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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별의 순간’을 포착할 길은 - 조국 혁신당 대표는 「죽창가」에서 벗어나야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7-09 01: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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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의 86식 닫힌 세계관


호주계 월남인이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해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일은 진보꼰대가 돼버린 86 세대의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상황일 것이다. 이미지는 뉴진스 하니가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를 불러 일본 현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한 SBS 뉴스 화면

푸른 산호초가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자리한 동해를 파랗게 물들이고 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획ㆍ결성ㆍ지도한 스타 걸그룹 뉴진스의 일원인 하니가 도쿄돔에서 진행된 대규모 팬미팅에서 노래한 J-POP의 명곡 「푸른 산호초」가 수많은 일본인들을 일본 경제의 황금기인 1980년대의 추억 속으로 돌려보냈고, 이 일이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크게 화제가 되면서 해당 곡을 최초로 취입한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에게 적잖은 한국인들이 뒤늦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긍정적 의미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경우는 필자의 기억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자국 정부를 각각 이끌던 시절 후로 아마 처음일 듯싶다.

 

한일 양국의 관계가 2010년대 이후 줄곧 악화일로를 걸어온 데에는 일본 측의 빈번한 역사 왜곡과 폭주하는 우경화 흐름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 간의 국력 차이가 좁혀지자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왔다. 한국을 겨냥한 몇몇 일본인들의 맹목적 증오와 근거 없는 적개심을 뜻하는 ‘혐한’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계와 질투가 낳은 사악하고 질 낮은 부산물로 규정될 수 있겠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법률적 다툼과 여론 싸움을 병행하느라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민희진 대표에게는 미안한 얘기겠으나 나는 뉴진스가 5인조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에서 메인 보컬을 맡은 하니 팜 양이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 시민이라는 사실을 이번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호주로 이민을 떠난 월남인의 후예가 한국으로 건너와 가수로 데뷔해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복잡다단한 편력과 이동경로는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시작되는 민간 전승 가요의 기나긴 가사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다시금 확실하게 절감했다. 조국 혁신당 대표 같은 내로라하는 유명 정치인도, 필자처럼 무명의 저소득 정치 컨설턴트도 그 범주 안에 포함될 남한의 86세대가 얼마나 구리고 꽉 막힌 세상에서 살아왔는지를. 민희진 대표가 유튜브의 모기업인 구글의 서버용 컴퓨터들의 냉각용 팬을 바쁘게 회전시키게 만들었을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이 개저씨들”의 경직되고 폐쇄적인 일원론적 세계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다차원의 입체적인 사태가 요 며칠간 온오프라인 공간을 무대로 활발하게 벌어졌던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누리꾼들 사이에 ‘성자 이모’란 친근한 호칭으로 불려온 세이코가 지금부터 20년 전 자민당 전당대회장도 아니고, 일본 우익의 집회현장도 아닌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기미가요를 한번 불렀던 일을 무슨 대단한 폭로라도 하는 양 대서특필한 세계일보 기사는 일본에 대한 분노와 경각심을 높이기는커녕 물 들어올 때면 어떻게든 노 저으려 안간힘을 쓰곤 하는 한국 기성 언론의 천박하고 저렴한 상업주의만 되레 도드라지게 부각하며 조롱과 빈축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젊은 청년세대가 정의롭고 애국적인 극일 활동과 조회수 증가만 노린 얄팍한 반일 장사를 뚜렷이 구분할 날카로운 안목을 가졌음을 낡은 타성에 젖어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만 아직껏 모르는 기색이다.

 

독일의 별의 순간, 한국의 별의 순간

 

개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지만, 집단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한 사람이 별의 순간을 놓치면 본인과 주변인들만 고통을 겪는다. 이와 달리 한 나라와 한 겨레가 별의 순간을 놓치면 그 대가로 장구한 ‘벌의 순간’이 찾아와 민중 전체가 오래도록 고생을 한다.

