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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의 이재명 비판은 부당하다 - 뿌린 대로 거두는 데는 예외가 없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1-31 21: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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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양념 발언은 민주당 80년사 최악의 망언


친문이 비문에 했던 짓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친명이 친문에게 하고 있는 일이 사필귀정으로 생각되기 마련이다. 이미지는 왼쪽부터 친명세력의 수장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친문그룹의 2인자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모습

“안희정의 가죽을 벗겨버리고 싶다.”


김경수 전 경상남도 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작심하고 직격탄을 날린 글을 읽은 필자는 2017년 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 열성 지지자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정조준해 퍼부었던 위와 같은 황당하고 엽기적인 막말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랐다.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인용된 지 얼마 후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인물이 거의 자동으로 대통령 선거에서도 승리해 집권에 성공하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원내 1당이기도 했던 제1야당의 당내 경선전은 과열 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당연히 화끈하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안희정 진영은 친문세력의 패권주의가 야권 분열의 촉매제로 작용해 국민의당 창당과 뒤이은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의 대선 독자 출마까지 결과적으로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문재인을 향해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문재인 측은 기회주의적 구태 정치인들이 대거 탈당함으로써 야당이 오히려 혁신됐다는 논리로 맞받아쳤다. 분위기가 격해지면서 세간에서 문빠로 불리는 문재인 극렬 추종자자들이 안희정은 물론이고 또 다른 경선 출마자인 이재명마저 모질고 독하게 몰아붙였다. 소위 87년 체제가 성립된 이래로 이제껏 보지 못해온 미증유의 조리돌림이자 유례없는 집단 린치였다.


그 와중에 나왔던 소리가 미국에서 제작돼 우리나라에서도 흥행몰이에 크게 성공한 공포 스릴러 영화인 「양들의 침묵」에서 잔혹하고 천재적인 연쇄 살인마로 등장하는 한니발 렉터 박사의 입으로부터나 내뱉어질 법한 “가죽을 벗기겠다”는 협박 반, 농담 반의 으스스한 발언이었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 않은 일반 지지자들이야 경선 국면이나 본 선거 기간에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무슨 이야기이든 자유롭게 할 수가 있다. 안희정의 가죽을 벗기고 싶다는 살벌하고 으스스한 얘기도 그런 범주에 해당한다.


문제는 지지자들의 과격하고 폭력적인 언행을 친문 정치인들이 만류하기나 제지하기는커녕 되레 묵인하고 방조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은근히 부추겼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안희정과 이재명을 위시한 비문계 인사들을 상대로 온갖 험악한 욕설이 담긴 문자폭탄을 날리자 이러한 행동을 “경쟁을 흥미롭게 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두둔·옹호하기까지 했었다.


지지자들의 사이버 정치 테러를 양념으로 미화·포장한 문재인의 무책임한 궤변은 해방정국의 김성수와 송진우의 한국민주당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이재명의 더불어민주까지를 통틀어 민주당 계열 정당들에서 나왔던 역대 최악의 정치적 망언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무능한 대통령으로 한국 정치사에 기록됨으로써 본인이 과거에 저지른 엄중하고 치명적인 말장난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말았다.


복수를 꿈꾼다면 정치인 대신에 킬러가 돼야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습니다. 함께할 최소한의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지 힘을 모아주실 분들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경수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핵심적 메시지를 옮겨봤다. 김 전 지사는 이른바 이재명 일극 체제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을 예우할 것을, 당 운영에서 소외된 비주류 세력을 배려할 것을, 그리고 당의 울타리를 떠난 인사들을 포용할 것을 이재명 대표에게 강력하고 직설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2017년 경선 무대에서 안희정 전 지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 측에 호소한 내용과 연도만 다를 뿐 대부분 일치한다. 직전 해인 2016년 봄에 실시된 제20대 총선을 전후해 치욕스러워하며 더불어민주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난 사람들의 숫자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허나 문재인과 친문은 그들을 함께할 최소한의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지 힘을 모아줄 동지들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작금에 유행하는 어법을 그대로 빌리면 ‘내부 총질을 일삼는 분탕 종자들’로 여겼을 뿐이다.


