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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이제야 정치인이 되려는가 - 리더든 지지층을 폐쇄적 공간에 가두면 안 된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4-19 2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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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을 뜨끔하게 한 지지율 23프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임기 후 최저점으로 떨어진 지지율이 그에게 비로소 위기감을 부여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지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전격적 통화 사실을 보도한 YTN 뉴스 화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윤 대통령의 22대 총선 후 첫 공개일정인 국무회의 모두발언이 있었던 4월 16일부터 같은 달 18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23퍼센트의 사람들만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부정 평가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무려 그 세 배에 달하는 68퍼센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평소 같았으면 용산 대통령실은 선수는 경기 중에는 전광판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퉁 치고 넘어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며칠 전 치러진 총선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궤멸적 대참패를 당한 상황이다. 여유롭게 무시하고 지나갈 분위기가 아니다.

 

박수영 의원을 위시한 윤 대통령의 심복들 몇몇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비교하면 의석 숫자가 늘어났으니 사실상의 승리 아니냐는 투로 친윤세력 특유의 알량한 정신승리를 선보이고 있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윤석열 정권의 처지만 더욱더 궁상맞고 처량하게 보일 뿐이다. 어설픈 정신승리를 시도하던 박수영은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으로부터 수원에서 떨어지자 보수의 텃밭 부산으로 내뺀 겁 많은 인간이라며 그야말로 극딜을 당하고 말았다.

 

야권 192석에도 태연했던 용산 대통령실에게 윤 대통령 지지율 23퍼센트는 더 이상은 견디기 어려운 충격적 사태였던 모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음으로 직접 전화통화를 했다는 뉴스가 긴급 속보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략 5분 동안 진행된 육성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두 사람의 여야 영수 회동을 제안했고,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는 형식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전쟁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상대방과 총탄과 포화를 주고받는 일이다. 정치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는 일이다. 윤석열은 야권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노려볼 만한 원내 의석을 확보한 연후에야 정상적 의미의 정치를 비로소 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검사에서 정치인으로의 때늦고 마지못한 변신이 그 자신과 아내인 김건희 여사, 그리고 집권세력과 한국의 보수진영을 과연 수렁에서 벗어나게 해줄지는 일단 두고 볼 일이다.

 

긴장과 성장과 확장, 차기 대통령의 세 가지 필수 덕목

 

윤 대통령은 한 발자국만 삐끗하면 언제라도 국회에서 탄핵을 당할 수 있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윤석열이 현재 직면한 위기는 외부에서 강요됐다기보다는 스스로 자초한 자업자득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 고약하고 치명적인 악성 위기로 평가될 수가 있겠다.

 

허나 반면교사도 역설적 맥락에서 스승은 스승이다. 윤석열의 때 이른 몰락은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여러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중요한 교훈과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의 참담한 실패가 긴장과 성장과 확장을 철저히 외면한 데서 비롯된 이유에서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대한민국 제22대 대통령이 되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이들에게 이와 같은 주문을 강력하게 하고 싶다.

 

첫째로, 차기 대통령은 긴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긴장하는 사람만이 민심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의 항상 흐트러진 모습, 심지어 시쳇말로 퍼진 듯한 이미지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단정하지 못한 거친 말투와 건들건들 거들먹거리는 걸음걸이는 그가 얼마나 부주의한 태도와 해이한 마음가짐으로 국정 운영에 임했는지를 여지없이 노출했다.

 

윤석열이 대선후보로 활동하던 당시의 긴장감을 정권이 출범한 다음에도 계속 유지했다면 그를 둘러싼 볼썽사나운 과도한 음주 의혹과 영부인과 관련된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추문들의 상당 부분은 미연에 충분히 방지될 수 있었으리라.

 

둘째로, 차기 대통령은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인물들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검사 정권인 것도 문제였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점은 윤석열과 한동훈을 필두로 한 현 정권의 요직을 차지한 검찰 출신 인사들의 성장이 정신적으로나 능력상으로나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그 순간 딱 멈춰버렸다는 데 있었다.

 

2008년 시작돼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계기로 완벽한 파산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사조에 맹목적으로 집착한 것도, 시대착오적이고 퇴영적인 종북 타령을 수시로 불러댄 것도 윤석열 일행의 정치사회적 성장이 이미 오래전에 정지된 결과물이었다. 집단적으로 양철북이 돼버린 대한민국의 소위 엘리트 검사들의 부끄러운 현주소는 대학교 새내기 시기에 학회와 동아리에서 학습했던 낡고 경직된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 이념에서 아직도 수십 년째 헤매고 있을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에게 특히 커다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셋째로, 차기 대통령은 자기의 핵심 지지층에게 결집이 아닌 확장을 호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정당과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은 언젠가부터 광장을 꺼리게 되었다. 밀실을 선호하게 되었다. 지지층을 거대한 거두리 양식장에 몰아놓고 다른 세계 및 세계관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그 안에서 일종의 부족장 노릇을 하는 짓에 안주ㆍ만족해왔다.


지지층을 가두리 양식장에 가둬놓으면 결국 정치인 본인도 가두리 양식장에 덩달아 갇히고 만다. 차기 대통령은 지지층을 가두리 양식장에 교묘하게 감금하는 대신에 그들이 모험과 도전으로 가득한,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드넓은 바다로 진출하도록 격려하고 촉구하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확장성 있는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온라인의 극우 유튜브 방송과 오프라인의 태극기 부대에 의존하는 ‘가두리 양식장의 정치’에 무절제하게 탐닉하다가 푸르고 광활한 중도층의 바다를 전부 잃고 말았다.


민심 앞에서 늘 긴장하는 리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성장하는 참모들, 열린 자세로써 넓은 바다로 부단히 확장해 나가려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젊은 지지층. 그러한 삼위일체 구도가 완성된다면 차기 정권은 윤석열 정권이 빠져든 오만과 불통의 미로를, 독선과 폐쇄의 함정을, 진영논리와 집단사고의 굴레를 무사히 피해갈 수 있으리라고 필자는 감히 확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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