 

독일은 별의 순간을 영리하기 기민하게 붙잡은 나라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계기로 동독의 국가기능이 사실상 마비ㆍ정지됨으로써 서독은 오매불망하며 기다려온 통일 대업에 착수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다. 어째서 절호의 기회였을까?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전쟁해 승리한 네 나라 즉 미국과 소련, 영국과 프랑스 모두가 통일에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의 귀중한 기회를 허망하게 유실했다면 독일은 분단된 민족의 재통합을 앞으로 또 언제 실현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웠다.

 

유럽에서 제일가는 국력을 보유한 독일조차 주변국과 불화하면 여지없이 패망했다. 한국은 두 가지 측면에서 독일과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첫째로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다. 둘째로, 이웃 나라들과 사이가 틀어지면 예외 없이 심각한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

 

혹자는 남한이 미소 냉전 시대에 미국과 일본과만 친하게 지냈음에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참으로 근시안적 단견이다. 우리는 소련과 중국과 불화한 탓에 민주주의를 희생시켜 경제를 키우는 파행적 구조를 감수해야 했다. 북방 외교를 실행해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와 정식으로 국교 관계를 수립한 연후에야 대한민국은 민생경제와 민주주의의 동시적 발전을 도모할 수가 있었다. 우리가 19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로부터 조기에 벗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과의 급속한 무역 확대가 톡톡히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 한국은 북한까지 더하는 인근 국가들 중에 단 한 나라와도 대립하고 갈등하면 안 되는 운명을 타고났다. 남한이 한반도를 둘러싼 네 나라, 곧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전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 기간은 김대중 정부 집권 5년이 거의 유일했다. 주변 4강 모두와 불화하지 않고 원만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갔다는 점이야말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일 테다.

 

현재는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은 미일과 친하겠다고 중러를 서슴없이 적대시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혁신당 대표는 중러와 화친하려면 미일과 멀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여권과 야권이 너나없이 뺄셈의 외교를 추종하고, 갈라치기 국제관계를 선호한다. 유수의 정치 지도자들이 외교를 뺄셈으로 생각하며 갈라치기 국제관계를 불사하니 독일인들에게 벌써 30년도 더 전에 찾아왔던 별의 순간이 한국인들에게는 오지 않고 있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뺄셈의 외교에만 막무가내로 치중하는 이때 조국 대표가 한반도 주위의 네 나라 전부와의 과감하고 전향적인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덧셈의 외교에 나서면 어떨까?

 

조국은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느닷없이 「죽창가」를 틀어대 국내 정치에서의 입지 제고와 위상 강화를 위해서라면 대외관계를 서슴없이 희생시킬 인물이라는 부끄러운 악평을 얻은 터이다. 그 쑥스러운 오명을 조국 대표 스스로의 손으로 깨끗이 씻어낼 호기가 천우신조로 마침내 도래했다.

 

한국의 북방 정책은 보수 정부인 노태우 정부가 앞장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진보 정부로 평가되는 참여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을 추진한 덕택에 한미 FTA가 비교적 순탄하게 성사될 수 있었다. 이러한 선례를 고려하면 한일관계는 보수가 아닌 진보가 주도할 때 더욱더 신속한 진전과 알찬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례에서 증명되듯 친일 성향 다분한 극우 뉴라이트 세력이 관여하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한국의 대일 외교이다.

 

혁신당의 현 국회 의석수는 12석에 지나지 않는다. 조국이 현실적으로 국내 정치에서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구조이다. 반면, 장기적 국익을 염두에 둔 초당적 외교와 관련해서는 조국 대표의 운신폭이 넓었으면 넓었지 결코 좁지 않다. 조국이 한일관계 증진에 더하여 북일 관계의 정상화, 세칭 조일 수교에도 이바지하며 유권자들에게 듬직하고 안정감을 주는 차기 대선주자의 면모를 과시할 때 조국 개인도, 대한민국도 별의 순간은 부쩍 가까워질 것으로 필자는 확신하는 바이다. 이제는 뉴진스 하니를 뒤이어 혁신당 조국이 「푸른 산호초」를 열창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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