 빚어지고 있었다. 미누키우스는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이 아니라, 마치 신민을 다스리는 전제군주처럼 거드름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한니발과의 전쟁보다는 파비우스와의 정쟁에 더 관심과 열의가 컸던 탓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으니 나름 승자의 여유와 과실... 2020-01-28 공희준
- 한니발, 로마의 자중지란을 유도하다 전장에서 칼을 들었을 때의 한니발은 사자처럼 용감했고, 후방에서 전략을 짜낼 때의 한니발은 여우 같이 교활했다.그는 이번에는 꾀로 파비우스를 골탕 먹이기로 작정하고는 로마 영토의 약탈에 나선 병사들에게 파비우스의 땅에서만은 풀 한 포기 뽑지 말고, 낱알 한 톨 건드리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것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 2020-01-10 공희준
- 소심은 나의 힘 : 파비우스 (4) 한니발은 파비우스를 싸움터로 끌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다. 때로는 꾀로 유인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힘으로 거칠게 밀어붙이기도 했다.그럼에도 파비우스는 요지부동이었다. 그 어떤 술책과 속임수도 파비우스를 전장으로 불러내지 못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불리한 쪽은 보충되지 않을 병력과 식량과 자금을 하염없이 축내기만 하고 ... 2020-01-06 공희준
- 파비우스, 사마의의 예고편을 찍다 파비우스는 신을 찬양하는 것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적군이 강해서가 아니라 로마가 약해진 탓에 두 차례의 전투에서 연거푸 진 것이며, 로마가 약해진 건 로마인들이 비겁해져서가 아니라 싸움을 책임졌던 지휘관들이 신들을 섬기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핑계 겸 논리를 앞장서 직접 만들어 퍼뜨린 것이다.이는 신들을 달래는 듯... 2019-12-30 공희준
- 소심은 나의 힘 : 파비우스 (1) 파비우스(BC 275년~BC 203년)는 헤라클레스의 후손이었다. 테베레 강가에 놀러온 헤라클레스가 요정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의 아들이 가문의 시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요정이 아니라 인간의 여인과 눈이 맞아 정을 통했다고도 하지만 어차피 허구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므로 필자는 통 크게 그냥 요정이라고 인정해... 2019-12-16 공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