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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무지하고 김정은은 무도하다 - 오물풍선으로 드러난 남북한 정치인들의 민낯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6-11 11: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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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날아온 오물풍선의 직접적 원인이 일부 탈북자 단체가 북측으로 날려 보낸 대남 전단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이고 윤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통해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마저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지는 북한 오물풍선과 남한 대북전단의 정면충돌 사태를 다룬 채널A 뉴스 화면

도로변이나 옥외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기름값이 폭등하는 와중에도 서울을 필두로 주요 대도시 도로들은 운행하는 차량들로 가득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 현상을 자아내고 있는 급박한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평균적인 한국인의 경각심이 갑작스레 고조된 탓일까?

 

언론에 보도된 이유를 알고 나니 씁쓸했다. 아니, 솔직히 슬펐다. 북한이 풍선에 매달아 휴전선 남쪽으로 날려 보낸 오물이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 차체에 떨어져 묻을지 모른다고 걱정한 운전자들이 지하주차장에 앞다투어 차량을 주차해뒀기 때문이었다.

 

기상천외하다 못해 아예 엽기적이었다. 한반도가 외세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된 이래 북한은 이제껏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대남 도발을 자행해왔다. 6ㆍ25 전쟁처럼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면전을 벌이기도 했고, 무장공비를 조직적으로 침투시키기도 했으며, 남한의 요인들을 암살하고 민간인을 납북했다. 심지어는 열사의 땅 중동으로부터 고국으로 귀국하는 무고한 건설 노동자들이 대거 탑승한 민항기를 인도양 상공에서 폭파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각종 생활 쓰레기와 동물들의 배설물이 그득히 담긴 자루를 매단 수백 개의 기구에다 헬륨 가스를 꽉 채워 북풍이 부는 날을 골라 일제히 휴전선 이남으로 보낼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북측은 자기네의 기괴한 행동이 몇몇 탈북자들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포함한 이런저런 물품들이 동봉된 대북 전단 수십만 장을 대형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보낸 데 대한 자위적 대응조치라고 강변하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오물에는 오물이라는 게 북한 당국이 내세운 조야하고 파렴치한 논리인 셈이다.

 

북한으로부터 도착한 달갑지 않은 풍선 택배로 말미암아 인명 피해가 났다는 이야기는 다행히 아직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북한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오누이 모두가 변덕스럽고 예측불가하다는 이른바 MZ 세대임을 감안하면 북한이 비위생적이기는 할지언정 직접적 살상 효과는 없는 오물 대신에, 생화학 무기 같은 위험천만한 물질을 남으로 보낼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만은 힘들다.

 

영세한 1인기업과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치킨게임을 서로 불사하다가 양자가 전부 공멸하면 어느 쪽이 더 손해일까? 당연히, 수많은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생계를 의지해온 후자이다. 더욱이 전자가 망했다고 하여 주식시장의 무수한 개미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손실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남북관계에 임하는 우리의 대전제이고 기본적 원칙이다. 전쟁이 정치의 연장이라는 소리는 전후방이 뚜렷이 구분되고, 핵폭탄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가 개발ㆍ등장하기 이전의 구시대적 논법일 뿐이다.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세력과의 싸움을 무조건 회피할 필요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우리 스스로가 나서서 전쟁의 위험성을 높일 까닭 역시 없다.

 

이번 오물풍선 사태의 경우 발단은 일부 탈북자 단체가 제공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남측이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면 이에 상응하는 보복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북한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공언한 터고, 일부 탈북자 단체가 휴전선 인근 지역을 의미하는 접적지역 거주자들의 만류와 반대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까지 강행하는 대북 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들의 삶에 실지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무척이나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일부 탈북민 단체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대북 전단의 제작과 살포 비용의 출처가 외국, 특히 미국의 정보기관이라는 의혹마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식의 대북 퍼주기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북 간의 긴장이 자칫 무력충돌 단계로 비화할 만큼 악화하고 있는 현실을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노선에도 찬동하지 않는다.

 

현 정부는 정권 수뇌부에 유난히 병역면제자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군대를 가지 않았다. 그런 정부가 목 놓아 외치는 대북 강경론은 국민의 관심을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외제 명품 가방 수수 시비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같은 정권에 불리한 현안들로부터 다른 데로 돌리려는 불순한 목적을 띤 정권안보용 안보정책이라는 비판과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필이면 북한발 오물풍선 사태로 세상이 시끌시끌한 이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한동안 중단됐던 부부 동반 순방 외교를 재개했다. 일부 탈북자 단체의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수수방관한 게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나날이 증폭돼온 배경이다.

 

나는 작금의 오물풍선 소동에서 세 사람에 대해 몹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에는 향후 20~30년간 남한을 상대해야 한다. 북한 경제가 현재와 같은 처참한 실패국가(Failure State) 수준을 벗어나려면 한국과의 전면적 경제협력은 필수적이다. 백두혈통의 밥줄은 실제론 남한 민중이 쥐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지금같이 한국 내의 민심과 여론을 김 위원장 스스로 끊임없이 적대적으로 돌려놓으면 북한으로서는 장기적으로 이로울 게 전연 없다. 김정은은 사랑하는 딸 김주애에게 녹슨 빈 깡통들만 유산으로 물려줄 작정인가?

 

둘째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그의 무관심은 놀랍고, 동북아 국제정세에 관한 윤 대통령의 무지함은 경악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과의 그 어떠한 진지한 대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한국은 미소 냉전의 대표적 수혜자였다. 옛 소련과 교역이 거의 없었던 덕이다. 반면, 미중 냉전에서는 애꿎은 속죄양으로 전락할 운명이다.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경제는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되고 만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정면 대립하는 구도에서는 북한이 아닌 남한이 경제적으로 고립될지도 모른다.

 

셋째는 한국정치의 미래를 견인ㆍ주도할 것으로 폭넓은 기대를 모아온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이다. 이 의원은 오물풍선 사태의 직접적 도화선으로 작용한 탈북자 박상학 씨 일행의 무모한 대북선전전 활동과 관련해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까지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계산된 전략적 침묵인지, 아니면 국제관계에 대한 식견과 경험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불가피한 침묵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단지 확실한 대목은 몇몇 탈북자들이 원인이 되어 남북한 간에 유혈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그 주된 희생의 대가는 휴전선을 지키고 있는, 대다수가 젊은 남자인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이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 덕분에 이준석이 마삼중의 오명을 깔끔하게 씻고 원내에 입성한 사실을 고려하면 오물풍선 사태에 관한 이 의원의 석연치 않은 함구는 결과적으로 지지층에 대한 무책임한 배신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겠다.

 

꿈은 눈을 뜨면 사라진다. 현실은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남북한이 70년 넘게 대치하고 대결해온 쓰라린 현실은 우리가 눈을 감는다고 하여 홀연히 사라지지를 않는다. 그 모질고 잔인한 현실에 대해 윤석열과 김정은과 이준석 같은 남북한의 내로라하는 위정자들이 가장 앞장서서 눈을 감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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