김경수는 문재인의 어느 극성스러운 지지자가 안희정의 머리가죽을 벗기겠다고 공언했을 때 과연 이를 공개적으로 말렸던가? 문빠들이 문재인의 경쟁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문자폭탄을 발송하고 욕설에 갈음한 ‘18원 후원금’을 조직적으로 보낼 때 진심으로 자제를 당부했던가? 김경수가 그즈음 정치는 전쟁이 아니라고 문재인의 열혈 지지자들에게 되풀이해 간곡하게 호소했다면 나 역시 이재명에 대한 김경수의 쓴소리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으리라.


수사로 흥한 윤석열이 수사로 쫄딱 망하게 생기자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예수님 말씀이 인구에 다시금 널리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세력은 자신들과 조금만 달라도 사납게 몰아내고 배척하는 뺄셈의 정치로 흥했더랬다.


그 문재인 세력을 현재는 친이재명 그룹이 자기네와 다르다며 거칠게 몰아내고 배척하는 중이다. 인간이 아무리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라지만 친문이 잘 나갈 때 경쟁자나 반대파들에게 온화한 자세와 관용적 태도를 띠었다면 친명에게 봉변을 당하는 친문들의 모습에 쌤통이라고 웃는, 자업자득이라 미소짓는 국민 숫자가 지금보다는 훨씬 적었을 터이다.


우리나라 제도권 정치가 이 모양 이 꼴로 단단히 망가진 중요하고 근본적인 요인의 한 가지는 복수를 하려고 정치를 하는 인물들이, 복수를 잘할 것 같은 정치인을 이상적 정치인이라고 착각하는 유권자들이 너무 많다는 씁쓸하고 비뚤어진 현실에 있다.


나는 복수를 하려고 정치를 하려는 인물들에게 정치인 대신에 킬러가 되라고 솔직히 권유하고 싶다. 복수를 잘해줄 정치인을 훌륭한 정치인으로 간주하는 유권자들에게는 돈 모아서 유능한 전문 킬러를 고용하라고 조언하는 바이다. 그게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원수들을 처절하고 확실하게 응징하는 방법인 연유에서이다.


친문은 복수를 위해 정치를 한 대표적 집단이었다. 복수가 정치의 목적인 까닭에 그들에게는 어떠한 인자함과 너그러움도, 그 어떤 책임감과 미래비전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복수가 유일한 목적인 정치세력이 10년 넘게 야권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5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는 사실부터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어쩌면 매우 이례적인, 아니 비정상적 일이었을지 모른다. 복수를 목적으로 정치를 하는 나쁜 유전자를 “윤석열 무죄!”를 외치며 의왕구치소 앞에 몰려든 친윤석열 정치꾼들과 극우 태극기 부대가 지금은 고스란히 물려받은 상태다.


이재명은 원조 패권주의 세력일 친문세력의 황태자로 각광을 받아온 김경수의 견해까지 구태여 진지하고 심각하게 새겨들을 필요는 없다. 김 전 지사의 의견은 “나의 패권은 쇄신이요, 너의 패권은 기득권”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발상인 탓이다.


그러나 이재명은 복수와 보복과 앙갚음과 한풀이를 목적으로 당권을 틀어쥐고 정권을 이끌어간 윤석열이 어떻게 패망하고 문재인이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부친을 배신했던 자들을 일일이 혼내주는 일 이외에는 아무런 공적인 사명감이 없었던 박근혜가 어떻게 도태됐는지를 무겁고 두려운 마음으로 가슴속에 담아야만 한다.


그게 한미동맹 찬양하고, 한일관계 강조하며, 탈이념과 탈진영 부르짖는 최근 행보와 견주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도층 표 확보하고, 수권 능력 구비한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데 단연 더 요긴하고 능률적일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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